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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5년(2025)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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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순문예공모전 : 밥 줘? 밥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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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장려

 

밥 줘? 밥 조!

 

 

금릉5-8 방면 선무 곽지영

 



  지난가을, 여주도장 식당 당번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맡은 기간은 열흘 남짓. 그때를 떠올리며 이 글을 적어본다.
  식당은 밥, 국, 홀, 반찬, 설거지, 빨래의 영역으로 나뉘고, 당번들은 각자 주어진 일을 한다. 이전에 식당 당번을 하며 밥조를 바라만 보았을 땐 그저 밥만 하는 줄 알았다. 설거지조를 비롯한 다른 조들에 비해 때로는 한가롭게 보이기도 했다. 밥조라고 하면 주방세제를 쓰지 않고, 이물질 같은 불순물의 침범 없이 청결하게 관리 유지되는 구역이라고 생각했다. 밥조 주변에서는 칼 하나 씻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밥조가 되어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밥조는 밥은 물론, 식사 시간 맛있는 잼과 함께 나오는 떡을 비롯하여 누룽지, 빵 등 온갖 탄수화물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아침 식사 시간은 6시. 6시에 밥이 나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새벽 4시 언저리, 대형 밥솥인 취반기의 취사 밸브를 연다. 그리고 당번들이 출근하여 정확한 시간에 분, 초를 지키며 취사 밸브를 잠그고 뜸을 들인다. 이렇게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을 반복한다. 그렇게 우리가 아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밥을 퍼서 배식대로 가져간다.
  밥판을 비롯해 밥주걱 등 밥조에서 사용하는 모든 용품은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뜨거운 물에 불렸다가 세척한다. 집에서는 씻다가 흘러내린 쌀, 그릇 끄트머리에 붙은 밥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흐르는 물에 흘려보낸 적이 많았다. 하지만 도장에서는 뜨거운 물에 불린 밥풀들이 씻겨 내려가 거름망에 모이면 그것 역시 잘 모아두었다가 틈틈이 누룽지를 한다. 노르스름 바삭하게 탈바꿈하면 ‘손이 가요~♪ 손이 가!’는 간식이 된다.
  치성이 끝나고 나면 음복 시루떡은 일정한 크기로 잘라 냉동 혹은 저온 창고에 보관하였다가 참배객이 올 때를 비롯하여 식당 후식 코너에 항상 비치한다. 전날 냉동실에서 꺼내 찜기에 둘러두었다가 다음날 밥과 함께 불을 올리면 말랑하고 담백한 떡이 완성된다. 그뿐만 아니라 농사가 바쁜 계절에는 종종 식당이 아닌 외부로 식사나 참이 나가는데 그때도 밥이나 떡, 빵을 필요한 양만큼 담아 트럭에 실어 보낸다. 식당 당번들이 먹는 참도 준비하는데 얼만큼의 양으로 배분해야 하는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투른 것 투성이었다.
  쌀을 씻을 때는 골고루 씻기도록 세척기와 함께 손으로 섞어주며 씻는다. 도장은 식사 인원이 많기에 씻어야 하는 쌀 무게만 해도 꽤 무거웠다. 그렇게 일정량을 밥판에 담아 취반기에 넣으며 다음 식사 시간을 위한 밥을 준비한다. 뜨끈하게 익어나온 밥판 역시 무겁고 뜨거웠다. 여성인 내가 하기에는 힘도 체격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으나 주변에서 도와주고 맞춰주고 함께해주어서 할 수 있었다.
  어릴 때는 밥그릇 끄트머리에 붙은 밥알은 깨끗하게 먹지 않았고, 주걱에 덕지덕지 붙은 밥풀들도 설거지통에 바로 넣었다. 매 식사 때면 볼 수 있는 밥이었기에 귀하고 아까운 줄 몰랐다. 이번 밥조를 하며 쌀이 밥이 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밥알 하나의 소중함을 느꼈다. 한알 한알이 맺히기까지가 얼마나 큰 과정인지를 알고, 그것을 귀하게 생각하며 밥알 하나 버려지는 것 없게, 다 쓰임이 되게끔 했다.
  새벽 6시가 안 된 시간, 차갑지만 맑고 산뜻한 공기를 마시며 식당 출근을 위해 숙소를 나선다. 식당보다 먼저 찾는 곳은 숭도문. 숭도문을 들어서며 상제님께 읍배를 드리고 함께 심고 드린다.
  ‘상제님, 오늘 하루도 많은 도인이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정성 잘 들이겠습니다.’
  식당에 도착해서 먼저 하는 일은 가운을 입고, 위생모를 쓰고, 앞치마를 입으며 작업할 준비를 한다. 각 조에서 하는 일 이외에 중간중간 식재료 다듬기, 세척 같은 다양한 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어느날은 매생이 씻는 작업을 하였다. 큰 이물질을 걸러내고, 미끈미끈한 매생이를 체에 여러 번 문지른다. 이 작업을 4번에 걸쳐 반복하였다. 언뜻 보면 별것 없어 보이지만 촘촘한 매생이 사이에 있는 이물질을 계속해서 씻고 문지르며 걸러낸다. 이러한 과정으로 우리가 먹는 매생이국은 참 깨끗하고 무엇보다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다. 아마 매생이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어느 것 하나 가볍고 소홀한 것이 없을 거다. 그래서 이 과정을 알게 되니 더없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불판 위에 구워 먹는 고기는 아마 다들 반가워하는 메뉴일 것이다. 미리 식탁에 가스버너, 불판, 집게와 가위, 부탄가스를 세팅한다. 식사가 끝나고 테이블을 정리하면 식당 뒤편에서는 기름기 가득한 불판과 식기류를 열심히 세척한다.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열심히 닦던 주변 도우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더불어 뜨거운 불판 앞에서 얼굴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온몸에 반죽이 묻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구웠던 가지전도 기억에 남는다.



