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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고전산책 : 헤겔 『역사철학 강의』

헤겔『역사철학 강의』

 

 

연구위원 김태수

 

 

 

 이번 호부터는 수도인들의 인문 교양에 대한 심화를 위해 국내외 인문학 양서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처음으로는 서양의 이성 중심의 관념철학을 확립시킨 헤겔의 『역사철학 강의』에 대한 소개입니다. 정리된 내용만을 소개하는 자리이지만 이를 토대로 많은 영감과 심화 학습을 병행하여 수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 들어가며

 

  이 책은 헤겔(G. W. F. Hegel: 1770∼1831)이 1822년에서 1831년 사이에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있는 베를린 대학에서 격년으로 역사철학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에두아르트 간스(Eduard Gans)가 편집해서 1837년 출판, 빛을 본 작품입니다. 간스는 하이델베르그 대학 시절 헤겔의 제자이면서 가장 가까운 친우였는데, 『법철학』 또한 그에 의해 출간되었습니다. 헤겔의 영향을 받고 발전시킨 제자들을 「헤겔학파」라고 하며, 간스는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그 당시 독일 지식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간스 말고도 역사학자였던 헤겔의 아들 칼(Karl Hegel)은 간스에 의해 출간된 역사철학 강의가 후반기 강의에 치우쳐 있다고 보고 모든 강의 내용을 조화롭게 다룬 책을 내기 위해 역사 속에 흐르는 본질을 강조한 헤겔의 핵심을 보충해서 1840년에 새로이 출판했습니다. 그는 아버지 헤겔이 역사를 이끌어 가는 것과, 역사가 나아가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을 역사의 핵심으로 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헤겔은 역사의 주체와 방향을 밝히는 것이 각 민족의 영혼을 좌우한다고 보았다는 것이지요. 역사적 사건 자체보다는 철학적이고 개념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의미를 인식하는 데에 더 주력했다고 본 관점입니다.

  그리스 철학 이래 철학의 본래 의미는 진리에 대한 사랑이었고, 근본에 관해 이치에 맞게 합리적으로 생각하여 세계의 근본원리와 질서를 깨닫고자 하는 것이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헤겔은 객관적 역사로서의 과거와 그 주관적 의미인 현재가 만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능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에게 역사철학은 역사의 생성과 발전의 의미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헤겔 만큼 역사와 철학을 잘 결합하고 통일한 학자가 없었습니다. 당시 계몽주의의 영향 하에 칸트의 영혼의 기능으로서의 이성, 헤르더(J. G. von Herder: 1774∼1803)의 인간성의 실현으로서의 자율적·자기실현적 역사 개념이 대두되는 시기였지만,01 ‘각 나라의 역사적 사실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역사적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역사를 움직이는 근본원리는 무엇일까’라는 보이지 않는 원리를 철저하게 규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비해 헤겔의 역사철학은 철학적 세계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사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철학적 이유를 가지고 나아가며, 의도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인류역사가 천존, 지존, 인존 시대로 역사가 전개되었다는 이해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헤겔에 의하면 역사는 절대정신이 자기 자신을 펼쳐 나가는 과정이고, 절대정신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따라서 세계사의 발전과 완성은 절대정신이 자기자신을 다 펼쳐서 완성될 때 이루어지며 절대정신이 완전한 자유에 도달해서 자유가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면 역사도 완성되므로 절대정신과 이성 및 자유는 같은 위상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신, 절대정신은 어떤 철학적 함의를 지니고 있기에 역사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변화, 발전할 수 있는 것일까요?

  독일 계몽주의와 관념론의 전통에서 정신이란 생각하고 잘못한 것을 반성하는 능력으로서,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징입니다. 이에 비해 절대정신은 원리로서 상태와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정신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자기 길을 가는 정신으로서 보편적 자유로움을 지니고 있습니다.02 따라서 사람은 정신의 대리자이거나 심부름꾼이고, 역사영웅들은 정신의 명령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됩니다. 나폴레옹을 가리켜 ‘말을 탄 정신’이라 한 헤겔의 표현에서 이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수에 의한 공사를 실천하는 일꾼 개념과도 유사한 면이 있지만, 인간의 진정한 주체성을 강조하는 인존사상과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2. 역사 발전의 단계

