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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6년(2026)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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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내가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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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랬을까?

 

울주 방면 정무 박종식

 



  사람은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적인 경험을 하면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행복했던 경험이면 좋은 기억으로 간직되지만, 수치스러운 경험일 경우에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기도 합니다. 10여 년 전, 저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있어 생각날 때마다 스스로 책망하듯 ‘그때, 왜 그랬어’ 하며 반성하는 일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당시 저는 서울에서 수도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달력을 보니 추석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아 조상님 묘소에 벌초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향이 그리워졌습니다. 벌초도 벌초지만 고향에 한 번 내려가면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리운 마음을 안고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고향 집에 도착해서 어머니에게 안부를 묻고 벌초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햇볕 아래 벌초하기에는 무더운 날씨였던 터라, 벌초를 마치고 귀가하니 어머니가 고생했다며 음료를 내어오시며 저를 반겨 주셨습니다. 음료를 마시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담소를 나누다가 때마침 어머니가 볼일이 있다며 나가봐야 하는데 차로 태워주기를 원하셔서 저는 “당연히 그렇게 해드려야죠”라고 말하며 곧장 집을 나섰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전주 시내 4차선 도로에서 2차선으로 운전하며 목적지를 향해 갔습니다. 가을 햇볕에 흠뻑 젖은 풍광을 보며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하는 드라이브라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3차선에서 달리던 SUV 차량이 제 차 앞을 지나서 바로 1차선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급정지할 정도로 너무 놀라 핸들을 틀면서 급브레이크를 잡고는 상대편 운전자에게 큰 소리로 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앞을 가로질러 달려갔던 차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응시했습니다. 짧지만 긴 시간이 지난 듯 마음이 진정되고 나서야 어머니가 옆에 계신다는 걸 인식했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이 아득해졌습니다. 아무리 놀라고 급해도 차마 어머니 앞에서 욕을 했다는 생각에 어머니를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제 행동을 나무라듯 나지막하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저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지….”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가 드러난 듯 부끄러움은 배가 되어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누구나 사정이 있습니다. 임종 직전의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일지도, 차 안에 생사를 다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절박한 상황일 수도 있는 일이지요. 우리 도(道)는 해원상생(解冤相生)으로 남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를 잠시 놓쳤던 것입니다. 또한 제가 좀 더 안심(安心)·안신(安身)이 되었다면 어머니 앞에서 실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요. 어머니 말씀에 공감하면서 더욱더 부끄러워지는 저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모셔드리고 돌아와서 찬찬히 그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상황이 급하긴 했지만, 그때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달리 생각해 보면 수도(修道)와는 크게 인연이 없던 어머니도 차분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같은 상황에 저는 ‘언덕을 잘 가지라’는 대순진리회의 가르침이 오랫동안 몸에 배어 있었음에도 급박할 때 어머니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오시면서 체득한 경륜에 고개가 숙어졌습니다. 이런 분이 ‘나의 어머니이시구나’ 하며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은 잘못은 어떤 반성으로도 자책감을 덜어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20여 년에 걸쳐 어렵게 집안이 가화(家和)되었고, 어머니도 입도하셔서 선각분들과 왕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열어 놓으신 때였습니다. 그런데 한순간의 잘못으로 그간의 공든 탑이 무너지듯 모든 것이 그 전만 못할까 염려도 되었습니다.
  저녁 늦게 어머니가 돌아오셨고 다시 대화하게 되어 잘못을 만회하고 싶어 ‘죄송하다’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제 마음을 위로하듯 “너도 그럴 수 있지, 그때 나도 놀랐잖니”라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말씀에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어머니와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습니다. 추석에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상경하여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1년, 2년, 3년…. 10년 가까이 흘러도 가끔 이 부끄러운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곤 합니다. 그 일을 헤아려 보면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제 잘못이 컸습니다. 어머니가 계셔서 그랬는지 유독 그날의 일을 잊기가 어렵습니다. 도전님께서 “잘못을 깨닫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그 하나는 허물을 짓기 전에 스스로 잘못된 생각을 자각하며 자제하는 개심(改心)이요, 둘째는 잘못을 저지른 뒤에 비로소 과오를 뉘우쳐 사후 반성하는 두 가지의 자각일 것이다.”01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허물을 짓기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 이후에라도 반성하고 고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지 모릅니다. 그날의 실수가 전화위복이 되어 수도 생활에 거름이 되기를 심고(心告) 드려 봅니다.

 

 

 

 


 01 「도전님 훈시」, (1986,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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