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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와 함께 읽는 전경 : 49에 대한 이해

49에 대한 이해



교무부 조광희


▲ 상제님 49일 공부처 대원사 (2018년 11월 촬영)



  예로부터 사람들은 수(數)에는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이치가 담겨 있다고 믿었다.01 서양의 고대에서는 수로써 진리를 해석하려는 철학이 존재했으며, 동양의 역학(易學)에서도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수리로써 우주 자연의 운행 법칙을 이해하려 했다. 상제님께서는 천지공사를 도수(度數)로써 풀어나가셨으며, 『전경』에는 교리와 관련하여 다양한 수가 등장한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상제님께서 중국 공사를 처결하실 때 이레(7일)를 한 도수로 삼으셨고02 3은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와 삼생(三生)의 인연, 삼천(三遷)의 이치로서 우리 종단의 연원과 종통의 관계를 설명하는 의미 있는 숫자로 나타난다.03
  9는 종교와 신화에서 최상을 나타내는 수로서 구천상제님께서 삼계를 통찰하시는 최고의 위격임을 뜻하는 ‘구천(九天)’을 통해 그 상징적 의미를 보여준다. 15는 영대의 15신위와 만물 변화의 바탕이 되는 5ㆍ10 토(土)를 가리키며, 15진주로 오신 도주님과 관련성을 맺고 있다.04 49 역시 『전경』에 여러 차례 등장하며,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 모두 49일간 공부를 하셨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동양의 종교와 전통문화에서 49의 의미를 살펴보고 『전경』과 「도전님 훈시」에 나타난 49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동양의 종교와 전통문화에서 49


