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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공모전 : 2024 대순문예공모전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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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순문예공모전 심사평



○ 운문


심사위원

위원장   신유식 문학박사(대진대 교양학부 교수)
위원장   이필규 문학박사(상징학연구소 문학평론가)
위원장   김곤선 선생님(대진고 부장교사)



  백발의 노련한 평론가를 모셨다. 다양한 행사와 강의로 바쁜 이필규 박사를 한 자리에 모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상징학연구소에서 새로운 집필에 정황이 없으셨다. 간곡한 몇 통의 전화로 대순문예공모전 심사에 모신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9월 2일 운문 33편을 받았다. 9월 6일 심사위원과 대순문예공모전 담당자와 상견례를 했다. 심사 방향을 담당자에게 안내받았다. 어렵게 잡은 일정이 9월 12일인데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확진으로 한 분은 온라인으로 두 명은 식당에서 심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낯선 상황이 어색하였으나 시를 읽는 한 가지 마음의 동업자, 선후배로서 분위기는 금세 좋아졌다. 2024년 대순문예공모전 운문 심사는 ‘도심과 영성의 형상화’로 주제를 잡았다.



도심과 영성의 형상화

신유식(대진대 교양학부 교수)



  심사 기간 중 심사위원 한 분이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일정이 흐트러진다. 어떤 것이든 일정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편안하고 안정된다. 수시로 일정이 변동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비일상이 수준에 도달되면 일상에 가깝다. 나는 비껴갈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우리는 많은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정말 위험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순문예공모전의 응모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다. 오히려 이 시국에 의해 결속과 경계의 초월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기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더욱 굳건해진 듯하다. 응모작들이 한결같이 도심(道心)과 영성(靈性)이 넘쳐 그것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3명의 심사위원이 기준을 정했다. 형상화로 순위를 정했다.


▲ 신유식 심사위원장



  형상화의 한 예로 ‘약자인 시각장애인이 새로운 꿈을 꾸었다’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고 하자.


조선 후기 문화적 권력(Hegemonie)으로의 접근이 금지된 약자(subaltern)는 꿈을 말할 수 있는가, 그들에게 광명천지의 꿈이 있다면 그것은 사료 오염을 걷어낸 역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갖는다.


  만약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쓴다면 가치 있는 언어 진술로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Gayatri Chakravorty Spivak, 1942~  )식 문학 평론이나 철학의 진술이 될 수 있다.
  약자의 꿈은 실제 역사에서는 그리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역사는 왕의 치적이 중요하다. 왕의 치적만 강조되는 사료 오염을 걷어낸다면 약자들이 꾸었던 꿈이 역사의 전면에 드러날 수 있다. 


심봉사 눈뜨고 기뻐하는 소리 쩌렁쩌렁 퍼지니 그 소리에 온 나라 모든 봉사 오뉴월 달 장마에 둑 터지는 소리 내며 두 눈 뜨고 떠들썩하다.


  라고 쓴다면 판소리계 소설로 형상화한 표현이다. 시각장애인을 앞세워 사회적 약자가 광명천지 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광명천지 사상을 형상화하지 않은 것과 형상화한 것은 그 표현이 이토록 확연히 다르다.

  응모작들을 놓고 서정시로서 형상화가 된 순서로 입상을 결정했다. 단 진부한(Cliché) 형상화는 뒤로 두었다. 응모작 중에 서사시는 한 편도 없었다. 최우수상을 놓고 「햇살 머물던 자리」와 「아버지의 비망록」이 다퉜다. 「햇살 머물던 자리」가 계절의 순환에 따른 전개 방식이면서도 그것을 모아주는 결연(結聯)의 느슨함으로 형상화의 허점을 보여 우수작으로 미뤘다. 「아버지의 비망록」은 기억 속 인화지처럼 찍힌 어촌의 풍경에 스민 아버지의 인생 고(苦)를 운율을 살린 서정시의 관습으로 잘 형상화하였다. 또한 어촌 생활을 체득하지 않으면 이런 부류의 서정을 담아낼 수 없어 체득을 통한 표현도 한몫을 했다. 시를 쓸 때는 앰프슨의 ‘7가지 애매성(Ambiguity)’에 유의해야 한다. 시는 애매성의 원리에 부합되어야 좋은 시가 된다. 응모작 중 형상화를 어느 정도 이룬 시들도 애매성이 부족했다. 시는 소리(운율)와 빛깔(이미지)로 모든 걸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 의미를 싣는다. 그러니 시는 색깔(이미지)로, 소리(운율)로, 의미로 말하는 듯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갖추어진 시는 깊은 맛을 준다. 애매성이라 하니 이말 저말 이상한 말로 애매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우수작 또한 시어를 소리와 색깔로 완결하는 형식을 밀고 올라간 그곳에 의미 운반체 기능을 남겨두어서 환기력(喚起力)의 애매한 지경에 처함으로써 시어(詩語)가 탄생한다는 점을 앞으로 보강해 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즉, 산문은 의미만 전달하면 된다. 그러나 시는 운율, 이미지, 상징과 의미를 통합해야 애매성의 미학을 담보할 수 있다. 응모작 편편이 가치 있는 언어 진술로 높이 살 수 있었으나 형상화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작품을 선 외로 하였다. 심사평이 서정시 형상화 팁의 장황한 목록을 생략한다고 응모자가 복잡한 형상화 규칙들에 관한 의식을 함께 생략할 수 없다.


