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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상전(師師相傳)의 의미
교무부 최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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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도헌(道憲)』은 도(道)의 길을 가는 데 있어서 신앙생활의 기준이 되는 소중한 법규이다. 특히 『도헌』 제3장 14조는 “도인(道人)은 사사상전(師師相傳)에 의(依)하여 연운(緣運)의 상종관계(相從關係)가 성립(成立)된다.”라고 명시하며 도인들이 맺는 연운 형성에 ‘사사상전’이 중요한 용어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용어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어가 아니고, 그 개념 또한 명확히 설명되어 있지 않아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연운의 상종관계를 수식하는 사사상전에는 어떤 깊은 뜻이 담겨 있을까? 이 글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동아시아 문헌에서 사사상전의 일반적인 용례와 개념을 밝히고, 이어서 사사상전으로 이루어지는 연운의 상종관계를 파악하여 대순진리회에서 사사상전이 지니는 의미를 살펴보겠다.
진리의 전승과 사사상전
사사상전은 문자 그대로 ‘스승(師)에서 스승(師)으로 서로(相) 전(傳)한다’라는 의미로,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그 제자가 다시 스승이 되어 다음 세대의 제자에게 가르침을 이어주는 전통적인 계승 방식을 뜻한다. 여기서 상전(相傳)은 ‘대대로 이어져 전함’이라는 의미를 지녀, 스승의 가르침이 단순히 한 번 전달되는 것을 넘어 여러 세대에 걸쳐 끊임없이 계승되고 전달되는 연속성을 강조한다. 이는 개인의 역량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나 학파의 전통으로 발전하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중요한 문화적, 교육적 가치를 담고 있다. 사사상전이 동아시아 문헌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먼저 중국 도교의 경전인 『태평경합교(太平經合校)』에 나타난 용례를 살펴보자.
무릇 공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밝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 밝은 스승을 만나지 못하면 길을 잃게 된다. 그래서 스승에서 스승으로 서로 전해지는 것[師師相傳]이 쇠와 돌보다 견고하다. 스승에게서 전수되지 않은 것은 ‘부질없는 것’이라 하니 그렇게 하면 흉악함과 사악함을 불러온다. … 그러므로 옛날에 최상의 학문을 하던 성현은 밝은 스승을 만나는 것을 ‘다시 태어났다’라고 하였고, 밝은 스승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경전을 어지럽힌다’라고 하였다. 성인과 현인들은 모두 스승을 섬겨야 비로소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으며, 스승이 없이는 홀로 도를 이룰 수 없다.01
『태평경합교』의 구절은 스승에서 스승으로 전해지는 가르침이 진정한 도의 깨달음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이 구절은 스승에게서 전수되지 않은 것을 ‘부질없는 것’으로 규정하며, 이는 흉악함과 사악함을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또한, 옛 성현들이 밝은 스승을 만나는 것을 ‘다시 태어났다’라고 여긴 반면, 스승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경전을 어지럽힌다’라고 표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승은 깨달음을 얻는 데 필수적인 존재이며 스승 없이 홀로 도를 이룰 수는 없다고 말한다. 즉, 『태평경합교』는 사사상전이 도의 전승과 그 순수성 유지를 위한 중요한 통로임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 양(梁)나라의 승려 승우(僧祐, 445~518)가 저술한 『홍명집(弘明集)』을 살펴보자.
복희씨부터 지금까지 각자(각 종교) 그 가르침을 넓히고 스승에서 스승으로 서로 전하기만[師師相傳] 하고 상호 간에 교섭을 갖지 못하였던 것은 양쪽이 모두 만족해서 자신들 밖에서 구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02
승우는 복희씨 이후 유교, 불교, 도교 등 각 교파가 사사상전을 통해 자신들의 고유한 가르침과 이론 체계를 대를 이어 전승하고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각 교파가 내부적으로 이미 충족되어 다른 가르침을 외부에서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상호 교류가 부족했다고 보았다. 또한, 고려시대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이 저술한 글을 모은 『목은문고(牧隱文藁)』(1626)에 실린 「장성현 백암사 쌍계루기(長城縣白巖寺雙溪樓記)」라는 글을 살펴보자.
