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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6년(2026)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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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 대진고등학교에 울려 퍼진 충과 열

대진고등학교에 울려 퍼진 충과 열

 

 

출판팀 이공균

 



서해의 영웅

 

그날 이후 서해는 더 깊어졌다.
일상처럼 파도는 밀려오고 다시 밀려간다.
그 물결 아래에는 서해를 지키던 영웅이 바다와 함께 살아 있다.
토성(吐聲)은 멎은 지 오래지만,
바다는 그날을 기억하고 우리는 그 이름을 기억한다.
어떤 용기는 두려움과 함께 바다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을.
조용히 서해를 바라보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그 자리에 서 있던 한 청년이 떠오른다.
잠시 그를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마음도 바다처럼 깊어진다.

- 대진고등학교 전교 학생 자치회

 

 

  3월 26일 오전 8시 장엄한 음악과 함께 학생들의 추모시가 대진고등학교(교장 허의선) 교정에 울려 퍼졌다. 16년 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희생된 故장철희 일병(대진고등학교 동문, 이하 장 일병)을 기리는 추모식이 대진고등학교 교정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유족과 학생, 학교 관계자와 대진여자고등학교 김정남 교장을 비롯해 서울북부보훈지청 이희정 지청장, 서준오 시의원 등 70여 명이 참여해 16주기 추모식을 함께 했다.
  추모식에 참여한 이희정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은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55명의 영웅을 매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을 언급하며, “그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다시 부르는 것이야말로 국가와 공동체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대진고 선생님들은 추모식에서 학생들이 충과 열의 가치를 배우길 바랐다. ‘충(忠)’은 단순히 국가에 대한 의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책임을 다하는 태도이다. 장 일병의 희생은 거창한 영웅심이 아닌 맡은 바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려는 성실함에서 비롯됐다. 그 충심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곧 오늘날의 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가치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인지 장 일병의 추모비는 일반 병사 중에서 가장 먼저 세워졌다고 한다. 특히 유족의 요청으로 추모비를 ‘현충 시설’로 등록하는 데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현충 시설로 등록되어 국가보훈부가 직접 관리하는 정부 시설의 격을 갖추고 있다. 

 충의 가치를 살리려는 대진고의 노력을 회상하는 장 일병 부모님과의 인터뷰에서는 감사함과 더불어 ‘가족’의 의미가 짙게 드러났다. 인터뷰는 부모님이 16년 동안 빠짐없이 대진고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장학금의 의미를 묻는 말에 부모님은 “철희가 살아있다면 교육비로 쓰일 돈이었어요. 그 돈이 더욱 의미 있게 쓰이는 모습을 보며 위로받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부모님은 당시 천안함을 같이 탔던 장 일병 동기들의 등록금도 지원했었다고 한다. 동기들의 졸업식을 보며 ‘우리 철희도 이제 졸업했구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 인연으로 매년 11월에 만나 함께 식사를 한다. 상처를 잘 이겨내는 모습을 서로 확인하면서 함께 위로받고 있다는 말이 너무 감사하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도 아들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자식도 부모를 공경해야 하지만 부모도 자식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관계임을 깨닫는다. 부모는 자식의 삶을 존중하고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이러한 상호보완적인 사랑이 가족의 본질이지 않을까 싶었다.



  ‘열(烈)’은 단순히 열녀의 지조만을 뜻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의 열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해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용기이며,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천안함에서 순국한 46명 용사의 정신과 맞물린다. 추모식에 참여한 학생들이 추모비를 닦고 헌화하며, 묵념을 올리는 모습은 단순한 의식이 아닌 열을 마음속에 새기는 과정이다. 과거의 희생이 현재의 다짐이 되는 순간 비로소 열은 살아 있는 가치가 되어 현실로 드러나게 된다.
  결국 충과 열은 과거의 교훈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이름을 기억하고 삶을 되새기며, 그때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노력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사회(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대진고 허의선 교장은 “충과 열과 예는 인성을 가르치는 우리 학교에서 빠질 수 없는 가치이며, 건학이념인 성실ㆍ경건ㆍ신념과도 맞물려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라며, “학생들의 삶에서 대학 입시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선 충과 열을 바르게 이해한 예의 바른 모습을 먼저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더불어 “요즘 학교보다 학원이 공부를 더 잘 가르친다고 하지만, 인성은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기에 학교의 책임이 작지 않다”라며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가운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 스러져 간 이름들.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곧 그들의 희생을 현재로 불러오는 일이며,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이 장 일병의 모교인 대진고, 이처럼 교육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학생들의 참여로 추모식을 진행함으로써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현재의 세상으로 다시 끌어오고 있다. 일련의 과정은 결국 학생들에게 충과 열을 가르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배려이며, 인성을 강조하는 대진고등학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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