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대진고 30년, 최고의 고등학교를 꿈꾸다
출판팀 김인수
▲ 분당대진고등학교 전경(2024년 10월 28일)
분당대진고등학교(교장 이충환)가 올해로 개교 30년을 맞이했다. 학교가 자리 잡은 성남시 분당구는 1991년부터 개발된 신도시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구(區)다. 24개의 고등학교가 있는 분당구에서 분당대진고는 명문사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자는 분당대진고를 방문해서 이충환 교장 선생님(이하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교장 선생님은 1991년에 대진여자고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하여 분당대진고가 개교하던 해에 온 창립멤버라고 한다. “남이 행복하면 내가 행복하고 우리가 행복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교장 선생님은 “개인적으로도 개교 30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충환 교장 선생님
기자. 학교가 개교하던 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교장 선생님. 분당대진고는 1995년에 개교할 예정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분당이 개발되면서 유입 인구가 늘고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고등학교가 부족해 진학을 못 하는 학생이 생겼습니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분당대진고를 1994년에 개교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2월부터 개교하기 전까지 한 달 동안 급하게 개교 준비를 했고, 입학식도 3월 5일쯤 했습니다. 교실에는 책상과 의자도 없었고 운동장에도 체육시설이 하나도 없었으며 교무실 또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건물만 있는 상태였죠. 게다가 당시에 경험 있는 선생님은 4~5명 밖에 없었습니다. 새로 오신 초임 선생님들을 가르치고 모든 양식을 학교에 맞게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기자. 학교가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 입학한 학생들은 잘 적응했나요?
교장 선생님. 그 시절엔 시험을 봐서 입학하는 선발제였습니다. 다른 학교에 합격을 못한 학생이 70~80명이 왔었죠. 이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흥미도 열망도 별로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분당이 개발되면서 서울에서 우리 학교로 전학해 온 학생들이 많아졌고, 전학생들의 학습 욕구가 높아 학교는 차츰 공부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기존에 있던 학생과 전학생 사이에 다툼이 생긴 것입니다. 아침에 학교를 둘러보면 묘목을 고정하기 위해 세워둔 버팀목이 학생들 싸움으로 뽑혀 부러져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특히 전학 온 2학년과 입학한 1학년과 부딪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문제 해결을 하려다 보니 제가 좀 엄하게 대했나 봅니다. 제가 당시 학생부장이었는데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그래도 학생과 소통하려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기자. 선생님들이 참 힘드셨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다행이라 해야 할 지, 선생님 중에 총각이 많았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과 1 대 1 상담을 꾸준히 했고,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키고 나면, 집으로 가지 않고 단체로 숙직실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열정이 대단했지요. 학교가 사립이라서 그런지 책임감이나 소명감이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우리 학교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상위권대학 진학률이 높아졌고 명문 학교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지역에서 현재 분당대진고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교장 선생님. 이곳 학부모 사이에 ‘낙중대(낙생고, 분당중앙고, 분당대진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국 일반고 1위를 꼽는다면 분당의 낙생고를 말합니다. 우리 학교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의학 계열 진학과 해외 대학 진학이 높습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은 분당중앙고보다 비율이 높습니다. 요즘은 ‘낙대중’이라고도 합니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우리 학교가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기에 ‘대낙중’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상위권 대학 합격자 현황(2021~2024년)
기자. 분당대진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교장 선생님. 분당은 학부모님들의 직업이 좋고 부촌이어서 자녀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많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부 전형과 수능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특히 학생의 장점이 잘 드러나도록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있어,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학교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중학생이 우리 학교를 1지망으로 지원합니다. 입학 설명회를 보면 보통 다른 학교는 3, 4백 명 내외로 오는데, 우리 학교는 올해 850명 정도 참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학교가 이렇게 학부모와 중학생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급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급식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어 한다고요?
