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과 타인의 눈
교무부 윤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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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타인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곤 한다. 적절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는 자신과 대인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 관한 스스로의 평가가 필요 이상으로 관대하면 자만하거나 우월감에 빠질 수 있고, 타인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으면 그를 미워하는 감정이 생기고 척을 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수도인으로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평가가 올바른지 항상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를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될 후각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입사한 지 몇 개월밖에 안 된 후각에게 회사 생활은 어떤지 물었다. 후각은 아직 일이 익숙지 않아 긴장하고 있는데 선배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능력도 있고 인간성도 좋아 보이는 선배들이 서로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고 사이도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후각이 선배 A에게 B와 C의 어떤 점이 좋지 않냐고 물었더니 A가 자신은 원칙을 잘 지키는데 B와 C는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 B에게도 A와 C의 어떤 점이 좋지 않은지 물었더니 B 또한 자신은 원칙을 잘 지키는데 A와 C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C에게도 A와 B에 관해 물으니 비슷한 답변을 했다. A, B, C는 각자 자신들이 원칙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는 반면 상대방은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후각은 A, B, C가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에 대한 평가가 틀린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A, B, C의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할 수 있다. 이 중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첫째는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모습과 타인이 평가하는 자기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자신이 평가하는 타인과 실제 타인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타인에 대한 평가가 옳은지 항상 의심하고 돌아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먼저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타당한지 생각해 보면, 사람은 실제보다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자기 합리화’, ‘이중잣대’라는 말이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타인에 대해서는 열 번 중 한 번만 원칙을 어겨도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하기 쉽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열 번 중 한 번만 원칙을 지켜도 원칙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을 볼 때는 타인의 눈으로 냉철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말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눈치를 보라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자신의 사고와 언행, 처사를 타인의 눈으로 보듯 객관적으로 성찰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할 때 자신에 대한 관대한 평가로 저지를 수 있는 많은 잘못, 즉 자만, 오만, 불손, 우월감 등으로 인해 생기는 과오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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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신이 타인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어떨까. 평가는 가치나 수준, 상태 등을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 개개인은 고유한 가치를 지니므로 업무상 또는 생존에 위협을 받는 등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점을 부각해서 바라보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습관적으로 타인을 단정짓듯 평가하곤 하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첫인상이라는 말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평가가 틀릴 수 있음을 첫인상에 대한 다음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동일한 사람에게 평범한 의상과 신사 정장을 각각 입게 하여 타인과 호텔 문을 동시에 잡게 했을 때, 그 타인에게서 어느 정도의 양보를 받는지 실험한 결과 각각 18%와 94%의 양보를 받았다.01 이 실험에서 동일 인물에 대해 양보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 것은 각각의 첫인상에 따른 평가가 달랐다는 것을 뜻하고 이 평가가 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평가로 인해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긴다면 상제님께서 “남을 미워하지 말라. 사람은 몰라도 신명은 먼저 알고 척이 되어 갚나니라”(교법 2장 44절)라고 하신 말씀처럼 척을 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타인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나의 눈을 항상 돌아보고 올바르고 따뜻한 시선을 지닐 필요가 있다. 살면서 자신과 타인에 관해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으로 잘못된 평가로 인한 과오를 줄일 수는 있다. 타인이 나를 보듯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때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삼갈 수 있고, 타인을 평가하는 나의 눈을 의심하여 돌아볼 때 타인을 좋지 않게 여기는 마음을 거두어 그를 이해하고 척을 짓지 않을 수 있다. 도전님께서는 “해원상생으로 혁신하여 척을 짓지 말자.”02라고 하셨다. 나의 눈과 타인의 눈을 돌아보는 것은 척을 짓지 않는 해원상생의 실천이며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혁신의 초석이 될 것이다.
01 소확성, 「첫인상이 주는 느낌, 얼마나 정확할까?」. https://www.youtube.com/watch?v=WdeOO0ORur0 참고. 02 「도전님 훈시」(199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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