  헤겔에 의하면 고대 동양의 중국, 인도 페르시아는 정신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유년기 단계이고, 그리스 ·로마는 몇몇 사람들만이 자유를 누리며 조금 더 발전된 청년기·성년기의 단계입니다. 그리고 게르만 세계야말로 종교개혁으로 정신의 본성을 회복해 완성된 역사를 갖는 정신의 노년기이며 완전한 성숙단계로서 자기 자신을 완성하는 장(場)으로 보았습니다. 즉, 역사의 발전 기준을 정신의 성숙으로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느냐 하는 것에 따라 고대 유년기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자유롭고 편한 생활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노예생활을 하는 세계로서 역사가 미숙하고 정신이 자기자신을 발전시키지 못한 사회로 규정하였고, 서구의 게르만 세계는 세계 역사가 목적하는 바대로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는 세계로 보았습니다. 역사를 자연반복적 행위가 아닌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계속 성장·발전해 가는 것으로 보는 점은 의미있는 해석이지만, 역사를 언제나 체계적인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 고대 동양의 풍요한 선·불·유의 사상들이 담고 있는 성숙한 정신과 자유의식은 파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역사와 정신의 개념을 결합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의무 및 근대 국가에 대한 이념을 가능하게 하였고, 나라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시대를 알아야 한다는 의식을 일깨워준 데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역사의 주인인 정신은 자신의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역사를 창조·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완성해 나갑니다. 역사발전과정은 국가형태와 제도, 법률 등으로 나타나는데 국민이 얼마만큼 자유를 누리고, 사회는 얼마나 좋은 제도를 바탕으로 하며 국민들은 얼마나 성숙한 도덕적 생활을 하느냐가 역사 발전의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국가가 국민을 잘 보호하고, 국민은 국가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양보한 나라가 절대정신이 발전한 나라가 되는 것이지요.

 

 

3. 이성의 본성과 활동양태

 

 『역사철학 강의』에서 정신은 앞 뒤의 이치를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원인과 결과의 원리를 아는 능력으로서 이성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원리, 이유로써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예측하는 것이 이성의 기능이지요. 이 점을 헤겔은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철학이 지니고 가는 유일한 사상은 이성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사도 이성적 과정이라고 하는 단순한 이성의 사상이다. 이 확신과 통찰은 역사 전체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전제이지만 철학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제도 아니다.” 여기서 이성은 역사의 주인이자, 지배자입니다. 세계의 중요한 일과 역사는 이성의 힘에 의해 결정, 발전됩니다.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정신인 이성을 갖기 위해서이고 역사를 살펴보면서 사상과 연관시켜가는 일이 역사철학입니다. 즉, 이 일은 어떤 사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까 등을 궁구해서 역사 안에 담겨진 뜻과 원리를 파악하려는 일입니다.

  이렇게 될 때, 사유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무한한 힘으로서 이성의 본성이 되고 이성활동은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합니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파악하려는 호기심에 기초한 자기주관은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자기 안에서 만들어 내기 때문이지요.

 “이성은 유한한 행위와 달라서, 자신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양분과 대상을 받아들이기 위한 외부적인 재료나, 주어진 각종 수단의 여러 조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성은 이성 자신의 전제이고 목적은 절대적인 세계사 안에서의 이성 자체입니다.” 즉, 이성은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고 증명하며 자기자신을 목표로 합니다. 역사는 이성이 목표를 가지고 이끌어 가는 것이므로 단순한 원인과 결과 관계가 아니라,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하고, 일어나야 하는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당시의 권위있는 역사가들이 거짓을 행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가들에 의해 현혹되어서는 안 되며, 진정한 뜻에서 역사를 아는 것이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로서 사건과 역사를 통해 나타난 이념을 알아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세계를 이성적으로 보는 자에게 세계 역시 이성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이성이 세계와 세계사를 지배해 왔고 지금도 지배하고 있다.”

  그리스 철학자 아낙사고락스(Anaxaoras)는 만물은 많은 씨앗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스로 변화할 수 없기 때문에 누스(Nous)에 의해 다양한 것들이 되어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즉, 누스는 신의 섭리와 같이 물질을 움직이고 운동하게 하는 사고능력으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에 의해 극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헤겔이 보기에 아낙사고라스는 누스를 막연하게 외적 원리라고 말할 뿐, 구체적으로 자연세계가 이 누스에 의해 발전된 것이고, 이성의 힘으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세계가 이성이 세운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역사의 목적을 세운 것은 신이나 이성이 아니라 정신(Geist)03를 통해 신을 알고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통해 참된 것을 알 수 있으며, 모든 사물의 근본을 알고, 신의 존재까지도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따라서 나는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이제까지도 세계를 지배해 왔다는 명제가 신의 인식 가능성의 문제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그에 의하면, 이성은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합니다.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생각하며, 다음을 위해 정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될 때, 이성이 행동하고 활동하는 무대는 바로 세계의 역사가 됩니다.