교장 선생님. 우리 학교는 급식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냉동식품은 쓰지 않고 음식을 직접 조리합니다. 영양사님이나 조리장님하고 조리하는 여사님들이 애정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식단을 새롭게 개발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며 점심 후 바로 석식까지 준비하는 것에 대해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분당은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가 적기 때문에 다른 학교는 석식을 거의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석식 인원이 600명이 넘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사비가 들어도 급식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대부분 신청하고 있고 학생들도 좋아합니다. 교감 선생님과 저는 급식 시간에 배식을 돕고 아이들과 인사를 하며 근황을 물어보고 소통하는 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① ② ③ 학교자율과정(교과융합프로젝트 수업) ④ 체육대회
기자. 선생님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교장 선생님. 소통은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길이요 행복의 지름길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과 소통을 위해 아침마다 상담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은 등교 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자율학습을 합니다. 이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학생의 진로, 성적, 고민 등을 상담합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학생의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분당은 다른 곳보다 학교에 관해 학부모의 관심이 크고 그만큼 민원도 많습니다. 선생님들이 학부모와 소통하는 걸 제일 어려워합니다. 저는 학부모와 소통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 동안 단절되었던 ‘학부모 대표 간담회’를 부활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과 건의 사항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매 학기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모니터링을 하고, ‘학부모 대의원회’를 개최하여 학교 교육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노력하다 보니 올해는 학부모로부터 단 한 건의 민원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교직원과의 소통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직원 회의 마지막에 “선생님!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적응하면서 다들 편하게 대해줍니다. 마음을 열고 대하다 보니 일의 능률이 좋아졌습니다. 올해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교직원 워크샵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서로를 알고 대화하는 좋은 기회였다며 그동안 대화를 못 했던 선생님이나 고마웠던 분께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다고 했습니다. 특히 부모님께 ‘감사 문자 보내기(Say Thank You)’를 통해 부모님과 학생이 서로 소통하고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시간(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갖도록 했습니다. 처음 문자를 보낼 때 학생도 쑥스러워하며 마지못해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부모님들도 문자를 받고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어떤 부모님은 보이스피싱 아닌가 해서 학교로 전화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문자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이런 문자를 받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역시 대진고에 보내길 잘했다”라며 감사하다고 하는 분도 있고, “매월 말이 기다려진다”라며 “처음엔 간단한 문자만 보냈는데 이제는 깊은 대화까지 하게 되었다”라고 피드백이 들어 오고 있습니다. 소통의 소중함을 느꼈던 일화가 또 있습니다. 내년부터 공간 재구성을 위해 별관에 있던 도서실을 본관 1층으로 옮깁니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갈 데가 없었는데, 공부도 하며(독서실, 세미나실) 잠시 쉴 수도 있고(평상형 휴식 공간) 음악도 들으며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모둠형 휴식 공간)을 겨울방학 동안 만들 계획입니다. 이 도서실은 학생들 의견을 적극 반영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여한 학생 중 상당수가 3학년이었습니다. 3학년은 수능 준비로 바쁘고, 졸업하면 자신들이 사용하지도 못할 곳인데 후배들을 위해 직접 시간을 내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거죠. 학생들에게 감동했습니다.
기자.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여 학교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요?
교장 선생님. 현재 교육부에서는 ‘에듀테크 활용 수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분당대진고가 ‘디지털 교육 중심 학교 및 하이러닝(경기도형 원격수업 플랫폼) 선도 학교’로 선정되어 그에 따른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남 교과 특성화 학교(의생명ㆍAI공학ㆍ융합 교육과정)’로도 선정되어 이에 맞는 대입지원부를 신설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1, 2학년에게는 총 100명 규모의 융합아카데미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개교 30년을 맞이하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장 선생님. 분당대진고등학교가 개교 30년이라는 찬란한 역사의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종단과 법인의 배려와 지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더 인정받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행복한 학교로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30년의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명문사학으로서의 책임감을 잊지 않고 지역사회의 교육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살피고 소통하겠습니다. 모든 분께 자부심이 될 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충환 교장 선생님은 분당대진고가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학교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사립학교 특성상 오랜 기간 근무한 선생님들이 많아 학교와 지역사회의 특색을 잘 파악하고 있고, 우리 학교라는 주인의식이 강하여 학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라고 말한다. 또한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늘 그 자리에 은사님이 계시기에 꾸준히 찾아와 학생과 사제 간의 유대감이 매우 좋다 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편안한 곳이 되어야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소신처럼 분당대진고가 100년, 200년이 지나도 모두의 마음에 인성도 공부도 급식도 최고인 학교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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