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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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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서신사명(西神司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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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사명(西神司命)



교무부 윤미정



  서신사명은 상제님을 표현하는 용어로 『전경』에 나타난다. 상제님께서는 미륵, 대선생(代先生), 개벽장 등으로 자칭하셨다. 이러한 존칭은 상제님께서 어떤 분이시며 무슨 일을 하시는지 민중들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서신사명(西神司命) 또한 상제님을 표현하는 용어로 이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상제님을 신앙하고 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신사명은 『전경』에 다음의 세 구절에 나타난다.


① 경석으로 하여금 양지에 “전라도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 강일순 호남 서신사명(全羅道古阜郡優德面客望里 姜一淳湖南西神司命)”이라 쓰게 하고 그것을 불사르게 하시니라. 이때에 신 원일이 상제께 “천하를 속히 평정하시기 바라나이다”고 아뢰니 상제께서 “내가 천하사를 도모하고자 지금 떠나려 하노라” 하셨도다.(행록 5장 33절)


② 상제께서 “선천에서 삼상(三相)의 탓으로 음양이 고르지 못하다”고 하시면서 “거주성명 서신사명 좌상 우상 팔판 십이백 현감 현령 황극 후비소(居住姓名西神司命 左相右相八判十二伯 縣監縣令皇極後妃所)”라 써서 광찬에게 “약방의 문지방에 맞추어 보라”고 이르시니라. 그가 “맞지 않는다”고 아뢰니 “일이 헛일이라”고 말씀하시기에 경학이 “여백을 오려 버리고 글자 쓴 곳만 대어보는 것이 옳겠나이다”고 말하기에 그대로 행하니 꼭 맞으니라.(공사 2장 20절)


③ 상제께서 “이후로는 천지가 성공하는 때라. 서신(西神)이 사명하여 만유를 재제하므로 모든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것이 곧 개벽이니라. 만물이 가을 바람에 따라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성숙도 되는 것과 같이 참된 자는 큰 열매를 얻고 그 수명이 길이 창성할 것이오. 거짓된 자는 말라 떨어져 길이 멸망하리라. 그러므로 신의 위엄을 떨쳐 불의를 숙청하기도 하며 혹은 인애를 베풀어 의로운 사람을 돕나니 복을 구하는 자와 삶을 구하는 자는 힘쓸지어다”라고 말씀하셨도다. (예시 30절)


  ①은 상제님께서 화천하시기 전날 행하신 공사로 당신께서 서신사명이심을 직접 밝히신 구절이다. 여기서 ‘전라도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는 상제님의 강세지이며, ‘강일순’은 상제님의 성과 존휘이므로, 상제님께서 곧 서신사명이라는 것이다. 상제님께서 천하사를 도모하러 떠나시기 직전 차경석 종도에게 이런 글을 써서 불태우게 하신 것은 서신사명으로서 어떤 공사를 행하실 것을 천지에 알리는 것으로 이해된다. ②는 상제님께서 서신사명으로 음양을 고르게 하는 공사를 행하시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여기서 거주성명은 ①과 마찬가지로 서신이 거주하는 곳과 성명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③은 서신이 사명하여 만물을 다스리는 전권(全權)을 맡아 처리한다는 것과 개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구절에서 ①과 ②의 서신사명이 ‘서신이 사명함’이란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서신사명’에서 서신(西神)은 ‘서쪽의 신’으로 풀이된다. 서쪽은 일반적으로 동서남북 네 방위의 하나로 해가 지는 쪽을 말한다. 동양철학에서는 방위가 상징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음양의 관점에서 서쪽은 양을 상징하는 동과 마주해 음을 상징한다. 오행[五行: 수(水)ㆍ화(火)ㆍ목(木)ㆍ금(金)ㆍ토(土)]에서는 금에, 계절로는 가을에, 색으로는 흰색에, 수리로는 4와 9에 해당한다.


