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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령신과 선자 선손
교무부 최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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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각 선령신들이 해원시대를 맞이하여 그 선자 선손을 척신의 손에서 빼내어 덜미를 쳐 내세우나니 힘써 닦을지어다. (교법 2장 14절)
상제님께서는 이 말씀을 통해 해원시대를 맞아 선령신들이 선자 선손을 척신으로부터 보호해서 도를 힘써 닦도록 돕는다고 밝히셨다. 하지만 이 말씀만으로는 선령신이 해원시대에 왜 선자 선손을 척신으로부터 보호하는지, 그리고 선자 선손이 정확히 어떤 의미가 있는지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교법 2장 14절의 의미를 선령신과 선자 선손의 관계에 집중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선령신은 ‘이미 돌아가신, 어버이 위의 여러 대에 걸친 조상’, 즉 조상신(祖上神)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조상신이 후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왔다. 이는 혈연으로 맺어진 조상신이야말로 자손들의 현실적인 삶과 간절한 소망을 가장 깊이 헤아려 주실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01 이러한 이해 속에서 도인들 역시 조상신을 후손에게 복을 줄 수 있는 가족이라 여긴다. 자손과 조상은 혈연으로 맺어진 하나의 공동체이므로, 조상의 적선적덕(積善積德)이나 공훈(功勳)은 대대로 자손들에게 음덕(蔭德)으로 영향을 미쳐 삶을 보살피고 이끌어 준다고 믿는다. 상제님과 도전님의 가르침에는 선령신의 지극한 바람과 더불어 도를 닦는 자손과의 깊은 연관성이 강조된다. 상제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선령신들은 六十년 동안 공에 공을 쌓아 쓸 만한 자손 하나를 타 내되 그렇게 공을 들여도 자손 하나를 얻지 못하는 선령신들도 많으니라.”(교법 2장 36절)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인간의 생명, 특히 도를 닦을 자손을 얻는 것이 선령신에게 얼마나 간절하고 지극한 바람인지를 깨닫게 한다. 도전님께서도 “조상이 남에게 적선적덕(積善積德)을 많이 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해야 그 자손이 우리 대도에 들어온다.”02라고 훈시하셨다. 이는 선령신의 공덕이 자손이 도의 길로 들어서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 도에서는 선령신의 이러한 은혜가 단순히 일방적인 도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손의 수도를 통해 선령신 또한 복을 누리게 되는 상생의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도전님께서는 “조상들의 공덕으로 자손들이 운수를 받는 경우도 있고 조상이 잘못한다 하더라도 자손들이 잘하면 조상들도 같이 운수를 받는다.”03라고 말씀하셨다. 자손의 수도 여하가 선령신의 후천 운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선령신은 자손이 도통을 이루어 개인과 집안, 나아가 세상을 구제함은 물론 자신들도 함께 후천선경에 참여하고자 자손의 바른 수도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천지공사로 인해 해원시대가 열려 만물의 모든 원한이 풀리고 상생의 후천선경이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이러한 시대에 선령신은 천지공사의 대의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자손이 도를 닦아 앞으로 여러 후손과 함께 운수 받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가 걷는 수도의 길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헤쳐 나가기 어려운,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이는 종종 척신의 방해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전경』에 따르면, 도인들은 개인과 집안에 얽힌 척신으로 인해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04 따라서 선자 선손은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척신뿐만 아니라, 선령신이 과거에 지은 원한으로 인해 발생한 척신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척신의 방해는 자손이 수도에 온전히 전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05 이에 선령신은 자손이 이러한 척신의 방해에 굴하지 않고 굳건히 수도에 매진하여 도통을 이룰 수 있도록 보호하고 계신다.
그렇다면, 이 구절에서 선자 선손의 ‘선’ 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선의 의미에는 ‘착할 선(善)’도 있지만, 이 맥락에서는 ‘좋을 선(善)’과 ‘가릴 선(選)’ 두 가지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 먼저 ‘좋을 선’으로 해석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좋을 선’은 긍정적인 가치를 의미하며, 조선 전기에 간행된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도 “좋을 선(됴ㅎ·ㄹ 션)”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서는 단순한 긍정적 가치를 넘어 ‘특정한 목적이나 상황에 가장 부합하는 바람직한 상태’, 즉 도를 닦는 데 ‘가장 적합하게 잘하는’ 의미로 확장하여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선자 선손은 ‘도를 잘 닦을 수 있는 후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가릴 선(選)’의 의미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선택하다’, ‘뽑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선’의 용례처럼, 선령신의 관점에서 선자 선손은 수많은 후손 가운데서도 도를 잘 닦을 수 있는 특별히 ‘선택된’ 자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선령신이 60년의 지극한 공을 쌓아 후손을 타낸다는 상제님의 말씀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선령신은 모든 자손을 동일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를 잘할 수 있는 후손에게 더욱 집중적인 도움과 보호를 주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 자의 두 가지 의미를 종합하면, 선자 선손은 선령신에게 선택되어 수도하기에 가장 적합한 후손이다. 이는 선령신이 자신과 함께 운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후손의 수도를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정리하자면, 선령신이 선자 선손을 척신으로부터 보호하고 수도의 길로 이끄는 것은 후손이 도통을 이루어 개인과 집안, 나아가 세상을 구제하는 역할에 동참하게 하고, 동시에 선령신 자신들도 후천선경의 운수를 받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선자 선손은 선령신의 깊은 은혜에 감사하며, 상제님의 뜻에 부합하는 올바른 수도에 정진하여 보은해야 한다. 이는 마음을 밝고 맑게 닦고 수도 본연의 자세에 충실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선자 선손은 운수를 받아 선령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고 후천선경 건설에 동참하는 숭고한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01 조상의 발복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최종성, 「조상에 대한 의례학적 쟁점: 기복, 윤리, 구제」, 『종교연구』 81 (2020), pp.140-142 참조. 02 「도전님 훈시」(1992. 1. 11). 03 「도전님 훈시」(1992. 2. 8). 04 집안 척신으로 인해 개인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내용은 진묵대사와 김봉곡의 일화(공사 3장 15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일화에서 진묵대사가 잠시 몸을 비운 사이 김봉곡이 그의 육신을 화장해 버리자, 진묵대사는 “네 자손은 대대로 호미를 면치 못하리라”라고 하며 동양의 도통신들을 이끌고 서양으로 옮겨갔다. 05 《대순회보》 35호, 「도전님 훈시」, “척신이 난동하면 도통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깊이 명심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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