  49는 고대로부터 동양에서 신성하게 여겨온 숫자이다. 49는 7의 제곱수로서 7과 관련이 깊다. 7은 일월(日月)과 오성(五星: 목화토금수)의 합인 칠정(七政)으로 보았다. 칠정은 칠요(七曜) 또는 칠성(七星)이라고도 한다. 때로는 북두칠성을 가리키거나 삼재(三才:天 ㆍ地 ㆍ人)와 사시(四時:춘하추동)를 가리키는 등 다른 말로도 쓰인다. 망원경이 나오기 전에는 우리 태양계에서 관찰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천체는 이들 일곱 천체밖에 없었다. 그래서 칠정은 곧 우주의 전체성 혹은 완전성을 뜻하였으며, 칠정의 움직임이 지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주의 운행 법칙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따라서 7은 완전함과 변화의 법칙을 드러내는 수로 보았으며 7의 제곱수인 49 역시 이러한 의미를 띄게 되었다.05
  49가 동양 문화권에서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불교의 사십구재(四十九齋)의 영향이 크다. 사십구재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저승의 명부시왕 중 일곱 대왕에게 7일째 되는 날마다 심판받다가 49일에 최종 심판을 받고 환생하거나 천당이나 지옥으로 간다고 하여, 이 기간에 맞추어 49일 동안 7번 재(齋)를 지내는 불교의 의례이다. 불교의 세계관에서 삶과 죽음은 반복되므로 사십구재의 ‘49’는 재생과 순환을 상징한다.06 이 밖에도 49는 부처가 31세에 득도하여 80세에 입적(入寂)할 때까지 49년 동안 도를 전한 사십구년설법(四十九年說法)과 관련하여 전법(傳法)을 완성하는 기간을 의미하는 수이다.07 
  도교에도 불교의 사십구재와 유사한 사십구제(四十九祭) 설이 있다. 사람의 백(魄)은 7일 만에 일백(一魄)이 갖추어져 49일 만에 7백(七魄)이 완전해지고 죽은 지 7일 만에 일백이 흩어져 49일 만에 7백(七魄)이 사라진다고 한다.08 또한 서기 800년경 당나라 때 만들어진 연단술 제조에 관한 문헌인 『단방경원(丹房鏡源)』에 따르면 도교 연단술의 대표적인 단약(丹藥)인 수은을 제조하는 데 49일이 걸린다고 한다.09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서는 삶의 시작이 7로 상징되는 (북두)칠성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으며, 아이를 낳았을 때 7일로 시작해서 한 칠(7), 두 칠(14), 세 칠(21)을 보내고 일곱 칠(49), 즉 49일이 될 때 한 생명체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온전히 자리 잡는다고 믿었다.10
  민간신앙에서는 49가 소원을 이루어 주는 수로서 49일간 기도하고 정성을 들이는 문화가 있었다. 이는 예부터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아들을 점지받고자 49일간 삼신할머니에게 치성드리는 의례,11 1920년대 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산삼을 얻기 위해 49일 동안 산신 기도를 올렸다는 설화12 등에서 엿볼 수 있다. 또한 호남의 접주 김개남이 동학군 2차 봉기 때 전봉준으로부터 합류 요청을 받았으나 “남원에 군사를 주둔하고 49일을 지나야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라는 『정감록』의 비결만을 믿고 거절한 이야기13에서도 49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는 수라는 관념이 있었다.
  동양의 역학(易學)에서 49는 대연지수(大衍之數) 50과 관련이 있다. 대연지수 50이란 역에서 점을 치는 산가지가 모두 50개라는 뜻이며, 주자는 하도(河圖)의 중궁(中宮)의 천수[天數: 생수(生數)] 5와 지수[地數: 성수(成數)] 10을 곱하여 얻은 수라고 하였다.14 대연이란 “크게 펼쳐낸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크게 펼쳐냄은 우주 삼라만상을 펼쳐낸다는 의미로 대연지수 50은 천지 만물이 펼쳐지고 변화하는 법칙의 총화(總和: 전체를 한데 모아서 헤아림)를 상징한다.15 그런데 실제로 쓰이는 것은 49개라고 한다. 이는 한 개는 태극이라 하여 본체로서 움직이지 않는 고정수로 보고 하나를 덜어내어 49개로 모든 점을 치기 때문이다.16 그러므로 49는 대연지수 50의 실제 쓰이는 수로서 천지 만물의 변화를 상징하는 실질적인 수가 된다.
  또한 『주역』의 64괘 중 49번째는 혁괘(革卦: ䷰)이다. 혁(革)은 본래 짐승의 가죽을 가리키는데, 짐승은 계절에 따라 털갈이를 하기 때문에 ‘바뀌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여기에서 혁괘는 변혁을 뜻하게 되었다. 괘상을 보면 태괘(兌卦: ☱)와 이괘(離卦: ☲)가 겹쳐 못[澤] 아래에 불[火]이 있음을 상징하는 택화혁괘(澤火革卦)이다. 이는 연못 아래에 불이 있는 모습이다. 물은 아래로 내려와 불을 끄고 불은 위로 타올라 물을 말려버리는 상극 관계로서 현 상태가 유지될 수 없는 변혁의 시기를 상징한다.17
  앞의 설명을 정리하면 49는 완전성과 우주의 운행 법칙을 뜻하는 7의 제곱수로서 7과 관련 있다. 동양 문화의 생사(生死) 관념에서 49는 한 생명체가 최초로 형성되는 시간을 의미하면서도 삶과 죽음이 반복된다는 측면에서 재생과 순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민간신앙에서는 소원 성취의 관념이 나타난다. 역학에서 49는 천지 만물을 상징하는 대연지수 50의 실질적인 용수(用數)이며 『주역』에서는 혁괘로 변혁의 의미를 나타낸다. 이상에서 49는 대체로 어떠한 단계의 형성이나 끝마침으로서의 완결, 그리고 이에 이르는 데 필요한 시간이자 변화의 과정을 의미하는 최소의 주기로 볼 수 있다.



