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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5년(2025)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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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공모전 : 아우슈비츠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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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장려

 

아우슈비츠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실40 방면 선무 유하니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연한 기회로 조부모님 손을 잡고 동유럽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여행하며 여러 장소를 돌아봤지만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소가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그곳은 바로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입니다. 여행 내내 화창하던 날씨가 유독 포로수용소를 방문하기로 한 날은 짙은 구름이 끼고 하늘이 어두웠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저는 나치가 어떤 집단인지,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용소 입구에 다다르기 전까지도 그저 화려하거나 고즈넉한 유물을 보러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행을 태운 버스가 수용소 정문에 도착하면서 제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전쟁 중 유대인을 가둬 놓은 포로수용소라고 가이드는 말했습니다. 수용소 입구 간판에는 영어인지 폴란드어인지 모를 글자로 무언가 적혀 있었습니다.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 그렇게 적혀 있다고 설명을 하며 이 간판이 여기 수용소가 어떤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글자 가운데 ‘B’ 자를 자세히 보라고 했습니다. 그 얘기에 따라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저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알파벳 B와는 모양이 달랐습니다. B는 윗부분이 작고 아랫부분이 더 큰 모양이 맞는데 포로수용소 입구에는 거꾸로 뒤집힌 글자가 간판에 달려 있었습니다. 의아해하는 얼굴들을 보며 가이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 글자는 일부러 뒤집어 놓은 거예요. 한번 이곳에 들어가면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단 의미죠.”
  그 설명은 어린 저에게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려 건물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는 것은 그곳의 공기였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씨가 아니었지만, 다리에 휘감기는 공기는 축축하고 무거웠습니다. 음습한 분위기가 여러 건물을 에워싸고 있었고 철조망으로 분리되어 있던 공간은 카메라에 필터라도 끼운 듯 더욱 어둡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들이마시는 숨마저도 무겁고 축축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어 걷는 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가이드는 이곳이 끌려온 사람들이 지냈던 집 같은 곳이라 했습니다. 괜스레 가슴이 섬뜩해졌습니다. 한껏 움츠러든 채 전시관 같은 곳을 들어가 보니 여러 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옷가지를 빼앗겨 알몸이 된 사진들이었습니다. 모멸감과 수치심, 무력감을 주려고 일부러 포로들을 나체 상태로 만들어 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보기 어려운 사진들을 지나 눈에 한가득 들어온 것은 새까만 담요들이었습니다. 실이 다 튀어나와 까끌까끌해 보이는 담요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는데, 가이드는 그 담요가 수용자들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담요가 한가득 쌓여있고, 그 옆에 낡은 신발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섬뜩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있던 곳이었기에 여러 이야기가 그 공간에 남아있었습니다. 잡혀 온 유대인 여성을 사랑해 그녀의 여동생을 목숨 걸고 빼내어 준 독일 장교도 있었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앞장서서 같은 유대인을 핍박하던 유대인도 있었습니다. 또 같은 감방 사람을 대신해 자신을 희생한 성직자도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번호에 ‘7’이 들어간 것을 보고 자기는 행운이 있을 거라 믿었다고 합니다. 살아남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었던 남자는 운이 좋게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나와 다른 수용소로 이동하던 중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에 쓰러지고 맙니다. 원래라면 쓰러진 사람은 가차 없이 총으로 쏴서 죽였어야 했지만, 간수들은 추운 날씨에 쓰러진 남자가 살아남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그냥 두고 떠났습니다. 얼마 후 기적처럼 남자는 의식을 찾고 정처 없이 걸어 목숨을 부지했다고 합니다. 다시 자유의 몸이 된 남자는 시간이 흘러 불행히도 또다시 붙잡혀 원래 있던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런데 때마침 수용소에서 폭동이 벌어졌습니다. 간수들에게 저항하는 사람들을 제지하기 위해 수용소 앞에 나와 있던 한 간수의 얼굴을 보고 남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간수는 수감생활 동안 매일 자신을 감시했던 간수였기 때문에 만일 돌아가게 된다면 가스실로 보내지는 일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기적처럼 살아난 목숨, 이번에도 살아남기를 간절히 빌었고 그의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인지 거세지는 폭동을 보던 호송인은 그들을 다른 수용소로 보냈고 전쟁이 끝나고 그가 가진 희망대로 끝까지 살아남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한 사람이 일심으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았을 때 그 소망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교훈이 어린 마음에 인상 깊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저의 기억 속 아우슈비츠는 너무 잔인한 공간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이유를 어린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역사가 있던 것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가스실에 남아있던 손톱자국처럼 마음에 남아버린 상처가 어린 마음에 힘이 들었습니다. 충격적인 경험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면서 마음 한편에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제가 배웠던 세계사는 전쟁의 역사였습니다. 뺏고 빼앗기고, 죽고 죽이며 오직 이익만을 위해 국가와 집단이 움직여 사람을 해쳤던 역사가 수천 년을 이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의 평화가 이상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이럴 리가 없는데’란 생각이 머리 한구석에 있었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사람보다 이익을 좇아왔던 역사를 보면 세계대전과 같은 큰 전쟁을 겪었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은 듯 평화를 유지하자고 결의하고 그것이 꽤 잘 지켜져 오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가르치는 이 평화가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역사적 변곡점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선각을 만나 도의 교화를 듣고서야 모든 의문의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통해 상극적인 세상이 상생으로 바뀌었단 말씀에 막힌 속이 뚫리는 거 같았고 도가 맞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일상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어진 것이 아닌 상제님께서 오셔서 바꿔주셨기에 가능하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 느꼈던 감사함이 제가 도를 닦으면서 어려움이 올 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러한 감사함을 잊을 때도 있었고 헤매고 마음을 잘 쓰지 못해서 비뚤어질 때도 있었지만 마음속에 마지막 보루처럼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다시 되짚어 보면서 다시금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전쟁을 하기도 하고 반목하기도 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지만 많은 사람이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평화를 추구하고 더불어 사는 것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릴 적 여행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사회가 시끄럽더라도 세상은 상생의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믿습니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수도하는 수도인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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