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문예 : 산문 가작
도장에서 상추 키우기
중흥1-6 방면 교무 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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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에 오면 상추를 먹어본 적 있으시죠? 마트나 어디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상추는 키우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답니다. 저는 도장에서 영농작업을 매번 나가는데 하우스로 작업을 가게 되면 상추 파종을 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하우스에서 작물들을 파종하는데 여기서 잠깐 영농하우스를 소개하겠습니다. 영농하우스에는 상추, 근대, 겨자, 청경채, 열무와 얼같이 배추 외에도 여러 모종이 있습니다. 그리고 1동 2동 3동 뒤에는 큰 하우스가 있는데 시금치와 열무, 얼갈이가 넓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각의 하우스에는 분야별로 작물들이 있습니다.
1동 하우스는 입구에서 오른쪽에는 청상추가 있고 가운데에는 먹상추, 끝 쪽에 청상추, 왼쪽에는 붉은색 치마 모양의 적상추가 있습니다. 이 상추들은 비료를 주거나 약을 치지 않고 물을 자주 줍니다. 하우스마다 스피커가 있어서 작물들을 위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덕분에 클래식을 들으면서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물에 음악을 들려주면 기운을 느낀다고 합니다. 음악에 따라 식물에서 나오는 주파수가 다르다고 하는데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 작물의 모양이 이상한 경우가 생기고 잔잔한 음악이나 클래식을 들으면 작물들이 모양도 예쁘고 더 많이 열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도장에서 키우는 작물들은 크고 맛있는데, 특히 식감이 좋습니다.
상추를 키우는 과정을 보면 먼저 상추씨를 파종합니다. 파종을 하려면 ‘상토’가 필요한데 상토는 채소가 잘 자랄 수 있게 여러 요소를 섞어 작물이 쉽게 발아하고 뿌리가 잘 뻗어 나갈 수 있게 하면서 식물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습니다. 상토에 보이는 하얀 스펀지 같은 작은 알갱이가 펄라이트인데 화산암 지대에서 생성되는 진주암이나 흑요석을 고온에서 가열해서 팽창시킨 돌을 말합니다. 팝콘처럼 부풀기 때문에 매우 가볍고 배수력이 뛰어납니다. 이런 상토에 물을 섞어서 촉촉해지면 포트에 채웁니다. 보통 상추나 청경채, 근대, 겨자 등은 128구 포트를 사용합니다. 상추씨는 아주 작은 초승달 모양으로 분홍색이나 회색입니다. 상토를 꽉꽉 채운 포트에 상추씨를 2알씩 넣습니다. 이때 살짝만 눌러주면서 흙을 덮습니다. 상추는 깊이 심지 않아야 발아가 되어서 뿌리를 많이 뻗을 수 있게 됩니다. 상추씨가 너무 깊게 들어가면 새싹이 돋지 못합니다. 게다가 상추씨는 너무 작고 가볍기에 바람이 불거나 숨을 크게 쉬면 날아갈 수 있습니다. 다들 숨죽이면서 심어야 하니 다른 씨앗 파종할 때보다 더 긴장합니다. 파종을 끝낸 상추는 열흘에서 보름 정도가 되면 우리가 먹는 상추의 모습을 제법 갖추게 됩니다. 이렇게 포트에서 키운 상추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것을 정식이라고 합니다. 하우스의 기다란 밭에 한 줄당 구멍이 6개씩 뚫린 매트가 씌워져 있습니다. 포트에서 모종을 뽑아 크기에 맞게 구멍의 흙을 파고 모종을 넣고 상토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어준 후에 살짝만 눌러줍니다. 하우스가 꽤 크고 길어서 하루 종일 심을 때도 있습니다. 건강한 상추를 키우려면 잘 심어주는 게 방법입니다. 그렇게 잘 심어진 상추는 하우스 담당 종사원이 물을 잘 준 덕분에 점점 어른스러워집니다. 상추의 떡잎과 본잎을 잘 관리해서 더 많은 상춧잎이 나올 수 있게 합니다. 상추가 잘 자라기 위해서 물도 자주 주지만 스피커에서 나오는 잔잔한 클래식들이 상추들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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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크는 상추들을 볼 때면 뿌듯함에 감동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그런데 작업을 할 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렇게 작물 하나도 정성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 사람에게는 얼마의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할까?’ 상제님께서도 “사람 기르기가 누에 기르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하셨듯이 시간과 공을 들인 것은 식물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인을 만든다는 것이 참 어렵고 험한 길일지 모르지만 내가 쏟았던 시간과 공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셨으니 그 끝에는 커다란 운수가 기다리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문득 ‘백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에서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라는 가사가 떠오릅니다. 사람도 식물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주었을 때 그에 보답하는 것 같습니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내가 상대에게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따라서 값어치가 높은 작물이 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노래 가사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 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도장에서는 종사원과 수호자가 힘을 합쳐 땀을 흘리며 영농을 일궈 나가고 있습니다. 유기농으로 길러진 벼와 밀, 조, 수수, 기장 같은 곡물과 애호박, 맷돌호박, 쥬키니호박, 단호박과 가지, 고추, 깻잎, 토란, 대파, 고구마, 감자, 옥수수, 배추 등 많은 작물이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이 됩니다. 이런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서 기쁩니다. 도장에 오시는 분들과 앞으로 더 많이 들어올 수도인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더욱더 감사한 마음으로 수호를 서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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