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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가작
울산바위에서의 다짐
신평1 방면 보정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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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일까? 아마도 흡연자들에게는 금연이라는 것이 그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한 흡연은 끊으려고 생각만 해도 더 당기는 중독성 강한 영역인 것 같다. 담배를 피울 때는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금연의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고 화장실이나 때론 식당에서까지 흡연했다. 지금에야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불과 13년 전만 해도 별로 죄스러움을 느끼지도 않았고, 식당에서조차 재떨이를 내어주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2012년 가을, 방면의 바쁜 일정을 조정하고 금강산토성수련도장 연수를 가게 되었다. 강릉, 양양 산불의 영향으로 연수코스가 조정되면서 울산바위 정상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성도장 참배 시 그 웅장한 모습을 멀리서만 보았는데 가까이서, 그것도 정상까지 간다는 소리에 마음마저 설레었다. 여주본부도장에서 토성도장행 버스에 올랐는데, 꽤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휴게소에 잠시 들른 틈에 나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거기에는 벌써 여러 사람이 흡연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흡연하던 도인이 나에게 “우리 이번 기회에 담배 끊을래요?” 툭 말을 던지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2번의 금연 실패를 겪은 나였기에 “그럼 우리 같이 시도해 볼까요?” 답을 했다. 마침 울산바위 정상에 간다고 하니 “울산바위는 금강산에 못갔지만 우리는 거기서 운수 마당 가는 날까지의 금연을 맹세합시다”라고 자신 있게 답을 했다. 연수는 시작되었고 그날은 그토록 바라던 울산바위를 가는 날이었다. 설악산에 도착한 우리는 신흥사를 거치면서 하늘을 찌를듯한 주목 숲을 지나 흔들바위에 도착했다. 그 바위를 넘겨보겠다고 힘깨나 써보았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흔들바위 앞 가게에서 강사께서 사 주시는 어묵을 두어 개 먹고 따뜻한 국물도 마시고 천국의 808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 개수에 놀라기는 했는데 여러 사람이 움직이다 보니 빨리 못 가고 가파른 부분에서는 쉬어 가야 하기도 했다. 평소 시간 날 때면 짬짬이 등산하러 다닌 나에게는 여유가 있는 등반이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 우리는 교화도 듣고, 사진도 찍으면서 정상 정복에 대한 무한한 희열을 느꼈다. 저 멀리 토성도장이 까마득히 보이고 그 너머의 검푸른 동해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마침 금연하자던 도인이 옆에 있었다. “우리 피우고 있던 남은 담배 몇 개비만 피우고 더는 사지 말고 진짜 끊읍시다.” 내가 다시 한번 다짐을 받으려고 말했다. “그리합시다.” 그 도인의 대답도 시원스러웠다. 이러한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하고 웅장한 곳에 와서 뭔가 한가지는 얻어 가야만 한다고 둘은 철석같이 약속했다. 저 멀리 신선봉을 바라보며 다짐에 또 다짐하였다. 토성수련도장과 울산바위, 동해와 금강산 제일봉인 신선봉을 보며 맹세했으니 이번에는 꼭 성공하고야 말겠다고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다짐하며 하산했다. 다음날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도착하였을 때쯤 담배가 떨어졌다. 그때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선사와의 약속, 아니 저 울산바위에서 나와의 다짐이 생각이 나서 담배를 살 수도 없었다. 밥을 먹고 나도, 화장실에 가도, 커피를 마셔도, 시간만 나면 담배가 생각났다. 그때마다 “군자신이 천추 혈식하여 만인의 추앙을 받음은 모두 일심에 있나니라”(예시 50절)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내 마음을 제어했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것도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리 수도의 목적이 군자가 되는 것인데 이 작은 담배 한 개비에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기에는 내가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에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는 시도조차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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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을 시작한 후 약 1개월이 지났을 때 회관 외벽에 돌 붙이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작업하며 담배가 생각나는 때도 가끔은 있었다. 그러나 다 같이 한 방향을 보고 가는 도인들과의 작업이므로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그리 심하지 않아 참을 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업을 마치고 회식할 때였다. 갑자기 한 도인이 담배를 권했다. 그래서 내가 “끊었다”라고 했더니 약간의 취기가 있던 그 사람은 이것도 하나 안 받아 준다고 내일부터 작업을 안 하겠다고 시비를 걸었다. 그 순간 선택을 해야 했다. 그때 상제님께서 김형렬에게 외워주신 “처세유위귀(處世柔爲貴) 강강시화기(剛强是禍基)”(행록 3장 49절)라는 시가 생각이 났다. 그 순간 강하게 거절하고 싶었지만 내가 오늘 받아 피우는 이 담배 한 개비는 흘러가는 한 줌의 구름이라고, 처세할 때는 부드러워야 한다고, 담배 한 개비를 겉으로는 피우지만, 마음으로는 피우지 않는다고 그런 마음을 먹고 담배를 받았다. 정말 그랬다. 다음날 다시 작업은 시작되었고 어제 피웠던 담배는 아무것도 아닌 양 다시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는 다시는 흡연을 하지 않았다. 담배를 권했던 사람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열심히 맡은 바 일에만 집중하였다. 어제의 일은 그 사람을 통해 나를 시험해 본 건가? 다시 생각해 보아도 정말 나에게 있어 금연은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요즈음 가끔 토성도장에 참배하러 간다. 그때마다 마주하는 울산바위는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연수 중 울산바위에서의 결심으로 금연에 성공하였듯이, 지금 나는 대진대학교 대순종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공부할 기회를 주신 종단과 방면 임원들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만학도로 열심히 공부해 꿈을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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