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드라마?
이번엔 K-집회다!
출판팀 김인수
.jpg)
·전국 디스크 통증 호소 연합 ·전국 멀미인 연합 - 멀미약 두개 먹고 껌 씹으면서 올라 왔다 ·똥강아지산책연합 ·우리나라 정상영업 합니다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 - 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다 ·전국 집에누워있기 연합 -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서 일어나야겠냐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불안해서 집에서 게임도 못하겠다 - 방구석 게임 마니아 연합 ·(내향인)
위의 문구는 집회에 나온 이색 깃발이나 팻말이다. 천하제일 깃발대회 같다. 집회 깃발이면 투쟁이나 쟁취와 더불어 요구하는 바가 담겨 있어야 하는데, 유머를 담은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를 총칭하는 용어로, 생각, 믿음, 스타일, 행동 등이 모방되어 전파되는 것) 깃발은 기본이고 풍자와 익살이 넘쳐난다. 참여한 이나 보는 이나 웃음이 절로 묻어난다. 우리 민족이 ‘해학의 민족’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집회라고 하면 서구(西歐)에선 보통 폭동과 폭력이 떠오르는 격렬한 모습이다. 2024년 12월 14일 집회에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의 국민이 대거 집결했다. 그런데 서울 경찰국 발표에 따르면 경찰과 부딪히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불법 행위로 입건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다. 국회 근처 지하철역의 무정차 통과로 수많은 사람이 객차에서 밖으로 나오는데 40여 분 이상의 시간이 걸려도 나가는 줄이 자연스레 생겨 타는 줄과 엉키지 않아 혼잡이 없고 집회 현장엔 통제하거나 제재하는 사람이 없어도 오고 가거나 자리에 앉는데 다툼이 없다. 화장실 앞에는 1시간 이상 긴 줄을 서도 불평이나 새치기하는 사람이 없다. 집회 현장에는 소녀시대의 ‘다만세(다시 만난 세계)’를 비롯해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로제의 ‘아파트’ 등 K-팝 히트곡이 울려 퍼진다. 또한 아이돌 응원봉이 총집결한다. 각자의 다채로운 K-팝 팬덤의 응원봉을 흔든다. 아이돌 팬클럽이 이곳에 다 모였다. 서울시 실시간 ‘서울 생활 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2월 14일 오후 4시 기준, 국회 인근에 모인 인파 가운데 29.6%가 20대와 30대 여성이었다. MZ세대 집회 참가자는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빛을 가지고 나왔다”라고 말하며 응원봉에 불을 밝힌다.
.jpg)
.jpg)
▲ 인터넷에 올라온 집회 현장 응원봉
집회에 참여 못한 사람들은 집회장 근처 카페와 식당에 선결제로 마음을 같이 했다. 선결제를 통해 음료를 받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 손’이 응원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감사했다. SNS엔 ‘외국에선 시위 현장 주변 상점은 폭망하는데, 대한민국 시위 현장 주변 상점은 대박 난다’라고 감탄을 했다. 온라인엔 ‘선결제 지도’와 ‘무료 화장실 지도’가 공유되며 IT 강국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또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자신이 머문 자리는 스스로 정리하는 시민들도 많았으며 집회가 끝난 뒤엔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한데 모아 놓는 시민도 있어 마지막까지 완벽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한 놀라움과 호기심은 세계 언론 매체의 관심과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국의 집회를 ‘K-집회’라 말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K-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MZ세대의 참여로 비폭력과 연대해 새로운 시위 문화로 탄생했다. K-집회 문화가 차세대 민주주의를 이끌 것이다”라고 호평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K-팝이 흘러나오는 시위 현장에는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다양한 응원봉과 LED 촛불, 깃발 등을 흔들면서 마치 댄스파티를 떠올리게 했다”라고 전했다. 영국의 BBC 한국 특파원 로라 비커는 “지금 바로 한국으로 오세요. 한국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이 진귀한 현장을 직접 느껴보세요” 말하며 “우리는 지금 21세기 민주주의 새로운 모델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분노나 적대가 아닌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이러한 한국의 경험은 전 세계 민주주의 운동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집회 현장에 대해 감탄과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K-팝이나 K-드라마로 ‘문화 선진국’의 이미지를 얻은 대한민국은 이제 ‘K-집회’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며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진정한 ‘상등국’으로 거듭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