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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문 : 숙호충비 (宿虎衝鼻)
숙호충비 (宿虎衝鼻) 교무부 강대성 일상에서 사용하는 속담 중에는 호랑이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에 ‘잠자는 호랑이의 코를 찌른다’라는 뜻의 ‘숙호충비(宿虎衝鼻)’라는 속담도 있다. 이는 가만히 있는 상대에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하여 화를 입고 낭패를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일은 대인관계에서도 불필요한 언행 등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해 본다.
위와 같은 상황은 주변에서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에 상대는 감정이 상하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위에서 한 수도인이 외수에게 던진 “나태해진 것 같다”라는 말도 그런 예로,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말이었다. 외수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말이 자신의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질책부터 하는 말로 들렸으므로 마음이 상한 것이다. 그 수도인이 외수에게 “한동안 보이지 않던데 무슨 사정이 있었어요?”라고 차분히 물어봤다면 외수가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수도인이 나름대로는 기도를 꾸준히 잘 모시라는 의도에서 외수에게 그렇게 말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한 언행은 상대방을 서운하게 하여 척(慼)을 지을 수 있다. 이는 잠자고 있는 호랑이의 코를 건드리듯 상대방의 심기만 공연히 자극하여 화를 키우는 ‘숙호충비’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숙호충비’라는 성어는 조선 인조(仁祖) 때 홍만종(洪萬宗, 1643~1725)이 저술한 『순오지(旬五志)』에 처음 나타난다.01 『순오지』는 홍만종이 이 책을 보름 만에 완성했기에 이름 붙여진 책으로, 먼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속담을 우리만의 성어로 정리한 글이다. 여기에 담긴 성어로는 ‘경전하사(鯨戰鰕死: 고래 싸움에 새우 죽는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등이 있다.02 또한 숙호충비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엮은 『이담속찬(耳談續纂)』에서도 “호랑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그 코를 건드리지 말라. 말로 화를 자처해서는 옳지 않다”라고 기록되어 있다.03 요컨대 숙호충비는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우(憂)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01 홍만종, 『旬五志』, 이민수 옮김 (서울: 을유문화사, 1971), p.290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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