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의료봉사를 가다
출판팀
아프면 참 서럽다. 무슨 병인지 알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진료받을 병원조차 없다면 정말 암담하다. 의료지식이 있는 누군가가 와주기만 한다면 꼭두새벽 걸음을 해서라도 갈 것이다. 대진국제자원봉사단(이하 디바)과 대진의료재단 분당제생병원(병원장 나화엽)의 이번 의료봉사도 이런 곳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한 것이다. 의료봉사 지역인 베트남의 랑선성 반랑현은 소수민족 비율이 96.54%로 국가가 정한 빈곤 지역이다. 먼저 사전 답사를 통해 베트남 현지 상황을 파악했다. 랑선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을 고려해서 진료과를 선정하고 분당제생병원 해당 과에서 인력과 업무 조율을 거쳐 지원자를 모집했다.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치과 등 5개 진료과의 과장급 의사와 간호사, 치위생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의료 사회복지사 등 14명의 의료진과 디바 인원 14명, 여주본부도장 영상팀이 참여했다. 베트남에서도 랑선성 외교국 직원과 반랑현 보건소와 의료원에서 의료진 17명이 함께 했고 하노이에서도 2명의 의사가 와주었다. 그리고 랑선성 현지 대학생 봉사자 20명이 환자 안내와 이벤트 진행을 맡아 총 72명이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의료봉사팀은 랑선성 반랑현 황 비엣면 보건소와 황 비엣면 초등학교, 나 썸읍면 초등학교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11시간을 진료했다. 하루 수용 인원이 100명이었으나 의료봉사 소식을 듣고 첫날은 124명, 둘째 날은 139명, 마지막 날은 146명의 환자가 몰려 의료진이 쉴 틈이 없었다.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치과 전문의가 진료하고, 혈액, 소변검사, 초음파 검사, 물리치료, 약 처방을 했다. 의사와 간호사는 8개 파트로 나눠 진료하였고 진료 항목 중에서 혈액검사, 물리치료, 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많았다. 진료소를 찾아온 환자 수가 총 409명이나 실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천 명이 넘는다. 병원이 멀어서 진찰받기 어려운데다 의료보험이 있다 하더라도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으니 한 사람이 여러 질환을 앓는 상황이라 진료도 여러 과에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치과는 보건소에서 환자 진료와 함께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불소도포를 해주었다.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의료 기구로 난관이 있었으나 반랑현 의료원의 지원으로 현지 의사, 간호사가 함께한 덕분에 총 835명의 학생에게 불소도포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의료봉사가 특별했던 것은 디바와 분당제생병원 인원 외에도 베트남 반랑현 현지 의료원 및 보건소의 의료진과 디바 한국어 교육원 출신의 대학생이 함께했다는 점이다. 한국어 교육원 출신 대학생들은 통역을 맡아 환자와 한국 의료진 간의 소통에 기여했다. 지금까지 나눔을 받아만 오던 베트남 사람들이 자국민에게 봉사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렇게 현지 협조가 원활할 수 있었던 것은 디바가 베트남에서 꾸준히 구호자선활동을 해오면서 지역 공무원과 신뢰가 쌓인 덕분이다.
의료봉사 중 제공한 약은 베트남에서 허가받은 제품만 사용할 수 있었기에 모두 현지에서 구매하였고 치과 의자, 기구 소독 등은 모두 반랑현 의료원의 힘을 빌렸다. 특히 요청자가 많았던 초음파 검사는 해당과 전문의 출신인 현지 의료원 원장이 직접 기계를 가져와서 추가로 진료실을 마련해 더 많은 이들이 검사받을 수 있었다. 또한 현지 약사가 함께한 덕분에 환자들에게 구체적인 복약 상담이 가능했다. 게다가 진료 중 갑상선암, 담관암, 췌장암 의심 환자를 발견하였는데 이후 반랑현 의료원과 연계하여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의료봉사가 단기적 활동이었던 점과 비교해 이번에는 지역 의료진과 함께 그리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관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그러니 이번 의료봉사는 분당제생병원과 디바, 그리고 베트남 의료진과 공무원이 협력해서 이루어낸 화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의료봉사 단장인 분당제생병원 신경외과 오성한 주임과장은 “여러 제약이 많아 치료에 한계가 있었지만, 집에서 3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먼 길에도 의료봉사팀을 찾아오신 분도 계셨다”라며 “말은 안 통해도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하는 환자분들을 진료하면서 해외 의료봉사를 통해 생명 사랑, 희망 나눔의 가치를 이은 것 같아 봉사단 모두 큰 보람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번 의료봉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 분당제생병원 사회사업팀 신재은 팀장의 말에 따르면 원래 오전 50명, 오후 50명으로 하루 100명을 진료할 계획이었으나 인원이 몰려 검사를 다 못하고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니 현지 상황에 못 맞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지속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바로 조치해주지 못하는 상황, 비용 부담으로 치료가 어려운 이들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더 살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는 그의 말에서 ‘뼛속까지 ~한 사람’이란 이런 이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다. 저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디바와 분당제생병원이 함께 한 해외 의료봉사는 이번이 3번째다. 의료봉사는 의료진의 재능기부와 함께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번 봉사활동의 비용은 분당제생병원 직원들이 평소 십시일반 모은 자선진료기금, 대우재단 공모사업 펀드, 씨젠의료재단의 협찬과 더불어 종단의 3대 중요사업을 실천하고 있는 디바에서 많은 부분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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