경술년 여름에 큰물이 져서 돌로 쌓은 제방이 허물어지는 바람에 누각도 함께 무너지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청수(淸叟)가 말하기를, “누각은 우리 스님이 일으켜 세운 것인데, 이대로 두어서야 되겠는가. 우리 스님은 스승에서 스승으로 서로 전하기[師師相傳]를 오대(五代)나 되었으므로 절에 뜻을 둔 것이 지극하였다. 지금 누각을 망치고 만다면 그 책임이 장차 누구에게 돌아오겠는가. 그래서 내가 기일을 약정하고 공사를 시작해서 옛날의 모습을 복구한 결과, 썩은 것은 다시 견고해지고 빛이 바랜 것은 다시 선명해지게 되었으니, 이쯤 되면 나 자신을 위로하기에는 충분하다 하겠다. … 이에 대해서 굳이 글 잘하는 이에게 부탁해서 기문을 지어 달라고 하는 것은, 바로 길이길이 전해지도록 도모하는 한편 우리 문도를 경계시키려 함이라고 하겠다.”03
이 글은 목은이 징청수(澄淸叟) 스님의 요청을 받아 백암사[현재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白羊寺)]의 누각인 쌍계루(雙溪樓)가 다시 지어진 과정을 기록한 기문(記文)의 일부이다. 1370년 여름, 홍수로 쌍계루가 무너지자 청수는 스승이 세운 누각을 복구하기로 하였다. 그는 스승에서 스승으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가르침[師師相傳]이 오대(五代)에 걸쳐 계승되었고, 그로 인해 백암사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승의 뜻이 담긴 백암사를 잘 보전하기 위해 부속 건물인 쌍계루를 고쳐 짓게 된다. 여기서 청수 스님이 언급한 사사상전은 ‘다섯 세대에 걸쳐 선대 스승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불교의 진리가 자신의 스승에게까지 전승되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수는 선대 스님들의 정신적 유산을 후대에 온전히 전하려는 신중한 의도를 가지고 쌍계루를 복구하고 그 기록을 남겼던 것이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문화 전통에서 사사상전은 ‘스승에게서 스승으로 대대로 이어져 전한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태평경』에서는 스승의 가르침이 여러 세대에 걸쳐 순수성을 잃지 않고 도를 계승하며 개인의 깨달음을 이끄는 통로로 정의했고, 『홍명집』에서는 각 학파의 고유한 진리가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 대를 이어 전해져 왔다고 보았다. 또한 『목은문고』에서는 선대 스승의 가르침과 그 뜻이 대를 이어 전승된다고 언급했다. 사사상전이라는 용어는 동아시아의 사상사에서 스승과 스승(제자의 입장)을 통해 진리나 가르침이 후대에 계속해서 전해진다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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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의 쌍계루
연운의 상종관계와 사사상전
일반적으로 사사상전은 어떤 학파(學派) 또는 종파(宗派)의 진리나 가르침이 스승에게서 스승으로 전승된다는 의미를 갖는 용어이다. 그렇다면 우리 도에서는 ‘사사상전’이 어떠한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도헌』 제3장 14조에 제시되어 있다. “도인(道人)은 사사상전(師師相傳)에 의(依)하여 연운(緣運)의 상종관계(相從關係)가 성립(成立)된다.” 이 조항은 사사상전의 내용이 ‘연운의 상종관계’에 있음을 밝히고 있으며, 이 관계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사사상전의 의미를 파악하는 핵심이 된다. 이를 위해 『도헌』 제3장의 ‘연원(淵源)’에 대한 설명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제3장 연원(淵源) 제13조 연원(淵源)은 강증산상제(姜甑山上帝)의 대순(大巡)하신 유의(遺意)의 종통(宗統)을 계승(繼承)한 조정산도주(趙鼎山道主)의 연원(淵源)이라 한다. 제14조 도인(道人)은 사사상전(師師相傳)에 의(依)하여 연운(緣運)의 상종관계(相從關係)가 성립(成立)된다. 제15조 도인(道人)은 전도인(傳道人)의 은의(恩義)를 영수불망(永受不忘)한다.