『전경』과 「도전님 훈시」에 나타난 49


  『전경』에는 49가 모두 9차례 등장하고 「도전님 훈시」에는 도전님의 수리사 49일 공부가 언급되어 있다. 먼저 『전경』의 용례를 살펴보면, 상제님께서 하운동에 계실 때 주인(이환구)18을 찾으시면서 “그대의 아내가 四十九일 동안 정성을 들일 수 있느냐를 잘 상의하라”(행록 1장 29절)라고 분부하시고 그의 아내(이선경의 빙모, 김형렬의 막내 여동생)에게 49일간 떡을 찌게 한 공사가 있다. 그녀는 여러 날이 거듭되자 성심이 풀려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한결같이 정성을 들여 49일간의 떡 찌는 일을 무사히 마쳤다.
  상제님께서 서양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49일을 한 도수로 동남풍을 일으키신 공사에서는 러일전쟁에서 일본을 도와 러시아 세력을 꺾으신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상제님께서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을 바꾸신 것이므로19 49는 변화를 위한 도수에 필요한 기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김갑칠, 김형렬, 정성백에게 49일 동안 하루에 짚신 한 켤레와 종이등 한 개씩 만들게 하신 공사(공사 2장 1절), 최덕겸에게 태극을 49개 세게 하신 공사(공사 3장 12절), 매화(埋火) 공사 후에 행하신 49일 동남풍 공사(공사 3장 29절) 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49와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께서 모두 49일간 공부하신 점이다. 상제님께서는 1901(신축)년 5월 중순부터 7월 5일까지 49일간 대원사에서 불음불식의 공부를 하셨다. 이를 통해 천지대도를 여셨는데 훗날 도주님께서는 이 공부에 대해 “이곳이 바로 상제께서 천지신명을 심판한 곳이니라”(교운 2장 48절)라고 밝혀주셨다. 즉, 상제님께서 선천의 세상을 맡았던 신명을 심판하여 신명들의 역할과 위치를 새로 조정하고 우주의 질서와 운행을 새롭게 하는 천지대도를 여시는데 49일을 쓰신 것이다.20 이것은 향후 이어지는 천지공사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신명계를 변화시킨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 도주님 공부처 동래 마하사 요사채 (2013년 4월 촬영)



  도주님께서는 1949(기축)년 겨울 동래 마하사(摩訶寺)에서 49일을 한 도수로 정하시고 정화수 24그릇을 받들고 공부하셨다. 49일이 거의 될 무렵에는 법당의 불상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상을 하였다. 공부를 마치시고 보수동 도장에 돌아오셔서 상제님의 글귀21를 외우시고 “상제께서 짜 놓으신 도수를 내가 풀어 나가노라”(교운 2장 48절)라고 말씀하셨다. 이후 1950년에 무극도에서 태극도로 명칭을 변경하셨으며22 1954년에 보수동 산정과 해인사의 다로경권에서 공부를 하셨다. 1956년에 동학사 염화실에서 7일 동안 신명 해원을 위주로 공부하셨으며 쌍계사 영주각에서도 7일을 공부하셨다. 1957년에는 각종 수도 방법과 의식행사 및 준칙 등을 설법 시행하시면서 시학ㆍ시법 공부의 방법도 마련하시게 된다. 다음 해인 1958년 4월 24일(음력 3월 6일)에는 도전님께 유명으로 종통을 전수하셨다. 이처럼 도주님께서는 49일 공부 이후에 여러 공부를 하시고 도수를 보셨으며, 특히 무극도에서 태극도로의 명칭 변경, 도법의 완성, 종통의 전수와 같은 중대한 흐름의 변화가 있었으므로 49일 공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  도전님 공부처 수리산 수리사 (2013년 10월 촬영)



