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虛勢)를 버리는 것이 만복의 근원
교무부 이정만
자기 PR시대인 오늘날 사람들이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SNS와 개인 매체 등의 발달로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적절한 허세는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대인관계에서는 서로를 즐겁게 만드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허세는 자기 내면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등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상생의 도를 닦는 우리 도인도 자칫 수도의 근본을 망각하다 보면 지나친 허세를 부리는 경우가 있다. 이에 도전님께서는 “무자기를 근본으로 하여 허세를 버리는 것이 만복의 근원이 된다.”01 라고 말씀하시며 수도에서 허세를 경계하도록 하셨다. 여기에서 ‘무자기’는 그동안 다양한 주제로 많이 다루어졌기에 이 글에서는 허세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이 말씀의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허세(虛勢)’는 ‘비다, 없다, 헛되다’라는 뜻의 허(虛) 자와 ‘형세(形勢), 권세(權勢), 기세(氣勢)’라는 뜻의 세(勢) 자로 이루어진 한자어로, 그 사전적 의미는 “실속이 없이 겉으로만 드러나 보이는 기세” 혹은 “실속 없이 과장되게 부풀린 기세” 등으로 나타나 있다. 즉, ‘실제로는 없으면서 있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는 것으로 실속은 없이 남에게 자기 모습을 실제보다 우월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과시하려는 행위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우리의 옛 속담이 허세와 일맥상통한다. 허세와 관련된 고사성어로는 허장성세(虛張聲勢)가 있다. 이 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 나라 장군 선진(先袗, 미상~기원전 627년)이 위(魏) 나라의 오록성을 공격할 때 사용한 병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실제 내가 가진 병력과 물자가 부족해도 상대방에게는 많게 보이려고 거짓으로 나의 전력을 부풀리는 전략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고사성어는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세는 경제력, 인맥, 지식 등에 관한 과시의 형태로 드러난다. 경제력에 관한 허세는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 옷과 가방, 고급 자동차 등을 소유하거나 사용함으로써 경제력을 과시하는 형태이다.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의 팽배와 SNS의 발달로 흔히 볼 수 있는 허세의 모습이다. 인맥에 관한 허세는 주위 사람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유명 인사를 거론하며 그들과 마치 돈독한 사이인 것처럼 자랑하는 형태이다. 지식에 관한 허세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마치 전문가처럼 잘 아는 척하는 형태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에서 사람은 누구나 인정과 존중을 받으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이러한 욕구가 있다고 주장한 인물로는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H. Maslow, 1908~1970)가 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지게 되는 욕구에는 생리적, 안전, 소속과 애정, 인정과 존중, 자아실현의 욕구 5가지가 있다고 했다.02 생리적 욕구는 음식ㆍ물ㆍ공기ㆍ수면ㆍ배설 등에 대한 욕구이고, 안전 욕구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추구하려는 욕구이며, 소속과 애정의 욕구는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소속감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이다. 그리고 인정과 존중 욕구는 가족ㆍ조직ㆍ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이고,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기의 잠재력을 달성하려는 욕구를 말한다. 여기서 ‘인정과 존중의 욕구’는 다시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명성, 평판, 사회적 지위 등으로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이며, 다른 하나는 성취감, 성숙함, 자존심 등 자기 스스로에게 인정을 받음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에, 만일 누군가 실력이나 실속이 부족하여 자신감이 없는 가운데 인정과 존중의 욕구를 채우려고 하면 허세를 부려서라도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하게 된다.03 자존감이 낮아 자신의 가치를 나 자신보다 타인의 인정에서 찾으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허세가 심할 수 있다.04 이러한 허세에 대하여 도전님께서는 운수와 도통을 바라는 수도에서 버려야 할 것으로 말씀하셨다. 왜 허세를 버려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도전님께서 말씀하신 “진실(眞實)은 만복(萬福)의 근원이요, 거짓은 모든 죄악의 근본이 된다.”(「도전님 훈시」 1985.10.19)라는 구절을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다. 