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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5년(2025)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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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진부와 혁신

진부와 혁신

 

 

교무부 윤미정

 



  살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고와 언행들이 어느 순간 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한때 지상파 방송에서 타인들의 실수나 단점을 풍자해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가 한창이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점차 타인을 폄훼하는 그런 유머는 자제되었고 근래에 그런 방송은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사라져가는 추세다. 또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힘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갑질 등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사회는 물질이 주가 되어 사람을 경시하는 현상이 팽배하지만, 이러한 실례들을 통해 점차 인간을 존중하는 인존시대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때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낡은 사고와 언행을 고집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관해 교훈을 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수주대토(守株待兔)로 나무 그루터기에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는데 어느날 밭을 갈다가 쉬고 있었다. 이때 토끼 한 마리가 달려오다가 밭 가운데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부딪혀 죽었다. 이후 농부는 농사를 접어둔 채 나무 그루터기만 바라보며 토끼가 와서 부딪혀 죽기를 기다렸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그해 농사를 망친 것은 물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농부는 그날 토끼를 우연히 얻은 방식이 앞으로도 통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 「오두편(五蠹篇)」에서 유래하는데 한비(韓非, 기원전 280?∼ 233)는 이를 통해 낡은 관습에 얽매여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꼬았다.01
  이렇게 낡은 사고나 관습에 얽매여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진부(陳腐)하다고 한다. 진부는 사상, 표현, 행동 등이 낡아서 새롭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그 유래를 보면, 진부는 ‘펼친 진’, ‘썩을 부’로 썩은 고기를 늘어놓은 것을 뜻한다. 고대 사회에서는 고기가 귀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기를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전시하였다. 시간이 지나 고기가 썩었는데 여전히 남들의 부러움을 살 것으로 여기고 썩은 고기를 늘어놓아 진부한 사람이라고 불리고 망신을 당했다는 이야기에서 이 말이 시작되었다.02 악취를 풍기는 썩은 고기를 자신의 강점으로 여기고 늘어놓는 우매함이 현재 진부라는 말에 담겨 있다.


 
  위와 같은 진부라는 말을 통해 우리 수도인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고나 언행에서 벗어나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을 혁신(革新)이라고 한다. 혁신은 혁고정신(革故鼎新)에서 유래한다. 혁고정신은 『주역』, 「잡괘전(雜卦傳)」의 “혁(革)은 거고야(去故也) 정(鼎)은 취신야(取新也)”에서 온 말로 혁은 낡은 것을 버리는 것이고, 정은 새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다. 여기서 버려야 할 낡은 것은 선천 상극 시대와, 취해야 할 새로운 것은 상제님께서 여신 후천 상생 시대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자신을 혁신하는 수도를 하려면 먼저 선천의 잘못된 사고와 언행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제님께서 “지난 선천 영웅시대는 죄로써 먹고 살았으나 후천 성인시대는 선으로써 먹고 살리니 ….”(교법 2장 55절)라고 말씀하셨다. 선천은 상극 시대로 부하고 강하고 권력 있는 사람이 득세하여 가난하고 약하고 권력이 없는 사람 위에 군림하며 온갖 행태로 죄를 짓고 살았다. 반상, 적서, 남녀 등의 구분도 결국, 강자와 약자의 구분으로 양반과 적자, 남자라는 강자가 상민과 서자, 여자라는 약자를 차별하고 핍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선천은 사회적 지위나 부, 권력 등을 지닌 힘 있는 자가 생존에 유리했으며 이러한 힘이 강점이 되는 시기였다. 이러한 세태에 편승하여 사람들은 힘이 있어 보이려고 위협적인 언행을 자행했고 이는 아직도 만연하다.
  상제님께서 펼치신 해원상생의 진리에 따라 수도하는 우리에게도 상대방을 억누르고 무력하게 만드는 사고와 언행이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는 말과 어투, 그리고 비하, 비난, 조롱이 섞인 말, 비꼬는 말들을 하면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이러한 사고와 언행은 타인을 비하함으로써 자신을 강자의 위치에 세우거나 우월감을 충족하게 하는 것으로 이미 썩어 버린 고기를 늘어놓고 과시하는 진부한 모습과 같다.
  우리는 지금 상생이라는 선으로써 먹고 사는 성인시대, 서로를 높여주는 인존시대로 가는 길 위에 있다. 상극의 선천에 머물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가려면 서로를 존중하는 해원상생을 끊임없이 실천해야 한다. 도전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 해원상생의 원리이며 경(敬)이란 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이므로 나와 타인을 모두 중하게 여기라고 하셨으며 해원상생 대도로 혁신해야 한다고 하셨다.03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타인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타인을 비하함으로써 자신을 높이려는 선천시대의 진부함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사고와 언행으로 자신을 혁신하는 것이 상제님께서 열어놓으신 인존시대로 가는 길일 것이다.

 

 

 

 


01  『한비자』, 「오두편」, “今欲以先王之政, 治當世之民, 皆守株之類也.”
02  배철연, 『심연』 (파주: 21세기북스, 2018), pp.214~215 참고.
03  「도전님 훈시」(1993. 1. 2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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