▲ 지지(地支)의 오행,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전경 다시 읽기 : 을미년(乙未年) 二」, 《대순회보》 167호 (2015), p25.



  이러한 관점에서 서신은 금신(金神), 가을을 담당하는 신 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가을 신으로는 욕수(蓐收)01라는 신이 있지만, 상제님께서 자칭하신 서신은 사시(四時)의 한 철인 가을을 담당하는 계절 신이 아니라 우주를 선천과 후천으로 나눌 때, 후천 가을 세상을 주재하는 신을 의미한다. 이는 상제님께서 “이후로는 천지가 성공하는 때라. 서신(西神)이 사명하여 만유를 재제하므로 … 만물이 가을 바람에 따라 떨어지기도 하고”(예시 30절)라고 하신 말씀에서 알 수 있는데 천지가 성공하는 때와 가을 바람이 각각 후천과 후천개벽이 일어날 때의 현상을 뜻하고 이것을 주도하는 신이 서신이므로, 서신은 후천 가을 세상을 맡아 다스리는 신을 뜻하는 것이다.
  사명(司命)은 맡을 사(司)와 목숨ㆍ운명 명(命)으로 목숨ㆍ운명을 맡는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권한을 가짐’이라는 기본적 의미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다양한 의미가 있다. 동양 신화에서 사명은 인간의 생명을 담당하는 초(楚) 나라의 지역 신이다. 『초사(楚辭)』 「구가(九歌)」에는 대사명(大司命)과 소사명(少司命)이라는 두 신이 등장하는데, 대사명은 사람의 생사를, 소사명은 후손의 유무를 담당하는 신이다. 사명은 후대로 내려오면서 점차 생명과 관련된 모든 신을 총칭하게 되었으며 수명을 담당하는 칠성신(七星神)과 죄를 하늘에 고하여 수명을 줄게 하는 조왕신(竈王神) 등이 사명신에 포함되었다.02
  이외에도 사명은 조선 시대에 대장이 군대를 통솔할 책임을 맡는다는 의미도 있다. 『전경』에는 상제님께서 사명기(司命旗)를 세워 전명숙과 최수운의 원을 풀어주시는 공사03가 있는데 여기서 사명기가 대장이 군대를 지휘할 때 쓰는 기이다. 이런 사명에 대해 도전님께서는 “사명(司命)이란 무슨 일을 책임으로 다하는 것을 말한다.”04라고 말씀하셨다. 즉, 사명은 어떤 일을 맡아 주관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신사명은 후천에서 인간을 비롯해 삼라만상을 주재하시는 것을 의미한다.
  상제님께서 서신사명하신다는 것을 암시하는 징표들이 있는데 첫째는 상제님께서 신미(辛未)생이라는 점이다. 십천간[十天干: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을 사방(四方)과 중앙에 배치할 때 신(辛)은 경과 함께 서쪽에 해당한다. 십이지지[十二地支: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를 오행에 배치할 때 미(未)는 진술축과 함께 토(土)에 해당한다. 토는 사시의 운행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봄에서 여름으로[목생화(木生火)], 여름에서 가을로[화극금(火克金)], 가을에서 겨울로[금생수(金生水)], 겨울에서 봄으로[수생목(水生木)] 전환할 때 각각 진, 미, 술, 축의 토가 작용한다.05
  여기서 봄에서 여름,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으로의 이행은 목생화, 금생수, 수생목의 이치에 의해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여름 세상에서 가을 세상(金)으로 갈 때는 화극금(火克金)으로 상극이 되어 이를 조화롭게 해줄 수 있는 유능한 토(土)의 중재가 필요하다. 진술축미 중 가장 유능한 토가 바로 미토이므로 상제님께서는 미의 해에 탄강하신 것이다. 미(未)년에는  을미(乙未)년, 정미(丁未)년, 기미(己未)년, 신미(辛未)년, 계미(癸未)년의 다섯 개의 미년이 있는데 상제님께서는 이중 신미년에 강세하셨다. 을미년에서 을은 동쪽과 목(木)을, 정미년에서 정은 남쪽과 화(火)를, 기미년에서 기는 중앙과 토(土)를, 신미년에서 신은 서쪽과 금(金)을, 계미년에서 계는 북쪽과 수(水)를 상징한다. 상제님께서 서쪽과 금을 상징하는 신(辛)이 있는 신미(辛未)년에 강세하신 것은 서신이시기 때문이다.06


