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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6년(2026)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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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정성으로 마음의 터를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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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최우수

 

정성으로 마음의 터를 닦다

 

 

원평2-33 방면 교정 김대운

 



  2024년, 중체 임명을 모시고 점차 적응해 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포덕소에서 생활하고 있던 저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오면 기도방에서 잠시 눈을 붙이곤 했습니다. 그날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방면 선감께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김 교정요, 토성도장에 고기 작업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갈 수 있나요? 가려면 빨리 신청해야 할 것 같아요.” 잠결이었지만 제 입에서는 망설임 없이 “네, 가겠습니다!”라는 대답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어느덧 도전님 묘소 행사의 고기 작업을 전담하는 ‘간사’로 여섯 번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고기 작업은 일 년에 세 번, 추석치성, 도전님 화천치성, 그리고 원단치성 후 도전님 묘소 행사를 위해 준비됩니다. 이렇듯 큰 행사를 준비해야 했기에, 처음 고기 일을 맡았을 때는 기대감보다 긴장감이 상당했습니다. 임원분들께서 정성을 들이시던 그 큰 작업을 제가 감히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같은 방면 김 교감께서 동행해 주시며 제 길잡이가 되어주셨습니다. 토성으로 향하는 길, 김 교감께서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정하게 해주셨습니다. 그 소박한 이야기들은 긴장으로 굳어 있던 제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었고, 어느새 교감께서 곁에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 덕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 상태로 도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 기운을 모시는 작업에는 늘 겁액이 드러났습니다. 작업을 2주 앞두고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거나 손목을 다치는 등 고비가 찾아왔고, 첫 작업을 앞둔 밤에는 설렘과 긴장감에 잠을 설쳤습니다. 특히 도장의 고기 작업은 야외에서 이루어지는데, 작업 시기마다 불어오는 찬바람은 제 인내심을 시험하곤 했습니다. 그런 겨울 추위 속에 밖으로 나설 때면, 순간적으로 ‘아, 정말 춥다. 하기 싫다’는 인간적인 나태함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그것이 마음에서 올라오는 일시적인 흔들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도전님 묘소에 올릴 고기를 작업하는데 이 정도 추위로 흔들려서야 되겠나, 당연히 정성 들여야지’라며 마음을 고쳐먹고 작업장으로 향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을 견디며 작업에 임하자, 어느덧 몸의 추위도 잊고 오로지 정성을 들이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고기 간사의 하루는 치성 이틀 전 새벽 6시 30분부터 시작됩니다. 아침 식사 후 박카스 한 병과 아로나민골드 한 알을 먹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돼지 작업을 담당하시는 종사원 박 교감과 소 작업을 담당하시는 김 교감의 지휘 아래 그날의 계획을 수의(收議)합니다. 이곳에서 제가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은 ‘화합과 단결’이었습니다. 박 교감께서 목표 시간을 정하면, 김 교감께서는 그 시간을 반드시 지키려고 하셨고 저희 모두도 그 뜻에 맞춰 한마음으로 움직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화합의 기운이 모일 때마다 불가능해 보였던 작업이 정확히 제시간에 맞춰 끝나는 것을 보며,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닌 신명께서 도와주시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첫 번째 작업 때 제가 맡은 일은 소의 세 번째 위장인 ‘천엽’ 손질이었습니다. 천엽(千葉)은 그 이름처럼 천 개의 얇은 잎사귀가 겹친 모양인데, 박 교감께서는 한 장 한 장 껍질을 벗겨내는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평소 참을성이 부족했던 저에게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가 일일이 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제 고질적인 업보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5시간 이상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보면 목과 어깨에 점점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그때 김 교감께서는 작업을 지켜보시며 “채지가에 ‘만악천겁(萬惡千劫) 쌓인 속에 솟아나기 어렵도다’라는 구절이 있죠. 이 천엽의 결들이 꼭 그와 같습니다”라고 교화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마치 빽빽한 천엽의 결들이 제 안에 겹겹이 쌓인 겁액처럼 느껴졌습니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 하나씩 벗겨내려 했지만, 서툰 탓에 천엽은 생각만큼 깨끗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면 정성이 부족한 듯하여 늘 아쉬운 마음이 남곤 했습니다.
