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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政敎)의 분리와 도인의 본분
교무부 김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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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 있으므로 시국을 논하여 민심을 혼란케 한다면 도인의 본분을 상실하는 것이다.01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종교와 정치의 크고 작은 유착 문제로 어느 때보다도 소란스럽다. 대체로 그동안 성역과 같았던 비밀이 급기야 터졌다는 우려와 함께 세속적 권위를 가진 정치와 신성한 권위를 가진 종교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부도덕하게 결탁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종교와 정치의 유착은 오래된 관행으로 되어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헌법에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규정하고 있다. 도전님께서는 종단(대순진리회) 설립 초기에 이미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준수하라는 수도의 지침을 천명하셨다. 그러므로 오늘날 상황을 마주하면 우리의 수도와 관련하여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지침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이 제고된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에 대한 이해는 결국 도인의 본분과 종교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 원칙
일반적으로 종교와 정치의 분리, 즉 정교(政敎)의 분리는 종교와 국가 간의 관계 정립을 말한다.02 종교와 국가는 사회적 실체로서 각자의 존재 방식이 있고, 그에 따른 각자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 그러나 종교와 국가는 목적이 유사하다. 이 둘은 구성원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할 목적을 지닌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종교는 현세뿐만 아니라 내세의 삶까지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다. 종교와 국가는 목적이 유사하여 둘의 사이에는 경쟁, 협조, 갈등 등 여러 가지 유형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03 정교의 분리는 이러한 종교와 국가 간의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 할 수 있다. 정교의 분리는 오늘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렇게 쉽게 형성된 원칙은 아니다. 오랜 기간의 투쟁과 고난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결과물이다. 정교분리의 담론은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역사를 살펴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중세에 종교가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던 데서 탈피하여 근대로 오면서 국가의 세속화와 권한 강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종교의 교파들이 국가의 박해를 벗어나 신앙과 제도운영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04 정교분리 담론은 국가와 기독교의 동행 관계에서 종교개혁과 종교 전쟁을 치른 정치권력과 교회권력의 타협에서 도출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계몽주의와 함께 시작된 근대국가에 이르러 정교분리(政敎分離)와 제정분리(祭政分離)가 헌법에 명시되기 시작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곧 근대국가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오늘날 국교(國敎)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대부분 헌법에서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국교의 금지와 정교분리 원칙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기했다. 1791년 수정헌법 제1조에서 “연방의회는 국교를 수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할 수 없다”라고 명문화하였다.05 우리나라에서도 정교분리 원칙을 최고의 상위법인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한다. 국교는 국가가 특정 종교를 지정하여 각종의 특권과 특혜를 부여하고 특별히 보호하며 관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국교의 불인정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삼지 않고 모든 종교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정치와 종교를 명확히 분리한다는 것이다. 다만 분리의 정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일반적으로 정교분리의 의미는 국교의 부인, 국가에 의한 특정 종교의 우대 또는 차별 금지, 국가의 종교활동 금지, 종교의 정치 관여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06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종교는 1948년에 정부를 수립하고 헌법을 제정하면서부터 정치와 분리되어 독자적인 영역을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규정한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종교와 정치의 관계가 설정되고 국가의 종교에 대한 종무행정도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정교분리는 충실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정치와 종교는 언제나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종교는 교세의 확장과 경제적 보조를 얻기 위해 정치권력의 지원이 필요하고, 정치는 정권의 유지와 재생산을 하기 위해 종교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07 대체로 한국에서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헌법에 따라 정교분리의 원칙을 표방하고 있지만, 서로의 이해(利害)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관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08 이러한 정교유착(또는 결탁)의 문제는 국가의 특정 종교 편향정책과 종교의 정치참여라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국가의 특정 종교 편향정책은 기득권 종교에 많은 혜택을 부여했다.09 우리나라에는 기독교와 불교 교조들의 출생일이 대통령령(大統領令)에 따라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또 국가 행사에서 개신교식 조찬 기도회는 국회 조찬 기도회, 대통령 조찬 기도회, 국가 조찬 기도회로 여러 번 이름을 바꾸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종교의 정치참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속적으로 있었다. 종교계의 정치참여 형태를 보면 선거 참여, 전쟁 지원, 산업 선교, 시국 집회, 정당 결성에 이르기까지 셀 수없이 많다. 대표적인 이 사건들은 정교유착의 형태로 정교분리와 국교 금지라는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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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의 본분과 수도