  이성의 의미와 역할은 이 세계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목적을 세워 이것이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 구체화되도록 한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이성의 뜻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이성이라는 말의 내용이 실제로 실현되어야 세계의 목적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자연은 이성의 지배를 받지만 스스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데 반해, 정신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세운 목적을 달성하려는 본성이 있어서 끊임없이 세계의 역사를 이끌어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려고 합니다.04

  이러한 정신의 본성에 의해서 세계 역사는 만들어지고, 변화하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정신은 이처럼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현실 속으로 들어가 현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하면서도 또한 순수한 정신 상태로 남아 있고 싶어하는데 이를 개념이라 합니다. 즉 정신·이성이 개념으로 현실세계와 거리 있는 독창적 상태로 남아 있다면, 상황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만을 포함해서 일반적 원리가 되는 것입니다. 현실은 나라마다 민족마다 자연 조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개념으로 알고 있는 정신이나 이성은 현실에서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이 되는 일반적 뜻, 개념이 없다면 어떻게 이성을 알고, 현실에서 달성하려고 노력할 수 있겠습니까? 즉 기준이 필요한데 이는 문화와 나라에 따라서 부정적이거나 중요한 것이 다를 수 있지만, 부정적인 것을 극복하고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모두에게 공통된 일반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개념 속에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개념과 구체적인 것이 다 필요한 것이지요.

 

 

4. 이성의 본질- 자유

  헤겔에 의하면 이성의 본질로서 이성의 다른 이름은 자유입니다. 이성이 역사의 주인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정신이 존재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인 자유를 정신의 본질로 삼기 때문입니다. 정신의 다른 모든 특성들은 자유보다 한 수 아래이며, “모든 것은 단지 이 자유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고, 단지 이를 구하며 산출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자유는 정신의 유일한 참된 모습이므로 인간의 행동과 역사에 얼마나 깊은 의미가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물질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물질이 스스로 세운 목적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외부의 조건에 맞게 일어나는 변화일 뿐입니다. 반면에 정신은 자기 내부에 중심점을 갖고 있어 자신을 완전하게 변화하는 것과 같이 혼란 없이 잘 통일된 모습입니다. 물질처럼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 안에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힘이 있는 것이지요. 헤겔의 표현을 보겠습니다.

 “물질은 자신의 실체를 자기의 외부에 가지지만, 정신은 자기 자신의 곁에 지닌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자유이다. 왜냐하면, 만일 내가 타자에 의존하는 존재라면 내가 아닌 타자에 관계하는 것으로 되고, 따라서 나는 이 외적인 것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의 참된 의미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서 남과의 관계를 곤란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남에게 조금도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참된 모습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것이다.” 즉, 타인과 상관 없이 자기 스스로에 충실한 것을 ‘정신이 자기 스스로에 머무른다.’ ‘정신이 자신에 대해 안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유하는 능력인 정신은 무엇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능력으로서 ‘무엇에 정신이 가있다’ 하는 것은 자기가 상대하는 것을 언제나 알려고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그 대상이 생각을 차지하게 되면 이를 의식한다고 합니다.

  정신을 쓰는 상대가 자기 스스로일 때는 자의식이라고 하는데 정신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본성을 알아서 그것에 대해 평가하려고 합니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정신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며, 자기 스스로를 만들어 순수한 본래적 모습을 찾기 위해 행동으로 세계 역사 속에서 표현합니다. 여기서 자연과 정신의 공통점은 본래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는 것을 밖으로 표현하고 나타낸다는 데 있습니다. 자신 안에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결코 밖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나무에서 봄에는 사과 꽃이 피고, 그 꽃이 지면 사과가 열려서 가을에는 사과를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과정과 성질이 이미 사과나무 안에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처음부터 모든 것이 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신의 최초 모습에서부터 이미 역사의 전체를 한 알의 씨앗이 나무, 꽃, 열매를 품고 있듯, 잠재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정신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평가를 내리면서 자신을 의식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정신의 본성이 자유이기 때문이고, 자기 이외의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신의 본성은 자유이고 정신은 자유를 완전하게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때가 무르익어야 그 단계에 맞는 모습으로 자유정신이 나타납니다. 한 두 사람의 뛰어난 능력이 한 나라와 민족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자유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신의 단계나 자유가 실제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정도는 국가와 민족마다 다릅니다. 이처럼 헤겔은 역사의 발전단계에 철학적 관심을 가졌습니다.

