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문예 : 산문 최우수
복이 세 배라는 삼복 중 공부
자양57 방면 교감 김정순
방면 임원의 집안 사정으로 공부를 한 차수 바꿔 들어가게 되었다. 본래 내 공부보다 2주 뒤인 8월 2일 정급 자리였다. 장마 후 연일 이어지는 폭염 경보와 높은 습도는 공부일에도 이어져 마치 습식 사우나에 들어간 듯 그야말로 푹푹 찌는 찜통 같았다. 어떤 분은 우리 공부는 ‘찌는 공부’라고 했고, 어떤 분은 삼복 중에 하는 공부이니 ‘복이 세 배’라고 했다. 공부 시작에 앞서 당일 공부의 총책임을 맡은 시학관의 교화가 있었다. 시학관은 먼저 이번 공부는 74차 1호 36반이라며, “오늘 공부 처음 들어오신 분은 손을 들어보세요”라고 했다. 손을 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공부를 처음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아무래도 더 신경을 써서 살펴야 하기에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사이 시학관은 계속 말을 이었다. “여러분 중 손을 드신 분이 아무도 안 계시는데, 이 74차 1호 36반 공부는 여러분 모두가 오늘이 처음 아니십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오늘 공부 처음 들어오신 분?” 그 질문에 시학원을 포함한 36명 전원이 다 손을 들었다. “여러분들은 공부를 최소한 한 번, 많게는 공부 시작 때부터 계속해오신 분들입니다. 공부를 해봤다, 할 줄 안다는 안일한 생각은 실수를 하게 하고 공부 사고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건 처음 뭔가를 접하는 사람은 잘 모른다는 생각에 매사 신중하고 조심하게 되어 실수가 적습니다. 우리는 모두 2024년 8월 2일에 처음 공부하는 것이니 초심자의 마음가짐으로 실수 없이 공부 잘하도록 합시다”라는 말씀을 시작으로 공부에 대한 교화를 이어가셨다. 20년 넘게 공부를 들어가 수많은 교화를 들었지만 “오늘 공부 처음 들오신 분?”에 이런 의미를 담은 교화는 적잖이 신선하면서도 그 하루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했다. 근래 공부 사고가 잦아 너무 안타깝고 죄송스럽다고 말하는 시학관의 심정이 충분히 느껴져 나도 초심자의 자세로 공부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더욱 굳게 먹게 되었다. 그리고 시학원의 교화가 있었다. 많은 말씀 중 “백일 정성, 천일 정성도 들이는 데 생명보다 중요한 공부에 하루 정성 못들이겠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임하자는 것과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라며 이 삼복더위에 공부하면서 더운 날씨를 탓하거나 불평하는 등의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땀 흠뻑 흘리며 공부하는 동안 내 체질과 성격이 고쳐지리라는 마음을 먹어봅시다”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폭염 속에서 공부에 임할 마음가짐으로 상제님께서 종도들이 풍ㆍ우ㆍ한ㆍ서(風雨寒暑)에 따라 불편을 아뢸 때마다 천기를 돌려서 편의를 보아주시고 하루는 상제님께서 “너희들이 이후로는 추워도 춥다 하지 말고 더워도 덥다 하지 말고 비나 눈이 내려도 불평하지 말라. 천지에서 쓸 데가 있어서 하는 일이니 항상 말썽을 부리면 역천이 되나니라”고 말씀하신 권지 2장 36절 구절을 다시 음미하며, 무더위도 받아들이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면 그 속에 내 겁액의 기운도 따라 쏟아져 나오리라는 생각도 가졌던 터라 시학원의 말씀이 잘 새겨졌다. 그렇게 시학관과 시학원 두 분은 공부의 중요성을 전하며 9시부터 시작해 봉심 대기하는 시간 전까지 알차고 간곡하게 주의, 당부를 이어갔다. 그렇게 이번 공부에 더욱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영대에 올라 상제님께 배례를 드렸다. 그때부터 온몸은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본전초소 선풍기는 공부 주문처럼 1분 1초도 쉼 없이 돌아갔다. 잠시라도 선풍기 곁을 떠날 수 없었던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선풍기 없이 한 시간 꼬박 공부해야 하는 내 공부 시간이 되었다. 새벽 4시와 오후 4시. 공부 내내 흘러내리는 무수한 땀방울, 특히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땀은 볼을 간지럽히며 타고내렸고 손을 들어 땀을 닦을 수 없는 한 시간의 공부가 끝났다. 땀이 흘러 들어가 눈은 따가웠고 손등도 땀에 젖어 닦아도 닦이지 않으니 겨우 눈을 뜨고 좌배한 후 공부방을 나왔다. 얼굴부터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공부를 무탈하게 잘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쉼 없이 흘러내린 수많은 땀 속에 내 겁액도 많이 흘러내렸으리라는 기대감을 살짝 얹어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늘 같이하던 익숙한 공부반이 아닌 낯선 사람들과 함께한 반인데다 처음 하는 정급 공부여서 매시간 공부자와 근무자를 확인하고 57분 교대 차임벨에 집중하느라 신경을 썼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어느새 24시간의 일정이 끝나는 봉심 시간이 되었다. 깊은 밤이나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에도 바람 한 점 없는, 그야말로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천지공사를 받들겠다는 일념과 모두의 화합된 마음으로 무탈하게 공부를 하고 영대에 올라 상제님께 배례를 드리며 시학공부를 잘 마무리 지었다. 구천상제님의 유지를 받드신 도주님의 50년 공부종필의 결정체인 시학ㆍ시법공부에 참여하는 것을 도전님께서는 ‘영광스럽고, 영광스럽고, 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세 번 거듭 말씀하셨다는 어느 시학원의 교화가 생각났다. 이런 영광스러운 공부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혹한과 혹서가 찾아오더라도 내 자리를 잘 지켜 정년이 될 때까지 무탈하게 공부를 마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영광은 없으리라. 폭염이다, 열대야다, 초열대야다 해도 지나고 보면 그래도 ‘그때는 덜 더운 해였다’라고 회상할 것 같다. 앞으로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은 지속될 테니까 말이다. 옛말에 ‘기한발도심(飢寒發道心: 춥고 배고프면 도심이 일어난다)’이란 말이 있지만 이젠 폭염 속에서 도심이 드러나는 시기인 것 같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은 땀범벅이지만 한복 매무시 단정히 하고 상제님 뵈러 오신 참배객들, 길게 줄 서서 이동하는 수강 행렬, 진술축미 자오묘유 시간에 양수거지하고 올라와 기도 모시는 수호반 분들 등등. 본전초소에서 바라본 수도인들의 정성 들이는 모습은 감동이었고 상대적으로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에 부끄러워지는 건 내 몫이었다. 지금도 매시 57분이면 본전초소에서 울리는 차임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천지에 쓰임이 되기 위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수도인들이 각도문의 마지막 구절처럼 모두 후천선경에 함께 오를 수 있기를….
청화오만년용화선경 일일동제지지 천만행심언 (淸華五萬年龍華仙境 一一同躋之地 千萬幸甚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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