『대순지침』에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 있다는 도전님의 훈시는 바로 헌법 제20조 2항의 규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헌법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권리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종교의 자유는 대체로 해당 종교가 국가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장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도전님께서는 “국법에 순응하고서야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다”10라고 하셨다. 헌법은 국민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범이다. 우리는 헌법을 존중함으로써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와 신앙의 자유를 보호받을 수 있고, 나아가 대순진리가 추구하는 사회의 화합과 세계의 평화를 도모할 수 있다. 우리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실천한다는 것은 곧 『대순지침』을 준수하는 것이고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는 일부 종교단체나 종교인들이 정치 현안이나 정치 체제와 관련하여 시위나 성명 발표 등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는 집단행동과 정당 활동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도 종교계의 정치참여는 정교분리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마치 종교의 정치참여는 당연한 자기의 권리로 주장되기도 한다.11 이러한 종교계의 정치참여 방향과 달리 도전님께서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 있으므로 시국을 논하여 민심을 혼란케 한다면 도인의 본분을 상실하는 것이다”라고 밝히셨다. 이 말씀은 수도인이 시국을 논하여 민심(民心)을 혼란하게 하면 국법인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고 이로써 도인의 본분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국을 논하여 민심을 혼란하게 하는 행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말하는가? 이 문제는 도인의 본분인 수도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인의 본분은 수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하는 책임이나 의무를 말한다. 『도헌』에 “본회는 대순진리를 종지로 하고 포덕천하ㆍ구제창생ㆍ보국안민ㆍ인간개조ㆍ지상천국건설을 목적으로 한다”12라고 하였고, “본회의 종지와 도헌을 찬동하고 소정의 입회 절차를 이수한 자를 도인으로 한다.”13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도인이 종단에 소속된 신분으로 종단의 제반 규칙을 준수 한다는 것은 도인의 기본 본분이다. 도인은 수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종단의 기본사업인 ‘포덕ㆍ교화ㆍ수도 공부’를 실천한다. 따라서 시국을 논하는 경우는 바로 이 종단 사업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서 도인이 대인 접촉으로 포덕과 교화, 수도 공부를 진행할 때 종단의 교리(敎理)와 시국의 현안을 연관시켜서 발언하는 경우이다. 시국은 현재 당면한 국내 및 국제 정세나 대세를 말한다. 정치ㆍ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상황은 특정 종교의 이념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논쟁과 갈등을 일으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종단 사업인 포덕과 교화에서 이러한 시국을 이용하여 교화하는 데서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교리와 시국을 교묘하게 엮어 사실을 왜곡하거나 완전히 조작하는 것이다. 바로 유언비어(流言蜚語)와 조언비어(造言蜚語)이다. 이 문제로 인해 대중은 특정 사안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나 편견을 갖게 되고 민심은 본래와 다르게 혼란하게 된다. 거짓된 정보는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결국 그 사회를 무질서한 상태에 이르게 한다. 교화의 책무는 남에게 도(道)를 전해 상제님의 덕화(德化)를 입도록 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교화의 본질과 달리 시국을 조작하여 사람들을 현혹한다면 유언비어로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시국을 논하여 민심을 혼란하게 한다는 것은 곧 도인의 본분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시국과 교리를 엮어 만든 유언비어로 민심을 혼란하게 만드는 행위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또 사실과 달리 교리 체계를 왜곡하여 민심을 현혹하게 만드는 언행은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것이다. 이것은 수칙(守則)의 조항인 “국법을 준수하며 사회도덕을 준행하여 국리민복에 기여하여야 함.”과 “무자기는 도인의 옥조니, 양심을 속임과 혹세무민하는 언행과 비리괴려를 엄금함.”14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수칙은 도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수도의 준칙이다. 그런데 수칙의 내용인 국법(國法)과 무자기(無自欺)를 위반하였다는 사실은 도인의 본분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도인이 시국을 논하여 민심을 혼란하게 만드는 경우는 반드시 종단의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종단이나 도인의 이름으로 시국에 관한 정치적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행위는 종교의 정치참여로 볼 수 있다. 정치권력은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때 종교단체는 유권자의 선택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고, 정치권은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은 종교기관이나 단체 등의 조직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구성원에게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15 이것은 헌법이 명시하는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인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종단 또는 도인을 대표하여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오늘날 종교는 국가의 권위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국가가 규정한 규칙과 법률의 범위 안에서 활동한다. 우리의 종단도 이와 다르지 않다. 종단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종교의 활동을 법률로 보장받고 있다. 나아가 종단은 국가로부터 종교 편향과 종교 차별을 받지 않게 된다. 종단에 소속된 도인은 그러한 관계 속에서 신앙과 수도를 안정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종단뿐만 아니라 도인도 헌법에서 규정한 종교와 정치의 분리 원칙을 마땅히 준수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수도는 남을 잘되게 하는 공부이다. 도인은 자신의 본분에 알맞은 참된 언행으로 진리만을 전하고 유언비어로 혹세무민할 소지를 삼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도전님께서 “국법을 지키고 윤리도덕을 준행하며 국리민복에 기여하게 하라.”16는 말씀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가 헌법의 정교분리를 준수하는 것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교분리는 정치와 종교가 서로 떨어져서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고 서로에게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종단은 종교 본연의 역할인 “가정화목ㆍ사회화합ㆍ인류화평으로 세계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대순진리이다”17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종교의 도덕성을 지켜야 한다. 현재 종단은 비영리단체[재단법인]로서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데, 우리는 종단과 도인의 본분이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01 『대순지침』, p.24. 02 윤승용, 「한국의 정교분리와 종교정책」, 『종교문화비평』 25 (2011), p.199. 03 강돈구, 「현대 한국의 종교, 정치 그리고 국가」, 『종교연구』 51 (2007), p.2. 04 김영명, 「정교분리와 종교의 정치참여」, 『한국정치외교사논총』 37-1 (2015), p.10. 05 성정엽,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의 의미」, 『법학논고』 70 (2020), p.5. 06 최우정,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과 문화국가원리」, 『헌법판례연구』 7 (2005), p.143. 07 강돈구, 앞의 글, p.15. 08 김영명, 앞의 글, p.19. 09 강돈구, 앞의 글, p.18. 10 『대순지침』, p.33. 11 김영명, 앞의 글, p.17. 12 『도헌』, p.1. 13 『도헌』, p.2. 14 『대순진리회요람』, p.21. 15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조직·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 16 『대순지침』, p.33. 17 『대순지침』,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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