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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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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가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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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기다리며



부곡 방면 차선감 김옥화


  푹푹 찌는 가마솥 안 같은 여름. 금세 땀을 함빡 흘려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들러붙고, 옷이 몸에 착착 감겨 내딛는 걸음마다 질척거린다. 땀띠가 돋을 듯 근질근질하여 온몸의 신경이 바짝 선다. 집에 들어와 몸에 물을 시원하게 끼얹으며 쉰내를 몰아내고, 입었던 옷에 비누칠하며 힘껏 치댄다. 오늘 하루 있었던 하하호호, 투닥투닥, 으쌰으쌰 했던 일들이 거품과 함께 모락모락 피어나 여기저기 떠다니다 톡톡 터지며 공기 중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오물과 함께 씻겨 하수구로 흘러간다. 비눗물을 말끔히 헹궈내 깨끗해진 옷을 힘껏 짜고 탁탁 털어 건조대에 넌 후, 어제 널어 뽀송해진 빨래를 차곡차곡 개킨다.
  유튜브를 열고 <들려주는 대순회보>를 크게 틀어놓는다. 종단 소식과 도장은 지금 등을 들으며 ‘좋아요’를 누르고, 마음을 닦듯 방을 싹싹 닦는다. 선풍기 바람에 옷자락을 시원스레 날리며, 빨간 꽃을 예쁘게 피운 화초에 물을 주고, 고무나무의 잎사귀를 반짝반짝 윤나게 닦아준다. 화분에 심은 방울토마토가 꽃이 피더니 며칠 지나 과실이 몇 알 열리고 그새 익었다. 따서 한입 무니 톡 터지는 데, 껍질이 얇은데 질기다. 과육은 달게 먹고 껍질은 씹다가 약해진 치아를 의식하며 꿀꺽 삼킨다.
  텔레비전을 켜고 리모컨으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린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연속으로 방송되는 채널을 찾아 고정한다. 동시에 손은 부지런히 놀려 고구마 줄기의 껍질을 벗겨낸다. 곧이어 핸드폰을 꺼내 손주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에 마냥 미소를 짓는다. 작은 화분에 키운 호박ㆍ가지ㆍ쪽파 등을 수확해 된장국을 끓이고 전도 부치고 고구마 줄기 나물을 무쳐 저녁을 해 먹고 그릇을 닦는다. 먼 데 사는 동생과 통화를 하며 언제 오느냐 가느냐 선선한 가을에 만나자는 둥 연락을 하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거실 창문 밖에 구름이 흘러가고 그 사이로 달과 별이 숨바꼭질한다. 어제 만났던 달은 오늘 다시 만나 반가운데, 하루 새 변한 듯 새로운 달인 듯 거울 속에 나를 보듯 새겨본다. 한편으론 꼭 그만큼 내 몸이 좀 더 나른해지고 머리카락이 하얘지고 눈꺼풀이 더 얇아져 쳐지고 입가 주름은 조금 더 팬 듯해 문득 몇 해 전 저세상으로 가신 친정엄마 모습이 떠올라 저릿하다.
  친정에 갈 때마다 난 늘 걸레질하느라 바빴다. 엄마는 방금 청소했다고 하는데, 내 눈엔 온통 먼지투성이로 보였다. 내가 나이 들고 나서야 그리된 사정을 알았다. 어느 날 눈이 침침해 돋보기를 맞췄는데 세상에 눈이 번쩍 뜨이는 줄 알았더니 웬걸, 집 안 구석구석에 머리카락이며 티끌이며 실오리 등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우리 엄마가 그랬구나! 돋보기를 쓰고서 엄마 생각에 눈물을 훔치며 방을 한 번 더 훔친다.
  주변을 청소하고 손을 닦고 추억을 돌아보다가 어느덧 축시. 다른 날과 달리 유난스레 급급하고 어렵고 언짢고 안타깝던 상황을 겪은 듯, 하루 새 과거로, 달나라로, 온 세계로 헤매고 다녔던 미련과 집착과 걱정들이 한 무더기다. 그저 빌고 또 빌며 참회하고 또 참회하며 간절한 마음에 기도가 절실하다. 문득 어제도 그랬던 것 같다고 기억한다. 그저께도. 그끄저께도.
  깨끗한 물을 길어놓고 기도상 앞에 앉아 초를 켜고 향을 피운다. 심지를 태우며 빛을 발하는 초가 어두운 마음을 도닥이며 밝혀주는 듯하고 피어오르는 향이 주위를 정화하며 도문소자의 소원을 싣고 하늘로 향하는 듯하다. 선선한 가을이 머지않음을 느끼며 부족한 수도임에도 간절히 발원 올린다. 맑은 향기가 몸에 방안에 마음에 그윽하게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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