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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문 : 숙호충비 (宿虎衝鼻)

숙호충비 (宿虎衝鼻)



교무부 강대성




  일상에서 사용하는 속담 중에는 호랑이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에 ‘잠자는 호랑이의 코를 찌른다’라는 뜻의 ‘숙호충비(宿虎衝鼻)’라는 속담도 있다. 이는 가만히 있는 상대에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하여 화를 입고 낭패를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일은 대인관계에서도 불필요한 언행 등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해 본다.


어느 외수가 매일 저녁 기도를 모시러 오다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 외수는 평소에 자신의 사정을 일일이 말하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기질이 강하여 그를 잘 아는 한두 사람 외에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가 방면 월성 행사에 참석한 뒤, 도인들과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때 한 수도인이 그에게 지나가는 말로 요즘 기도도 모시지 않고 나태해진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외수는 발끈하며 격앙되었다. 사실 그는 한동안 몸이 좋지 않아 일도 못 하고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니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로 인해 기도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관계가 서먹해졌다.


  위와 같은 상황은 주변에서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에 상대는 감정이 상하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위에서 한 수도인이 외수에게 던진 “나태해진 것 같다”라는 말도 그런 예로,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말이었다. 외수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말이 자신의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질책부터 하는 말로 들렸으므로 마음이 상한 것이다. 그 수도인이 외수에게 “한동안 보이지 않던데 무슨 사정이 있었어요?”라고 차분히 물어봤다면 외수가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수도인이 나름대로는 기도를 꾸준히 잘 모시라는 의도에서 외수에게 그렇게 말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한 언행은 상대방을 서운하게 하여 척(慼)을 지을 수 있다. 이는 잠자고 있는 호랑이의 코를 건드리듯 상대방의 심기만 공연히 자극하여 화를 키우는 ‘숙호충비’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숙호충비’라는 성어는 조선 인조(仁祖) 때 홍만종(洪萬宗, 1643~1725)이 저술한 『순오지(旬五志)』에 처음 나타난다.01 『순오지』는 홍만종이 이 책을 보름 만에 완성했기에 이름 붙여진 책으로, 먼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속담을 우리만의 성어로 정리한 글이다. 여기에 담긴 성어로는 ‘경전하사(鯨戰鰕死: 고래 싸움에 새우 죽는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등이 있다.02 또한 숙호충비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엮은 『이담속찬(耳談續纂)』에서도 “호랑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그 코를 건드리지 말라. 말로 화를 자처해서는 옳지 않다”라고 기록되어 있다.03 요컨대 숙호충비는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우(憂)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상제님께서는 “일본인이 백호 기운을 띠고 왔으니 숙호 충비(宿虎衝鼻)하면
해(害)를 받으리라. 그들을 사사로운 일로는 너무 비위를 거스르지 말라…”04
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일본인이 백호(白虎) 기운을 띠고 왔다는 말씀은 일본인이 호랑이의 기운 중 하나인 사나운 성질도 지니고 있음을 알려주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백호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이기에 상제님께서는 백성들이 그들의 비위를 거슬러 큰 해를 입을까 염려하여 숙호충비 하지 말 것을 당부하신 것이다. 이 말씀은 웬만한 일로는 굳이 불필요한 말과 행동 등의 처신 처세로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해 화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이러한 숙호충비는 상황에 따라 사소한 일로 불필요한 결과를 초래하지 말라는 교훈의 의미도 있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에 대해 평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자기 경계의 뜻도 담고 있다고 보인다. 예컨대 수도인 간에 대화나 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게 주장하다 보면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무시하게 되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언행을 하게 된다.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평상시에 스스로가 자신의 언행을 심사숙고하여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숙호충비는 이러한 경계의 의미로서 이해할 수 있다.
  수도하면서 척을 푸는 것뿐만 아니라 척을 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도전님께서 “척이란 남이 나에게 갖는 서운한 마음을 말하는 것이니…”05라고 말씀하셨다. 인간은 누구나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수도 또한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이때 은연중에 나오는 불필요한 언행으로 상대방을 서운하게 하고 불화를 조성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숙호충비의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01  홍만종, 『旬五志』, 이민수 옮김 (서울: 을유문화사, 1971), p.290 참고.
02  같은 책, p.290 참고.
03  정약용, 『耳談續纂』, “虎方之睡, 莫觸其鼻, 言不可挑禍也”.
04  예시 57절.
05  「도전님 훈시」(1986.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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