이 말씀은 곧 ‘모든 복은 진실에서, 모든 죄악은 거짓에서 비롯된다.’라는 의미이다. 이를 서두에서 언급한 훈시를 통해 볼 때, 우리가 버려야 할 허세의 속성은 ‘진실하지 않고 거짓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 참되고 변하지 않는 영원한 진리” 등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그리고 도전님께서는 진실하고 정직한 인간 본연의 마음이 양심이라고 했으므로 진실은 양심에서 나오는 것이다.05 반면에 허세는 남에게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에서 실제 나의 모습보다 과장되게 겉으로 드러내는 언행이므로 반드시 거짓된 말과 행동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런 거짓된 언행은 하면 할수록 늘고 갈수록 그 범위와 대상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06 허세의 정도가 심해지면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07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거짓은 도통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하여 도전님께서는 “거짓을 행하게 되면 잘못된 일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척(慼)이 되어 나타나게 되며, 이 척이 자신의 앞길을 막게 되는 것입니다.”08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거짓은 기만(欺瞞)이니 … 기만으로 마음이 공허하면 말부터 실(實)이 없어 이상을 구현하지 못하고 행동 또한 바르지 못하여져 일마다 허구성에 사로잡히다가 마침내는 위선자(僞善者)가 되어 허세로 일을 그르쳐 망치게 되니…”09라는 말씀도 하셨다. 거짓은 남에게 피해를 주어 척을 만들고, 그 척은 나의 수도 과정에 장애를 생기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공허하게 하여 사실에도 없는 일을 사실처럼 꾸며 만들려는 거짓된 허구심에 빠지게 함으로써 위선자가 되게 하여 허세로 일을 그르치게 한다. 이로 볼 때, 거짓은 우리의 수도 과정에서 척을 지어 운수와 도통을 받는 데 장애가 되기에, 도전님께서 거짓된 속성을 지닌 허세의 언행을 버리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따라서 허세를 버리는 것이 진실에 다가가 만복을 받는 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실이 만복의 근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만복은 수도 과정에서 받는 복과 나아가 수도의 목적인 운수와 도통의 복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을 내려주시는 분은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의 주재자이신 상제님이시다. 이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복록은 내가 맡았으나 맡겨 줄 곳이 없어 한이로다.”10라는 구절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복을 주관하시는 상제님께서 “진심견수 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11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진실한 마음을 굳게 지키면 복이 먼저 온다’라는 의미이다. 수도는 상제님께서 내려주시는 운수와 도통의 큰 복을 구하기 위해 양심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旅程)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길에서 자칫 방심하면 양심을 잃어버리고 거짓된 허세로 방황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마음을 속이지 않는 무자기로 돌아가 도전님께서 전해 주신 “허세를 버리는 것이 만복의 근원”이라는 이정표를 떠올려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01 『대순지침』, p.71. 02 에노모토 히로아키, 『인정욕구』, 김지선 옮김 (서울: FIKA, 2023), pp.18-33 참고. 매슬로우가 주장한 욕구는 초기에는 5단계였으나 1969년 매슬로우가 죽기 1년 전 ‘자아 초월 욕구’ 1단계가 추가되어 6단계가 된다. 그리고 1990년에는 그 제자들이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 두 단계를 더 추가하여 8단계가 되었다. 03 같은 책, pp.31-33 참고. 04 이인수ㆍ이무석, 『누구의 인정도 아닌』 (경기: 위즈덤하우스 미디어그룹, 2017), pp.21-24 참고. 05 『대순진리회요람』, pp.18-19 참고. 06 서진우,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 낳는다」, 《매일경제》 2016. 10. 26 참고. https://www.mk.co.kr/news/it/7550420. 07 리플리(Ripley) 증후군은 미국의 여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쓴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1955)라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의학계에서는 공상 허언증으로 분류된다. 「리플리 증후군」, 『두산백과』 참고. 08 「도전님 훈시」(1989. 3. 7). 09 「도전님 훈시」(1985. 10. 19). 같은 날 훈시에는 거짓으로 허구심을 일으키는 행위의 구체적인 사례로 ‘위세를 부려 지위를 노리는 것’, ‘자존(自尊)으로 남을 멸시하는 것’, ‘공리(功利)를 과장하기 위하여 자기 사람을 만들기에 힘쓰는 것’, ‘허물을 은폐하기 위하여 아첨하는 것’ 등이 나타나 있다.. 10 교법 2장 4절. 11 교법 2장 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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