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개인주의화, 파편화 성향으로 공동체적 모임이 많이 약화되는 분위기다. 그 모임 중에는 동문회도 있다. 과거에는 여고의 특성상 동문회 모임이 잘 안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대진고와 대진여고가 연합하여 개최하는 동문회 소식도 듣지 못한 지 좀 된 것 같다. 선생님들은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대진’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재학생들도 애교심을 갖게 할 방안을 고심했다. 그래서 제시한 방안이 이전에 진행해 오던 ‘전문가와의 만남’을 ‘선배와의 만남’으로 전환하는 거였다. 전문가를 초청해 그 분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199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세월이 흘러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 중인 졸업생이 생겼기에 추진할 수 있었다. ‘선배와의 만남’은 2016년부터 시행되어 오다가 코로나 기간에 중단되었고 2024년도에 재개되어 운영해 오는 중이다.
선배와의 만남을 운영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다양한 전문 직업군에 종사하는 졸업생들을 섭외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진로와 연관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 졸업생들을 강사로 위촉하는 데 선생님들의 협조가 필수다. 선생님들도 그 취지에 공감하며 졸업생들에게 의사를 타진한다. 평소 연락하고 지내는 졸업생은 물론이고 담임했던 선생님이 각 분야로 진출한 졸업생들의 소식을 물어물어 연락하기도 한다. 진로진학상담부의 업무이지만 거의 모든 선생님이 동참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행사이다. 추천했던 졸업생이 올 수 있다고 하면 선생님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2024학년도에는 1ㆍ2학년 전 학급을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는 졸업생 25명이 일일교사로 참여했다. 그중에는 현직 의사가 3명, 약사가 1명, 검사와 변호사 각 1명, 교사, 삼성전자 기획부 1명 등 15개 직업군의 졸업생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2025학년도에는 1학년 11학급을 대상으로 의학 계열 등 11개 직업군 졸업생이 참여해 학생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졸업생들 대부분 연가를 내고 이 행사에 참여하기에 한편에서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생들은 학창 시절 여고의 추억과 더불어 해당 분야의 진로에 대해 강의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며 선후배 간의 정을 쌓아갔다. 동창회장과 총무도 함께했고 뒤풀이 시간에는 졸업생들이 서로 명함을 교환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지는데 어색한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 ‘대진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의식 때문일 것이다. 졸업생 중 몇 명은 벌써 몇 년째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후배를 향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선배들의 강연이어서 그런지 학생들의 태도 또한 자못 진지했다. 안내 포스터를 본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이나 학부모회 임원진들도 매우 의미 있는 행사라 하며 학교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눈치다. 올해 10월에 예정된 ‘선배와의 만남’을 이제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다음은 이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학생들의 소감문 중 일부다.
선배님께서 “좋은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건 그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실행력”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도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습관을 지녀야겠다고 느꼈다. 앞으로는 작은 목표라도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책임감을 키우려고 한다. (1학년 원○현)
세무사는 세금을 계산하고 신고하는 일 외에도 세무서와 납세자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공정한 세금 행정을 돕는 전문가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세무사는 모든 기업과 기관에 필요한 직종으로 기업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부당한 처분에 대해 조언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세무사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는 책임감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고 컨설팅과 조세 정책 자문까지 시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학년 방○윤)
진로와 관련된 현실적인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전공 선택 시 본인의 흥미와 적성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작은 실패도 결국 성장의 일부”라는 조언을 들으며, 실험이나 설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공학적 사고력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학교 수업에서 배운 과학 개념을 실제 공학 문제 해결에 적용해 보며, 나만의 진로 방향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1학년 조○별)
약사가 약 조제뿐 아니라 환자와 직접 소통하며 약물복용을 지도하고, 제약회사에서는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직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약사에게는 높은 책임감과 정확한 판단력, 그리고 환자를 이해시키는 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약학대학에서는 화학·생명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많은 암기가 필요해 학업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한다. 약사라는 직업이 근무 형태가 다양하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업무의 부담과 스트레스도 커서 직업적 책임감과 전문성, 자기관리 능력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학년 전○빈)
내진로가 의사가 아니라서 선배와의 만남 활동이 큰 도움이 될까 처음에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수업을 들으면서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점은 노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내가 어느 길로 갈지 방향을 잡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매사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은 공부인 것 같다. 매사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 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