  두 번째 작업 때는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소 비계를 손질하다 날카로운 칼날에 손가락을 베이고 만 것입니다. 원래 치성 준비 중에 다치면 작업에서 제외됩니다. 하지만 정성을 들이는 기회를 잃을까 두려웠던 저는 지혈을 하고 끝까지 버텨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제 상태를 살피신 종사원분께서는 대기실에서 잠시 쉬라고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 짧은 휴식 중 꿈을 꾸었습니다. 어둡고 깊은 공간에서 원한 맺힌 듯한 여인의 형상이 나타나는 기이한 꿈이었습니다. 소스라쳐 잠에서 깨어나니 손가락에 강한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병원을 찾기로 했으나, 하필 1월 1일 새해 첫날이라 문을 연 곳이 없어 한참을 헤매다 겨우 응급실에 도착해 네 바늘을 꿰매야 했습니다. 도장으로 돌아오는 길, 저는 ‘내가 정성이 부족했구나, 교만하게 수도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저를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일 걱정됐던 것은 이대로 방면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상제님께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심고를 드리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습니다.
  도장에 도착해 종무소에 가보니 다행히 “치성물만 직접 만지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도우세요”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부족한 저에게 다시 공덕 지을 기회를 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업장 뒷정리와 청소를 도맡았습니다. 채반 받침을 옮기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었지만, 그런 상황에서조차 옆을 지키며 공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상처의 욱신거림보다 작업을 도울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던 그날의 기억은 제게 정성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후 고기 작업에 점점 익숙해지던 무렵, 종사원분께서는 소 비계를 떼어내는 작업을 함께하며 제게 잊지 못할 교화를 해주셨습니다. “해원상생(解冤相生)에서 ‘해(解)’ 자를 파자해 보면 뿔 각(角)에 칼 도(刀), 그리고 소 우(牛)가 합쳐져 있어요. 소를 해체하는 이 작업은 겁액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풀어 나가는 과정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정성껏 비계를 손질하고 소금으로 씻어내며 깨끗이 다듬는 모든 과정이 곧 겁액을 풀어내는 일이며 그렇게 정성을 들인 음식이 도전님 묘소에 올라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습니다. 그 뒤로는 몸이 쑤시고 아플 때마다, 내 안에 쌓인 겁액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뜻을 되새기며 정성을 들이니 신기하게도 시간은 찰나처럼 흘러갔고 지친 기운은 보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거치며 어느덧 다섯 번째 작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체감온도가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는 강한 추위가 야외 작업장을 덮쳤지만, 작업에 임하며 문득 ‘감히 내가 뭐라고 도전님 묘소에 올릴 고기를 준비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 벅찬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 순간,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이렇게 귀한 정성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또한 도전님께서 저희를 위해 하신 헌신을 생각하니, 고작 이 정도의 수고로움에도 힘들다고 여겼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어떻게 하면 보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 답은 ‘포덕(布德)’에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후 방면에 돌아가 수반들과 함께 더욱 포덕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어느덧 여섯 번째 작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도 천엽 손질을 맡았는데, 이전보다 집중이 더 잘되었고 평온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작업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고, 어느 때보다 깨끗이 손질할 수 있었습니다. 깨끗이 손질된 천엽을 보신 종사원분께서도 “하늘에서 살펴주신 것 같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정성이 부족해 떡이 쪄지지 않다가 반성 후 정성을 들이니 신명이 도와 떡이 쪄졌다는 행록의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여섯 번의 고기 간사 경험은 제 이름 ‘대운’의 뜻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었습니다. 제 이름은 터 대(垈)에 큰 물결 운(澐)을 씁니다. 단단한 터를 닦아 그 위를 흐르는 큰 물결이 되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번 고기 작업이 단단한 터를 닦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복마의 발동도 끊임없이 드러났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정성을 들이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천엽의 결은 정말 많았습니다. 그 결을 다듬으면서 처음에는 잘해보겠다는 욕심이 앞섰지만, 그럴수록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내려놓고, 도전님께 올리는 정성이라는 생각으로 한 장 한 장에 집중하자 작업은 오히려 더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중찰인사(中察人事)로 살피며 포덕에 더 매진하고자 합니다. 혹여 방면에서 포덕 사업을 하며 힘들거나 지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추위와 부상을 견디며 다시 의지를 세웠던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지켜서 저와 인연 있는 모든 존재가 덕화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길을 열어주신 방면 선감께, 그리고 저를 이끌어 주신 김 교감과 토성도장 종사원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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