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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8년(2018)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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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상량식(上樑式)

상량식(上樑式)
 
 

출판팀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풍습이 여러 가지 이유로 퇴색되어가고 있는 요즘 시대에 우리에게 상량식은 생소한 의식이다. 예전에 하늘과 땅의 이치에 맞춰 집을 짓고 그 공간에 신을 모시는 풍습이 있었다. 이때 모셔지는 신이 상량신이다. 신을 모시고 대접하여 화(禍)를 물리고 복(福)을 기원한 것이다.
 
▲ 상량식
 
 
상량식이란?
  상량신(上樑神)은 성주신(城主神)이라 불리는 가택신이다. 최근 흥행한 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에 등장해 화제가 된 신이기도 하다. 성주는 집을 지키는 신이다. 새로 집을 짓게 되면 의례나 굿을 하고 대청이나 안방 등의 상부에 모신다. 가신(家神)의 하나로 성(城)의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성주(城主)라고 하는데, ‘집을 지어 만든다’라고 하여 성조신(成造神)이라고도 부른다. 성주풀이의 노랫말에 나오는 “와가에도 성주요, 초가에도 성주요, 가지막에도 성주”라는 말처럼 예전에는 어느 집이든지 성주가 있었다. 그는 인간에게 집을 짓고 연장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상량식은 상량신, 즉 성주신을 모시는 의례이다. 집을 지을 때 기둥 위에 보를 얹고 지붕틀을 꾸민 다음 마룻대(상량)를 올린다. 이런 행위는 상량신을 모시고 집의 뼈대를 무사히 세웠다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가 있으며, 집 짓는 고사 가운데 가장 크게 치러진다. 마룻대에는 ‘용(龍)’, ‘구(龜)’ 글자를 위아래로 쓰고 가운데에 상량식 날짜와 복을 기원하는 간단한 글귀를 넣는다. 상량문에는 집을 지은 내력, 공사 책임자, 인부 명단 등 집의 건축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을 적어 마룻대에 홈을 파고 넣어둔다. 상량문과 함께 금(金)과 돈 같은 재물을 넣어두는데, 이는 재해나 화재로 인해 건물이 소실됐을 때 보수에 요긴하게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상량식이 있는 날에는 주인이 축연을 베풀고 인부는 하루 동안 먹고 마시며 쉰다.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에서 발견되는 상량문에는 건축물에 대한 상세한 내용뿐만 아니라, 삶과 거처에 대한 지향의식을 담아 다양하게 표현된 문장들이 많아 문학적으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상량문 작성 요령


  상량문은 식이 있는 날의 날짜를 적는다. 입장에 따라 단기(檀紀), 서기(西紀) 등을 쓸 수 있다. 우리는 대순 기원이 있기에 대순 년ㆍ월ㆍ일을 기록한다.
  사가(私家)에서는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라는 글귀를 적는다. 하늘에 삼광(三光)의 기운이 응하고, 땅은 지비(地備: 갖춘다)라고 해서 수(壽)ㆍ부(富)ㆍ강녕(康寧)ㆍ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01 오복을 불러들인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오복이 집에 깃들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상량 양단에는 용(龍)과 구(龜)를 적는다. 화재를 예방하는 의미가 있다.


 

 

▲ 회관 상량식에서 상량을 올리는 장면
 
 
잊혀가는 가택신(家宅神)들
  성주신, 터주신, 조왕신, 문신(門神), 측신(廁神) 등과 같은 가택신을 섬기는 신앙을 가신신앙(家神信仰)이라 한다. 가신신앙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앙으로 무속이나 동제(洞祭)02와 같이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발생해 내려오는 민간신앙이다. 가신신앙에 대한 기록은 1800년대 김매순의 『열양세시기』, 유득공의 『경도잡지』,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 나타나지만, 지극히 단편적이어서 신체(神體)나 제의(祭儀)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1900년대 이능화(1896~1943)의 『조선무속고』, 문화재관리국의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등의 연구 결과물이 있으나 전문 전공자가 없어 연구조차 부진한 실정이다.03 1993년 민족문화사가 편찬한 『한국민속대사전2』에서도 ‘상량신(上梁神)=성주(城主)’라고 간단히 수록되어있을 뿐이다.
 