  도전님께서는 태극도에서 이궁(移宮) 하신 후 1969년 1월 말에서 3월 중순까지 49일간 수리사에서 공부하셨다. 공부를 마치신 후 임원들에게 서울 중곡동에 도장 터를 알아보게 하셨으며, 1969년 4월 중곡도장에 자리를 잡으시고 대순진리회를 창설하셨다. 종통을 계승하신 도전님의 수리사 49일 공부는 양위 상제님의 유지ㆍ유법에 따라 하루속히 포덕천하 할 토대를 준비한 기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23
  이상에서 49는 동양 전통 문화에서는 대체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변화를 준비하는 기간이나 수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경』이나 「도전님 훈시」에서 49는 주로 ‘일(日)’, ‘년(年)’, ‘개(個)’라는 용어가 함께 쓰이고 있다. ‘일’과 ‘년’은 시간의 개념으로서 특정 기간을 나타내며, ‘개’는 어떠한 물건의 낱개로서 이를 센다는 것은 ‘수효’를 뜻한다. 또한 동남풍 공사 등에서 도수의 변화가 나타나므로 49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공사를 처결 또는 완결하거나 도수의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특정 기간 혹은 수효’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49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상제님께서 49일 공부를 통해 천지대도를 여셨고, 도주님의 49일 공부 후에는 종단의 명칭 변경 등 중대한 흐름의 변화가 일어났으며, 도전님께서는 49일 공부 후에 대순진리회를 창설하신 점이다. 이는 종단 역사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께서 49일을 공부의 기간으로 삼으신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종단의 연원인 세분의 공부에서 49는 세상의 변화를 위해 한 도수를 완결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자 변화의 과정을 의미하는 최소의 주기로 추측해 볼 수 있다.






01 오토 베츠, 『숫자의 감춰진 비밀』, 배진아 김혜진 옮김 (고양: 푸른영토, 2009), pp.8-9 참고.
02 공사 3장 18절 참고.
03 차선근, 「돋보기: 숫자 3, 그리고 연원과 종통」, 《대순회보》 189호 (2017), p.54 참고.
04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전경 다시 읽기: 도주님의 봉천명(奉天命)Ⅰ」, 《대순회보》 173호 (2015), pp.27-31 참고.
05 프란츠 칼 엔드레스, 『수의 신비와 마법』, 오석균 옮김 (서울: 고려원미디어, 1996), p.134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참고.
06 염중섭, 「불교 숫자의 상징성 고찰」, 『한국종교학회』 55 (2009), p.245 참고.
07 같은 글, p.245 참고.
08 유일명, 『주역천진』, 임채우 옮김 (고양: 청계, 1999), p.44 참고.
09 「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고.
10 이상곤, 「북두칠성과 인간의 삶」, 《신동아》 2011. 6. 24.
11 「삼신 치성」, 『부산역사문화대전』.
12 「동자삼을 얻어 아버지 병을 치료한 김윤기」, 『네이버 지식백과』.
13 교무부, 「민간신앙: 정감록 신앙」, 《대순회보》 129호 (2012), p.85 참고.
14 김진희, 『알기 쉬운 상수역학』 (파주: 보고사, 2015), p.193 참고.
15 도올 김용옥, 『도올 주역강해』 (서울: 통나무, 2022), p.99 참고.
16 김진희, 앞의 책, pp.190-193 참고.
17 윤재근, 『한 권으로 읽는 주역』 (서울: 동학사, 1999), p.340 참고.
18 이 구절에서 ‘주인’은 이환구를 뜻하며 ‘그의 아내’란 『전경』에서 ‘이선경의 빙모’로 표현되는데, 김형렬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29): 김형렬의 여동생이 들인 49일간의 정성」, 《대순회보》 93호 (2009), p.51 참고.
19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곽춘근, 「전경 속 이야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동남풍」, 《대순회보》 280호 (2024), p.54.
20 박용철, 「대순논단: 대원사(大院寺) 공부의 이해에 나타난 종통(宗統)의 천부성(天賦性)에 대한 고찰(考察)」, 《대순회보》 68호 (2007), p.60 참고.
21 교운 2장 48절, “少年才氣拔天摩, 手把龍泉幾歲磨, 世界有而此山出, 紀運金天藏物華, 應須祖宗太昊伏, 道人何事多佛歌.”
22 곽춘근, 「종단 역사: 무극도와 태극도의 분기점」, 《대순회보》 270호 (2023), p.87 참고.
23 송하명, 「종단 역사: 도전님의 수리사 49일 공부」, 《대순회보》 198호 (2017), p.3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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