▲ 육십갑자 중 5개 미년(未年)의 오행 분포



  둘째는 상제님께서 서쪽을 상징하는 숫자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상제님께서는 “모친은 … 어느 날 꿈에 하늘이 남북으로 갈라지며 큰 불덩이가 몸을 덮으면서 천지가 밝아지는도다. 그 뒤에 태기가 있더니 열석 달 만에 상제(上帝)께서 탄강하셨도다.”(행록 1장 9절)에 나타난 것과 같이 열석 달 만에 탄강하셨다.07 그리고 “후일 내가 출세할 때에 눈이 부셔 바라보기 어려우리라. 예로부터 신선을 말로만 전하고 본 사람이 없느니라. 오직 너희들은 신선을 보리라. 내가 장차 열석 자의 몸으로 오리라”(행록 5장 25절)라고 하신 말씀에서도 열석 자, 즉 13이 보인다. 13은 서쪽을 상징하는 수인 4와 9를 합한 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13이 상제님의 강세와 훗날 출세와 관련해 나타나는 것은 상제님께서 서신(西神)이심을 상징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



  서신사명과 관련하여 상제님께서는 “시속에 말하는 개벽장은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여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을 건지는 개벽장(開闢長)을 말함이니라.”(공사 1장 1절)라고 하셨다. 개벽장에서 장은 우두머리, 어른이라는 뜻이므로 개벽장은 개벽을 맡은 사람 즉 후천개벽의 주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상제님께서는 천지가 성공하는 때에 서신이 일을 맡아 만물을 주관하여 모든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는 것이 개벽이라고 하셨다.08 여기서 서신이 개벽을 주도하는 개벽장임을 알 수 있다. 서신은 개벽장으로서 모든 이치를 통합하여 상생대도의 후천 가을 세상을 열고 다스리시는 분인 것이다.
  이상에서 서신사명에 대해 살펴보았다. 서신은 후천 가을 세상을 주재하는 신, 즉 금신을 뜻하며, 사명은 인간과 우주 만물을 맡아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신사명은 서신이 후천 가을 세상을 주재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서신은 후천개벽을 주관하는 개벽장으로서 후천개벽 시, 거짓된 자는 멸망하고 참된 자는 큰 열매를 맺도록 도수를 짜심으로써 참된 사람이 되기 위한 수도의 길을 열어놓으셨다. 이에 우리는 서신사명에서 후천개벽을 생각하며 진실한 마음으로 남 잘되게 하는 공부를 해야 함을 되새길 수 있다.





01 욕수(蓐收)는 서방의 대신(大神) 소호(少昊)의 보좌신으로 가을을 주관한다. 정재서, 「동아시아 신화와 문학의 증산 신학적 전개- 상상력의 법술(法術)과 전유(專有)의 신학」, 『대순사상논총』 35 (2020), p.8 참고.
02 같은 글, pp.7-8 참고.
03 공사 3장 2절 참고.
04 「도전님 훈시」(1984.12.26).
05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전경 다시 읽기 : 을미년(乙未年) 二」, 《대순회보》 167호 (2015), pp.24-27 참고.
06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앞의 글, pp.26-27 참고.
07 또한 상제님께서 1909(己酉)년 화천하시고, 1921(辛酉)년 도주님에 의해 상제님의 성골이 수습돼 정식으로 치성이 모셔지기까지 13년이 걸리셨다. 대순종교문화연구소, 「특별기획: 문답으로 알아보는 ‘종통’」, 《대순회보》 111호 (2010), p.104 참고.
08 예시 30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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