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호 28수 별자리 : 2. 항수(亢宿) |
2. 항수(亢宿)
글 교무부 28수(宿) 중 두 번째인 항01수(亢宿)는 각수와 함께 목기운(木氣運)을 맡아 다스리는 동방청룡 7수(宿)에 속하며, 청룡의 목에 해당하는 별자리이다.
한편 24절후 중 항성(亢星)이 보이기 시작하는 청명(淸明 : 4월 5일경)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왕성한 때이다. 이 시기의 초목들이 마치 흥분한 것처럼 격렬하게 생장을 하기 때문에 그 형상에 빗대어 항성을 ‘항분(亢奮)’이라고 불렀다. 게다가 항성은 예로부터 질병도 관장한다 하여 ‘소묘(廟)’04라고 불렸다. 이 외에도 항성이 밝고 크면 왕을 잘 따르는 충성스런 신하들이 많고 나라에 불안정한 소란이나 가뭄과 수해ㆍ질병 등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천문류초(天文類抄)』05에 따르면 항수에는 항성 이외에도 대각(大角)ㆍ섭제(攝提)ㆍ절위(折威)ㆍ양문(陽門)ㆍ돈완(頓頑) 별자리가 있다. 먼저 대각(大角)은 천왕(天王)의 자리라 하여 천자가 하늘의 법도를 바로 잡는다는 의미로, 군대의 상(象)인 금성이 대각성 근처에 머무르면 병란이 일어난다고 여겼다. 섭제(攝提)는 대각을 좌우에서 방패처럼 지키고 있는 붉은색 별로 『보천가(步天歌)』06에서는 그 형태가 솥과 같다고 보았다. 이러한 섭제는 사계절의 절기를 정하고 상서로운 자연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피는 역할을 한다. 항성 아래에 있는 절위(折威)는 7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목을 베어 군사의 죄를 다스리는 살성(殺星)으로 금성이나 화성이 범하게 되면 변방의 오랑캐가 국경을 침범하여 장수를 죽이게 된다고 한다. 절위 아래의 양문(陽門)은 변방 요새의 험한 곳을 다스리는 일을 하여 객성(客星)이 양문에 나타나면 오랑캐가 침범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노란색 빛을 내는 돈완(頓頑)은 절위에서 내린 판결에 따라 죄수들의 참되고 거짓됨을 살펴, 잘못을 뉘우치게 돕는 별이라고 여겨 왔다.
서양의 12황도궁 중에서 천칭자리에 해당하는 28수는 각수ㆍ항수ㆍ진수이다. 항수의 수거성(宿距星)으로 4개의 별로 이루어진 항성 중에서 1개의 별과 처녀자리(Virgo)의 κ 08별을 비교할 수 있다. 처녀자리의 κ 별은 위치상 치맛자락에 속한다.
별들은 상대적 밝기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 순서로 정하여지는데 아예 명칭이 없는 별들도 있다. 그렇게 보면 처녀자리의 κ 별이 어두운 별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처녀자리에서 α 별 ‘스피카’를 제외하고는 다른 별들은 밝기가 어두워서 모습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항(亢)의 아래에 있는 절위(折威)는 서양신화에서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가 손에 들고 있다는 천칭인 천칭자리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09 여기서 동ㆍ서양 모두 재판이나 정의와 연관시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01 항(亢)은 ‘목덜미’라는 의미이다. 02 각 수(宿) 구역의 서쪽에 위치한 가장 밝은 별로 28수의 위치를 쉽게 찾게 하는 기준이 된다. 03 인간세상에서 광무제 때 정벌의 공을 세우고 변방을 수호하여 왕은 물론 백성들에게도 진심으로 인정받았던 장군. 04 귀신이 궁궐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살피는 역할을 하는 궁궐 밖에 있는 묘당. 05 조선 초기의 천문학자로 세종의 명에 따라 이순지[李純之, 1406(태종6)∼1465(세조11)]가 편찬한 천문학 서적. 이순지 원저, 김수길ㆍ윤상철 역, 『天文類抄』, 천유학당, 2006. 06 보천가 또는 구법보천가(舊法步天歌)라고 한다. ‘별자리와 별자리의 사이를 걸어가듯이 길이를 재는 노래’라는 뜻으로, 당(唐)나라의 왕희명(王希明)이 지은 칠언의 시결(詩訣)로 되어 있다. 07 화담 서경덕이 짓고 토정 이지함이 수정한 고대 천문, 기문, 둔갑술에 대한 서적. 08 κ 는 24개의 그리스 알파벳 중에서 10번째에 속한다. 09 안상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별자리』, 현암사, 2000, p.141. 북두칠성의 η 별과 아르크투루스(대각성), 스피카(각성)를 이은 봄의 대곡선. 스피카와 아르크투루스, 사자자리의 β 별(데네볼라)를 이은 봄의 대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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