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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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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공모전 : 소설 「척신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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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부문 외 특별상


소설 「척신의 고뇌」



석촌 방면 평도인 곽채민



  내가 누군가의 척이라면 진심으로 그의 앞길을 막아버릴 것입니다. 가장 원치 않는 것은 그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죠.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 이유로 사소한 이득은 때때로 맛보여 줄 겁니다. 적당한 쾌락도 알게 할 거고요. 주변으로부터 적당한 인망을 얻게도 할 겁니다. 그러나 진리의 ‘眞’을 절대로 볼 수도 다가설 수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만일 그런 기미가 보인다면 그의 타고난 업장을 이용하여 아프게도 하고 그를 몹시 바쁘게 하여 ‘의지’를 소모시킬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깊고도 깊은 심계(深計)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빛이 번쩍하더니 내가 잠시 의식을 잃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나의 덜미를 친 것이죠. 몹시 아팠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니 이놈이… 이놈이 입도(入道)를 해버린 거죠.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이 철천지원수가 대도(大道)를 알게 되는 것은 정말 싫습니다.
  게다가 이 자식은 멍청하고 우둔한 주제에 오랜 겁을 걸쳐서 도는 닦아왔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만에 하나 도를 깨닫게 된다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고, 가지고 놀 수 없으며 온갖 선을 행하여 ‘군자(君子)’의 칭호를 얻게 될 것이니…. 나의 뼈에 사무치는 원한과 분노는 어찌한단 말인가!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이제부터라도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으리.
  운 좋게 입도는 했다더라도 체계에서 이탈하게 만들고, 교화에서 멀어지게 하고, 반드시 죽일 것입니다. 하여 외쳐 말하기를 “나 또한 선천 오만 년 도를 닦아 왔노라! 내가 쌓아온 수행의 공력은 너의 삼천 배나 되니, 태초에 소를 돌보는 목동에 불과한 너의 가련한 수준으로 어찌 나의 상대가 되리! 도문(道門)에 있다더라도 헤매고 헤맬 뿐 깨달을 수 없으리라. 하늘의 덕을 입는 것을 차단할 것이며, 너의 오래된 성격을 이용하여 고립시킬 것이며, 고되게 일만 하게 만들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 옛날의 역천마(逆天魔)들과 구천 마왕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반드시 이룰 것이다. 너의 실패를. 전생에 너에게 당한 것은 오직 하늘이 편벽되어 너의 손을 들어 준 것일 뿐, 방심 않고 지켜보리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 예상대로 그는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빌빌거리고 여전히 우둔하고 다소 외로워 보이고 심지어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전도(傳道)하여 세력을 모으지 못했고, 선각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으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 없고, 이론에 집착하는 모습은 종종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고요. 기도는 모시는 둥 마는 둥, 포덕이라 부르는 것은 아예 접은 듯하고, 여러 차례 반복하여 추월당한 지 오래되었으니 이 모든 것은 나와 내 부하들이 애쓴 덕분이지요.
  조금 더 세월이 흐른 후, 여전히 이놈은 커피나 처마시고, 뒷전에서 잠만 퍼자고, 가끔 교화 듣고, 마음 내키면 참여하고, 제멋대로인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 자세히 살폈습니다. 나의 신통력으로 관(觀)하니 그의 몸이 미세하게나마 맑아져 있었고, 수행의 과정에서 겪어왔던 보은의 감정이 계기가 되어 이치를 정립해 미약하게나마 ‘해원상생’을 체득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원과 보은의 은광(恩光)이 검은 구름 속의 달처럼 초연하였습니다. 번뇌는 많으나 방향을 잃지 않았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내 부하들의 포위에도 견딜 힘이 있어 보이더군요. 전에는 맥을 못 췄는데 말이죠.
  더욱 괴로운 것은 이 수행자가 때때로 자기 방에서 단정히 앉아 『전경』을 읽는 습관인데, 이것이 나를 더욱 미치게 했습니다. 『전경』을 반복하여 읽을 때마다 여러 겹의 포위망이 와해되었고 은은한 공덕의 빛이 감돌아 공간을 가득 메우며 그 속에 비장(秘藏)되어 있던 현무경(玄武經)이 펼쳐지니 그때마다 나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부하들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본래는 수행을 쌓아왔던 공덕의 밀도가 하늘과 땅의 차이였는데 어느새 많이 좁혀 왔고, 이제는 비등비등해진 느낌이라 매우 불안하고 초조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도인이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간담이 서늘하고 등에서 식은땀이 났습니다. 이윽고 천상의 상제(上帝)님과 하나가 되어 나를 이리저리 굽어본다는 생각이 들 때쯤 어느 날 이렇게 읊조리더군요.


“저는 진작부터 그대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이 잘되길 빕니다.”
“상제님의 덕화로 해원하길 바랍니다.”
“자신에게 어떠한 숙명(宿命)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마음을 바로잡고 해원하신다면 앞으로 열리는 후천선경에 어떤 공덕이 그대에게 주어지는지 보세요.”


  그의 음성은 매우 자상했고 부드러운 바람이 몸을 감싸는 듯했다.
  이제 알겠다. 내 병사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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