『도헌』 제3장은 ‘연원(13조)’과 ‘연운(14조)’을 통해 우리 도의 근원과 전승 방식을 밝히고 있다. 대순진리회에서 연원은 상제님의 계시를 받아 종통을 세우신 도주님과 유명으로 종통을 계승하신 도전님께 이어지는 도의 근원을 의미한다. 상제님-도주님-도전님으로 천부적인 연원의 맥이 이어지는 것을 종통계승이라 한다.04 연운은 연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도인들이 선각과 후각으로서 관계를 맺는 체계이므로, 이러한 연원과 연운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05 『대순지침』에 따르면 “연원을 따라 입도 후 선도자(先導者)와 연운(緣運)의 상종(相從) 관계가 성립된다”06라고 하였다. 도인은 연원을 근거로 ‘입도(入道)’라는 과정을 통해 수도를 시작하며, 이 과정에서 입도한 도인과 선도자는 ‘선각과 후각’이라는 연운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제 『도헌』 3장 14조에서 언급된 것처럼, 사사상전에 의해 연운의 상종관계가 성립된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스승에게서 스승으로 대대로 이어져 전한다’는 뜻의 사사상전은 우리 도에서는 연운의 상종관계를 통해 상제님-도주님-도전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도의 진리를 선각에서 후각으로 전승하는 방식으로 구체화 된다. 도전님께서도 “연운에 따라 도인들은 사사상전으로 맺어져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07라고 강조하셨듯이, 이 상종관계는 사사상전에 의해 형성된 연운 관계 안에서 선각과 후각이 연원의 진리를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서로 가르치며 배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사사상전이 『도헌』의 연원 항목 아래 설명되는 이유는 바로 사사상전이 포덕 후 입도를 통해 형성되는 연운의 상종 관계 안에서 연원의 가르침을 전하는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도주님께서는 상제님의 ‘대순하신 유의(遺意)’를 계승하여 도통에 이르는 진법을 세우셨고, 도전님께서는 이 진법을 세상에 널리 펼치셨다.08 바로 이 연원의 가르침이 담긴 진법의 전승이야말로 우리가 수도의 목적이라 여기는 도통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도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사상전을 통해 도인들에게 전수되는 연원의 가르침에 따라야 하며, 이 전수 과정에서 형성되는 연운 체계 속에서 꾸준히 수도해야만 비로소 도에 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연운 체계의 중요성으로 인해 연원의 진리에서 벗어나 연운 그 자체를 도통의 근원으로 삼는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도전님께서는 “연원도통(淵源道通)을 연운도통(緣運道通)으로 오판하였으니, 아무 데고 따르면 된다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사사상전(師師相傳)의 깊은 뜻을 이어받지 못한 데서 이러한 일이 저질러지게 된 것이다.”09라고 강조하셨다. 이는 ‘연원도통(淵源道通)’을 ‘연운도통(緣運道通)’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핵심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다. 즉, 도통을 이룰 수 있는 연원의 가르침과 그 가르침이 전해지는 방식인 연운 체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이 말씀은 전도인을 통해 연원의 진리가 올바르게 전수되는 방식이 흐트러질 때 생기는 문제를 경고하신 말씀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의 진리를 먼저 전하고 가르치는 역할이 분명히 선각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가 결코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인 명령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선각은 후각을 존중하고 따뜻하게 보살피며, 자신의 경험과 지혜로 후각이 올바르게 도를 받들도록 이끌 책임이 있다. 동시에 선각 또한 도를 닦는 도인이기에 후각의 장점이나 뛰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기꺼이 배우려는 겸손하고 열린 자세를 지녀야 한다. 후각은 연원의 진리를 전해준 선각의 은혜를 잊지 않고 늘 간직해야 한다. 결국, 연원의 진리가 연운의 상종관계 속에서 원활하게 전승되려면, 선각과 후각이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사상전이 문자적으로는 ‘스승에게서 스승으로 전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다양한 사상 속에서 진리를 대대로 이어주는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됐음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대순진리회에서는 사사상전이 연운의 상종관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사상전은 선각과 후각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도인들이 연원의 진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여 참된 수도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우리 도의 핵심적인 전승 방식이다.
01 『태평경합교』, 「오일지일백(五一至一百)」, “故凡學者, 迺須得明師, 不得明師, 失路矣. 故師師相傳, 迺堅於金石, 不以師傳之, 名為妄作, 則致兇邪矣. … 故古者上學聖賢, 得明師名為更生, 不得明師者, 名為亂經. 故賢聖皆事師迺能成, 無有師, 道不而獨自生也.” 02 『홍명집』 7권, 「난고도사이하론(難顧道士夷夏論)」, “自皇羲以來, 各弘其方, 師師相傳, 不相關涉, 良由彼此兩足, 無復我外之求.” 03 『목은문고』 3권, 「장성현백암사쌍계루기(長城縣白巖寺雙溪樓記)」, “庚戌夏, 水大至, 石堤隳, 樓因以壞. 淸叟曰, 樓吾師所起也, 如此可乎. 吾師師師相傳凡五代, 所以留意山門者至矣. 樓今亡, 責將誰歸. 乃剋日考工, 復其舊腐者堅, 漫漶者鮮明, 於是足以自慰矣. … 雖不足書, 必求能言者筆之, 所以圖不朽也, 所以戒吾徒也.” 04 《대순회보》 10호, 「도전님 훈시」. “본 종단의 맥은 상제께서 강세하셔서 교운을 펴신 데에 그 시원(始元)을 두고 있습니다. 상제께서 화천하시고 난 후 상제님의 계시로 득도하셔서 종통을 세우신 도주님으로 연원의 맥이 이어지고 도주님 화천 당시 유명으로 또 연원의 맥이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05 『대순지침』, p.14, “이 연원은 바꿀 수도 고칠 수도 없으므로 연운(緣運)과 혼돈해서는 아니 된다.” 06 『대순지침』, p.15. 07 《대순회보》 10호, 「도전님 훈시」. 08 교무부 대순종교문화연구소, 「특별기획: 대순진리회의 종통(宗統)」, 《대순회보》 202호 (2018) 참고. 09 「도전님 훈시」(1985,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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