  그저 도장에 출입하며 맛있게 준비된 밥을 먹고, 퇴식대로 식판을 반납만 할 때는 몰랐다.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치며 각 구역에서 맡은 바 일을 진행한다는 것을. 준비된 밥과 국, 반찬을 홀에 세팅하고, 다 먹은 식판과 수저는 앞뒤 설거지로 나누어 세척하고, 우리가 입는 당번 옷, 행주 하나 손수 문지르고 삶아가며 깨끗하게 세탁하는 모든 곳곳! 그 과정과 구역들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유기적으로 잘 화합하여 돌아가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맛있는 한 끼의 식사가 완성된다.
  나는 정성이라고 하면 크고 눈에 보여야 정성답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고 표시가 나는, 이름을 붙일만한 그런 정성. 알고 보면 정성은 작은 곳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을 배웠다. 밥조를 담당하는 종사원분이 출근하면 커피포트와 티스푼 세척하기를 말씀하셨다. 당번들이 출근하면 식사도 하지만 커피를 많이 찾기에 나는 일찍 출근하여 모두가 사용하는 커피포트와 티스푼을 설거지하며 오늘도 정성스럽게 작업을 할 수 있기를 심고 드렸다. 정성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내 마음이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러다 어느 날 같이 작업하는 도우가 했던 말이 마음에 와닿은 적이 있었다. 취반기에 물이 튀어 생긴 얼룩을 보며 “우리가 정성을 많이 안 들였네요” 단순하고 짧은 그 말에서 나는 정성이라는 것은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부터 출발하는구나 생각했다. 정성은 멀지 않은 곳에서 시작되고,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구나. 결국은 커다랗고 눈에 띄는 것에서 벗어나 기본을 다지면서 내가 맡은 부분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관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10일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않지만, 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정성이란 뭘까 늘 의문이었던 내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 시간이었다.
  볍씨에서 출발해 쌀이 되고, 그 쌀이 밥이 되기까지는 더운 날 흘러내린 무수한 땀방울이 있었고, 때로는 덥고 때로는 추운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의 보이지 않은 정성도 있었다. 우리 모두 상제님의 시루 속에서 따뜻한 증기로 푹 익어 완성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 모든 과정에 감사함을 느끼며 세포 곳곳까지 상제님의 덕화가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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