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온정, 따뜻한 배달
출판팀
굽이굽이 골목을 돌다가 양쪽에 주차된 차 사이로 조심스레 곡예를 탄다. 좁은 길 안으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후진하여 쭈욱 나오기도 하며, 집도 절도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곳에 다다르기도 한다. 숨겨져 있는 샛길, 그 길 끝에 목적지가 있다. 변두리를 미로 마냥 들어갔다가 나오고, 큰 도로에 들어서는가 싶더니 어느새 허름한 주택가로 빠진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도 아닌데 속이 울렁거린다. 매주 금요일 오전, 대진국제자원봉사단(이하 디바)의 반찬 배달길 상황이다. 홀몸 어르신이나 지체 장애인들이 영양을 골고루 챙겨 점심을 드실 수 있도록 애정이 담긴 서두름이다. 어르신들이 사는 곳은 온갖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도심지와는 거리가 멀다. 디바가 이들을 찾아 외곽 구석구석을 요리조리 신속 정확하게 찾아다닌다. 반찬 배달을 위해 길을 나선 봉사자들의 발길은 2014년부터 한결같다. 디바가 덜컹덜컹 돌고 돌아 발걸음하며 그분들의 식사에 영양을 더하고 건강을 살핀 지가 어언 10여 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의식주는 기본이다. 특히 ‘식’은 생명과 직결된다. 그래서 디바는 구호자선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600만 원 상당의 반찬을 준비해 여주 자원봉사단체들과 협업하여 여주 내 200여 가구에 배달하고 있다. 그중 디바가 배달을 담당한 곳은 30여 가구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꾸준히 방문하다 보니 반찬 배달은 거들 뿐, 처지를 살피고 안부를 묻고 안전을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여주에도 돌봄이 필요한 노년층이 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홀로 자신을 건사해야 하는 외로움과 사람에 대한 허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낯선 사람의 방문을 마냥 반기지는 않는다. 혼자 사는 이들에게는 봉사자일지라도 두려운 경계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10년 세월 꾸준히 걸음 하며 얼굴을 익힌 덕분일까. 조심스레 다가가는 진심을 느껴서인지 이제는 그분들이 먼저 마음을 열어 반겨 맞는다. 올 때를 기다린 듯 마중 나와 있기도 하고, 같은 처지의 누가 어디로 이사했다고도 알려준다. 자신의 근황을 공유하기도 하고 손을 맞잡으며 방긋방긋 웃기도 한다.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봉사자들이 어르신을 만나는 주기가 자녀들과 만나는 것보다 더 잦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험천만한 상황을 봉사자들이 먼저 막은 적이 있다. 한번은 방문한 집에 인기척이 없는데 안에서 자욱한 연기가 새 나오고 있었다. 문을 열어보니 가스레인지 불 위에 냄비가 타고 있었다. 때마침 발견해 얼른 불을 껐기에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어르신이 음식을 불 위에 올려놓은 것을 깜박하고 외출한 것이었다. 자녀가 알면 큰일나니 말하지 말아 달라는 신신당부가 있었다. 또 한번은 어르신이 누워 있는데 일주일 전 배달된 반찬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것이었다. 면사무소를 통해 가족에게 알렸다. 가족이 모셔 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반찬 배달이 아니었으면 고독사로 늦게 발견되었을 수도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디바 봉사자들은 이 같은 경험들이 있어서 남다른 책임감으로 매주 봉사에 빠지지 않고 반찬을 배달한다. 자신들의 발걸음에 온정을 느끼는 그들에게서 우리 일이 사람을 살리러 다니는 일과 다름 아님에 더욱 세심히 살핀다. 경제적 사정으로 이사 가야 하는 취약계층이 생기면 미리 이사 갈 지역까지 찾아가서 그 지역 봉사단체와 연결해 지속해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랜 세월 정이 듬뿍 든 만큼 헤어짐의 아쉬움도 크다. 돌아가시거나 요양시설 입소 등으로 더 만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과거 방문했던 집을 지나는 길이면 생각이 나고, 볼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마음이 간절하다. 반찬 도시락 외에도 개인적으로 과일을 챙겨와 더 얹어 전달하는 모습에서 봉사자들의 정이 느껴진다. 점심 식전에 배달을 완료하고 돌아오는 길. 이 길이 꼬불꼬불한 것을 아는 한 봉사자가 기자를 걱정한다. 기자가 취재한다고 따라나섰다가 메슥거리는 속을 달래지 못하고 구토를 했기 때문이다. 문득 10년 동안 이 길을 다닌 봉사자들 앞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봉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하나가 끝나는가 싶더니 이어 다음 날 주차 봉사, 대학교 김장 봉사 등으로 봉사자의 전화가 바쁘다. 뒤이어 난방유를 받고 싶다는 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 이유도 묻지 않고 이름과 주소 등을 알려달라고 하자 연신 고맙다고 울먹이는 소리에 가슴 먹먹해하는 봉사자들이다. 다음은 디바의 난방유 배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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