 
  『한국의 집지킴이』의 저자 김광언 교수는 “가신신앙의 맥은 집안의 아낙네들이 지켜 내린 것이다”라고 말하며, 가신신앙은 불교와 함께 조선 시대 여인네들이 집 밖에서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믿음과 위안과 희망이라고 피력한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건축양식과 문화, 생활의 변화로 삶의 구조가 바뀌고 역할이 통합, 혹은 분리되면서 가신신앙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주호민 작가의 베스트셀러 『신과 함께』처럼 만화, 영화 같은 현대 콘텐츠가 흥행04하는 모습을 보며, 가신신앙의 전통적 가치관이 한국인의 무의식 저변에 계속 이어져 오고 있음을 느꼈다. 8월 1일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에서도 성주신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성주신은 인간을 지키기 위해 현신(現身)한다. 이 모습은 성주신이 얼마나 인간의 삶에 가까웠는지를 잘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신과 인간의 조화
  과거의 건축양식에는 천원지방(天圓地方)05의 의미가 그대로 담겨 있다. 『주역』의 대장괘(大壯卦)06를 옮긴 것이라 하여 하늘을 뜻한다. 주춧돌은 땅을 뜻하며 주로 네모난 것을 썼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모이는 지붕 가운데에 마룻대(상량)를 올리고 성주신을 모신다. 그 속에 사람이 산다. 자연과의 조화(調和)로움에 목적을 둔 건축양식이다. 또한, 상량식을 통해 자연뿐만 아니라 신(神)과의 조화로움도 추구했다. 자연과 함께 신명까지 대접하는 미풍양속은 조화를 통해 ‘도(道)’를 추구했던 선조들의 삶을 잘 나타낸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옛 풍습이 많이 사라졌다. 빌딩이 들어서고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인간의 편의에 치중된 발전을 이루었다. 성주신을 찾는 이는 줄었으며, 다른 가택신들은 갈 곳을 잃었다. 문득 시대가 다르지만 『전경』에서 ‘조선이 신명을 잘 대접하는 곳’이라 하신 상제님의 말씀07이 떠오른다.
  현대 한국에서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만큼 신명을 대접하는 일에도 소홀해졌다. 하지만 우리 종단에서는 다르다. 대순진리회의 도(道)는 신도(神道)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신명과 사람이 서로 조화(調化)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신도는 상생대도(相生大道)의 기틀이 된다.
  또한, 상제님의 공사에 따라 도주님께서 음양합덕(陰陽合德)과 신인조화(神人調化)를 종지로 확립하심으로써 신과 인간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전경』 교운 2장 42절의 「음양경(陰陽經)」에서 ‘신무인후무탁이소의, 인무신전무도이소의, 신인화이만사성(神無人後無托而所依 人無神前無導而所依 神人和而萬事成)’이라고 하였다. 이는 모든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과 인간이 서로 의지하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볼 때, 상량식처럼 인간이 신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아름다운 풍습은 현대에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대순회보》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한국민속 대사전 2』, 서울: 민족문화사, 1993.
김태곤, 「성주神의 本鄕考」, 『사학연구』 제21호, 한국사학회 엮음, 1969.
최인학ㆍ최래옥ㆍ임재해 편, 『한국민속연구사』, 서울: 지식산업사, 1994.
두산백과사전 두피디아(www.doopedia.co.kr)
 
 
 

01 『서경(書經)』에서 말하는 인간의 다섯 가지 복.
02 마을을 지켜주는 신인 동신(洞神)에게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
03 김태곤, 「가신신앙 연구」, 『한국민속연구사』, 최인학ㆍ최래옥ㆍ임재해 엮음 (지식산업사, 1994), p.267 참조.
04 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 관객 수가 천만이 넘어섰다. 전작인 <신과 함께 - 죄와 벌>도 1,400만 관객 수를 돌파했었다.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시리즈물이 동시에 천만 관객을 넘긴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05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동아시아 전통 우주론의 하나.
06 육십사괘 중에서 진괘(震卦: ☳)와 건괘(乾卦: ☰)가 겹쳐서 형상(形象)을 이루는 괘()이다. 우레가 하늘에 있음을 상징한다. 이 괘는 양(陽)이 성(盛)하는 상(象)으로서 소식괘(消息卦)이며, 만사형통의 괘이다. (출처: 「대장괘」, 두산백과사전 두피디아)
07 “조선과 같이 신명을 잘 대접하는 곳이 이 세상에 없도다. 신명들이 그 은혜를 갚고자 제각기 소원에 따라 부족함이 없이 받들어 줄 것이므로 도인들은 천하사에만 아무 거리낌 없이 종사하게 되리라.” (교법 3장 2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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