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56년(2026) 5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글로벌 대순 울타리 종단 역사 기획 연재 대순광장 생각이 있는 풍경 전경 속 이야기 대순문예 전경 성구 알립니다

생각이 있는 풍경 : 연못에 발을 담근 정자

연못에 발을 담근 정자

 

 

교무부 강대성

 



  조선시대의 궁궐에는 특이한 형태의 모습을 한 정자(亭子)가 있다. 바로 창덕궁(昌德宮) 후원의 연못 위에 세워진 부용정(芙蓉亭)이다.01 이 정자는 숙종 33(1707)년에 택수재(澤水齋)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가 정조 16(1792)년에 부용지(芙蓉池)를 재정비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부용지는 동서 34.5m, 남북 29.4m의 방형(方形) 연못으로, 창덕궁 후원을 대표하는 연못이다.02 일반적으로 정자는 네 기둥이 받치고 있거나, 아니면 반듯하게 다듬은 기단(基壇) 위에 세워진다. 그러나 부용정은 돌기둥 두 개가 연못 속에 박혀있어, 마치 사람이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부용정이 자리한 창덕궁은 조선 제3대 태종 때 건립된 궁궐로, 경복궁보다 더 많이 쓰인 궁궐이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화재에 의해 소실된 이후, 1868년 경복궁이 다시 지어질 때까지 임금이 거처하며 나라를 다스리는 법궁(法宮: 왕이 거처하며 정사를 보던 궁궐 가운데 중심이 되는 제일의 궁궐)으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역사 깊은 정자는 단순한 건축미나 조망의 아름다움을 넘어, 연못 위에 발을 담근 듯한 독특한 형태 속에 상징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맹자(孟子)』 「이루상(離婁上)」에 나오는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아이들이 “창량의 물 맑으면 갓끈을 씻고, 탁하면 발을 씻네.”라고 노래하자, 공자가 제자들에게 “맑으면 이에 갓끈을 씻고 흐리면 이에 발을 씻는다고 하니, 스스로 그것을 취한 것이다”라고 말하였다.03 여기서 물은 곧 임금을 상징한다. ‘갓끈’은 얼굴 가까이에 있어 늘 단정히 매어야 했다. 갓끈은 한 사람의 품격과 도덕적 절제를 상징하는 군자로 상징된다. 반면 ‘발’은 땅을 딛고 다니므로 흙과 먼지, 때가 묻기 쉬운 곳이기에 속된 욕심과 비루한 소인을 의미한다.
  갓끈 혹은 발을 씻는 것은 물이 맑은가, 흐린가에 달려 있으므로 오로지 물이 불러들인 것이라고 한다. 이는 임금의 덕과 품성에 따라 그 곁에 군자 혹은 소인이 모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임금이 바른 몸가짐과 생각으로 덕을 숭상한다면 주위에 군자와 같은 인재들이 저절로 찾아들 것이고, 사치와 향락에 빠진다면 아첨꾼처럼 소인배만 몰려들 수밖에 없다.04
  앞서 살펴본 이야기를 보면, 정자의 두 기둥이 물에 잠겨 있는 모습은 단순한 구조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두 기둥은 마치 사람이 발을 물에 담근 듯한 형상으로 보이는데, 이는 곧 탁한 물에 발을 씻는다는 『맹자』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임금은 이 정자를 바라보며 자신도 혹시 덕을 쌓는데 게으르지 않았는지, 마음에 때가 묻은 것이 아닌지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따라서 연못에 발을 담근 듯한 형상의 정자를 통해 임금이 주위에 군자가 모이는지, 소인이 모이는지는 자기 탓이므로 항상 자신을 성찰하고 경계하기 위한 장치로 삼았다고 한다.05 이처럼 『맹자』의 일화를 통해 볼 때, 연못에 발을 담근 듯한 정자는 내면의 맑음을 잃지 않으려고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반성이란 잘못을 단순히 뉘우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과부족을 살피고 고쳐야 한다는 훈회(訓誨)의 말씀처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성이 반드시 ‘고쳐나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연못에 발을 담근 정자’는 왕에게 성찰의 공간이 되었듯이, 우리 또한 마음속에 각자의 정자를 세워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어 자신을 들여다보자. 임금이 연못에 세워진 정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듯, 내 마음의 정자에 올라 과부족을 살피고 고쳐나가기를 거듭한다면, 일상에서 훈회ㆍ수칙을 실천하는 삶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01 김태완, 『책문』 (서울: 소나무, 2004), pp.322-323 참고. 이 책의 저자는 ‘연못에 발을 담근 정자’와 관련하여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있는 정자를 언급하였다.
02 「부용정(芙蓉亭)」, 국가유산청, 참고.
03 김태완, 같은 책 참고, “… 有孺子歌曰, 滄浪之水清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 孔子曰, 小子聽之, 清斯濯纓, 濁斯濯足矣, 自取之也. …”
04 김태완, 앞의 책, p.323 참고.
05 김태완, 앞의 책, p.323 참고.

 

관련글 더보기 인쇄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