2024. 9. 13. 심사위원 일동




○ 산문


심사 과정


  이번 2024년 대순문예공모전 산문 부문에 응모된 작품은 총 37편입니다. 이번 산문 부문에서는 응모작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특별히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작품이 없었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이 점은 심사를 난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최우수와 우수, 우수와 장려, 장려와 가작의 간극이 그 어느 때 보다 좁았던 탓입니다.
  2024년부터 대순문예공모전 산문 부문 심사는 교무부 출판팀에서 맡게 되었습니다.
  심사 기준은 ①《대순회보》 등재 적합성 ②형식과 기교보다 진실과 감동 ③주제가 내용에 잘 드러나는가입니다. 심사 방법은 1차 심사에서 20편의 작품을 선정하고, 2차 심사에서 논의를 통해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심사평


  최우수 작품으로 꼽힌 「복이 세 배라는 삼복 중 공부」는 반복되는 삶에서 느끼는 느슨함,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소중한 것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수도’라는 카테고리에서 ‘생명보다 소중한 공부’라는 의미 있는 메시지로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부에 관한 글쓴이의 경험을 통해 많은 도인이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초심을 추스를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우수 작품인 「나의 해원일지」는 자기 관조가 뛰어난 글입니다. 독자들은 이 글을 읽으며 ‘일상 자신을 반성하여 과부족이 없는가를 살펴 고쳐 나갈 것’이라는 수칙 다섯 번째 구절을 내내 떠올릴 것입니다. 자신 내면의 문제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야기해 나가는 일지 형태의 흐름은 자칫 재미를 상실시킬 수 있지만, 필자의 솔직한 경험과 담담하고 따뜻한 문장력이 단점을 상쇄시켜 흥미로운 글이 됐습니다. 또한 필자의 고민은 비단 필자만의 고민이 아님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인산수도(人山修道)가 결국 ‘나’로부터 시작됨을 깨닫는 성찰의 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수 작품인 「600억의 선각」은 600억이라는 아주 자극적인 단어 선택으로 호기심을 자아내어 독자를 이끕니다. 특히, 완독 후 ‘나도 후천에서는 600억 부자’라는 희망찬 만족감을 독자에게 줌으로써 좀 더 재미있는 글이 되었습니다. 필자의 과거는 비극이었으나, 결국 인복 많은 행운아가 됩니다. 필자가 행복해지기까지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으나 필자를 행운아라고 확정지은 것은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즉, 자신이 삶의 주인임을 깨달은 아름답고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타인을 구제하려면 무엇보다 자성(自性)이 완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1985. 7. 27)”라는 도전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장려에도 좋은 글이 많습니다. 먼저 「감정은 고통이자 축복이다」는 개인의 가치가 극대화된 시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세대 갈등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핵개인 시대에서는 권위주의가 자연스레 약해집니다. 권위주의의 옳고 그름을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시대에서 ‘예(禮)’마저 소실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경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세대 갈등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글쓴이는 이러한 시대의 문제들을 자기 경험을 통해 대순사상의 가르침으로 어떻게든 풀어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퍽 인상적이었으나, 글이 길어지는 후반부부터는 사족으로 느껴지는 내용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기도를 준비하며」는 세상의 냉정함을 ‘정성’에 이입시킵니다. 자본주의의 냉정한 가치를 의인화시켜 기도의 방법론으로 치환합니다. 대상은 자신입니다. 첨예하게 자신의 수도를 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수도를 하는 우리는 늘 상제님의 덕화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아 눈치채기 힘듭니다. 그래서 밖으로 내뱉기에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이 글도 그런 글입니다. 타인이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명확한 무언가가 글 속에 있습니다. 본인만의 경험으로 수도를 1순위로 만들었습니다. 「나의 3순위」는 이런 글쓴이를 응원하고 싶게 만듭니다.
  자신의 재발견, 수도의 재도전. 이렇게 「나의 수도 적응기」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밥 줘? 밥조!」에 나오는 ‘얼룩의 정성’은 우리가 어떻게 수도하고 있는지 다시금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습니다. 마음속 깊이 있던 음덕(陰德)이 바깥으로 잔잔히 드러납니다.
  「직접 경험을 통한 깨달음」은 글쓴이의 고행이 희화화되어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글쓴이의 잘못된 생각과 행위는 ‘천벌’이라는 형태로 즉시 드러나므로 마치 ‘3분 요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경우는 ‘3분 천벌’입니다. 안전한 수도를 위해 필자는 항상 바른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에 처음부터 경력직인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수도를 하는 자리도, 부모의 자리도 모두 우리는 초보 신입으로 시작합니다. 「초초보 엄마, 소통의 첫걸음」은 초보 신입의 입장을 깔끔한 문장력으로 잘 풀어가는 글입니다. 이때 배우는 경험은 경력자가 되어서도 잊지 못할 소중한 양분이 될 것입니다. 글쓴이의 초초보 소통을 응원하며, 유능한 경력자가 되어 다시 만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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