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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5년(2025)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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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순문예공모전 : 초초보 엄마, 소통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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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장려

 

초초보 엄마, 소통의 첫걸음

 

 

금릉1-6 방면 선무 김소영

 



  마흔이 넘어 아이가 생겼다. 친정엄마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산후조리를 해주시겠다고 친정집으로 오라고 하셨다. 아기 키우는 걸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터라 걱정했는데 모든 고민이 해결되었다.
  그런데 요 신기한 생명이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말도 못하는 이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이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다가도 뭘 원하는지 모를 울음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그치지 않는 울음으로 넘어가면 내 무능함에 속이 탄다. 먹으면 자고 눈 뜨면 울고 놀면 웃고 그러다 싸고… 반복되는 하루가 50일쯤 지났더니 제법 사람티가 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왜 말을 못하는 걸까.
  이름도 없던 존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나니 나에게 더 큰 의미가 되었다. 그런데 나에게만 의미가 생겼나 보다. 오히려 아이에겐 나란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았다. 우는 걸 달래려고 안으면 더 큰 소리로 울어댄다. 울다가 자지러지기 전에 친정엄마가 얼른 아이를 받아 안는다. 그래도 내가 니 엄만데…. 아직은 제대로 된 엄마가 아닌가 보다 하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친정엄마, 아빠는 아기랑 지내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아기에 대해 하나하나 일일이 검색해서 대처하는 나와 너무나 비교된다.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노는 아기가 이쁘다가도 질투심이 올라온다.
  아기가 눈을 맞출 줄 알고 행동이 다양해지면서 아기 키우는 방식 때문에 친정엄마랑 신경전이 팽팽하다. 요즘은 그렇게 안 키운다, 니들도 다 이렇게 키웠다, 뭘 알지도 못하면서… 대화가 늘 쳇바퀴다. 20년 넘게 함께 살아온 엄마지만 20년 가까이 떨어져 사니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잊어버렸다.
  아이를 낳고 집에만 있은 지 두 달, 갑갑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친정엄마도 내가 갑갑해하는 걸 눈치채셨는지 주일인데 기도 모시러 회관에 다녀오겠다는 말에 얼른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아기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편하게 생각하니까 한나절쯤 엄마가 없어도 알아채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회관에서 기도 모시고 선각들과 대화를 하니 가슴에 들어오는 숨 깊이가 다르다. 내가 엄마인지 딸인지 수도인인지 무얼 하던 사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뭔가 콩꺼풀이 벗겨지면서 정신이 차려지는 느낌이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친정엄마는 말도 못하는 아기랑 잘도 소통하는데 나는 답답해만 했지 아이의 반응을 차분히 살피지 못했다. 엄마가 하는 방식을 이해하기보다는 아니라고 부정부터 했다. 나도 해본 적이 없으면서 남의 말만 듣고 엄마 방식을 무시했다. 소통이 안되는 원인이 바로 나였다. 지난 수도생활을 돌아보니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수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왜 내 말을 못 알아듣지, 수반들이 왜 저럴까, 남 탓하기 급급했다. 수반들과 웃으면서 대화하는 선각을 볼 때면 나랑 있을 땐 저렇게 밝은 표정을 본 적이 없는데 선각과 수반들은 나만 빼놓고 자기네끼리 통하는구나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내가 상당히 시야가 좁고 고집스러운 사람임을 자각하는 순간, 뭔가 모르게 조금은 밝아지는 것 같았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지난 시간을 하나둘 정리해 본다. 이제 다음 달이면 친정엄마도 출근하고 아이는 나랑만 지내야 한다. 초초보 엄마랑만. 그리고 한 달이 더 지나면 아이의 백일이다. 꾸준한 정성을 들이지는 못했지만 남은 기간 좀 더 마음을 써야겠다. 초보 엄마라 부족한 부분을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채워보고 싶다. 그리고 초보 도인이었던 지난 시절을 뛰어넘어 경력직 도인이 되어야겠다. 어른의 언어를 요구하지 말고 갓난아기의 언어로 소통을 해봐야겠다. 상제님께서 많은 생명을 그렇게 돌봐주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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