 

 

 

 

5. 자유의 발전단계와 완성

  정신은 자유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오랜 시간 진행됩니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자유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고 노력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양의 역사는 정신이 최초로 싹트는 시기로 미성숙된 시작을 보였고, 그리스·로마 시대도 인간이 인간 자체로서 자유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고대 노예 사회에서 자유는 아직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한 채 숨어 있었고,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몇몇 사람만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단계의 게르만계 국민들은 기독교 교리 안에서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유이며, 정신의 자유가 가장 고유한 본성을 이루는 것이라는 의식을 지니고 있었고 자유를 모두에게 약속하고, 확실하게 지켜나갈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정신의 세계는 실체적인 세계이고 물질의 세계는 정신의 세계에 종속된 것입니다. 정신은 물질의 지배자로서 어떤 것의 가치를 정해 주는 것이지요. 물질은 정신에 늘 의존적이고, 정신은 가장 완전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은 열정과 국가입니다. 첫 번째로 열정은 세계역사의 목적이자 신의 뜻으로서 자신의 본성인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개인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두 번째 수단은 국가인데, 이는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인륜의 공동체로서 펼쳐집니다.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이념이란 서로 대립되는 생각, 너와 나의 차이, 의미와 현실의 차이를 통일 조화시키는 것으로서 국가는 가족과 사회의 차이를 통합하여 서로 조화를 시킴으로써 윤리적 이념들을 실현하여 구체적 자유를 현실화시킵니다. 진정한 자유를 위해 인륜과 법으로써 상충되는 욕망을 제한하여 윤리자체로써 올바르고 정당하게 신의 본성인 정신을 실현한 형태가 국가인 것입니다.

역사의 변화는 완전함에 대한 욕망에서 일어나는 것으로서 실제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여 숨어 있던 것을 밖으로 표출하거나 현실화 합니다. 발전을 통해 정신은 자신을 현실적인 것으로 나타내고 세계사를 자기 실현의 장소로 만들어 세계사의 지배자가 됩니다.

  작은 씨앗이 점점 자라서 뚜렷해지고 단단해지며, 주변의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하듯 정신은 역사와 더불어 발전합니다. 가족에서 부족으로 부족에서 민족으로 세계사는 발전하며, 민족 정신은 민족의 모든 행동과 방침을 지도하며, 자기를 실현함으로써 정신적이고 보편적인 생명이 됩니다. 철학은 영원한 진리를 알고자 하는 것이므로 정신에 관한 것이고 역사철학은 역사의 지배자인 정신의 이념을 다루는 것이 됩니다. 정신은 노년기에 접어들어 모든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 분열되었던 것을 통일, 완전한 하나가 되게 하지요. 정신이 주인인 국가에서 자유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국가와 교회의 대립이 없고 정신이 자신의 뜻을 현실에 펼치는 세계에서 자유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서로 대립하던 여러 원리들을 이성적으로 통일하게 되므로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헌법을 가진 국가에서 인륜과 국가에 대한 의식은 완성기에 이르게 됩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게르만이 성숙한 정신과 자유를 실현하는 국가적인 사건으로 현실 긍정 종교로서 통일되어 법과 제도라는 이성적 방법으로 발전, 민족국가의 주권을 강화하고 국가와 교회의 대립을 극복하고자 했던 시도입니다. 프랑스 혁명과 달리 게르만 국가의 군주는 세계사의 완성기에서 법을 통해 국민의 권리를 약속하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없습니다. 국가의 의무는 모든 것을 제도와 법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륜을 바탕으로 윤리와 사회 정의를 지켜 종교적 선과 조화롭게 통일을 이루는 세상을 이루는 것이 되구요.05

  헤겔에 의하면 이 시기가 세계사의 완성기이고 게르만 국가는 이 완성기에 활약한 주인공입니다.

 

 

6. 나가며

  칸트에서 시작하여 헤겔에서 완성된 독일의 관념철학은 정신, 이성을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이자 본질로 보며, 이 원리를 통해 현상세계를 밝혀내고 설명합니다. 경험이 아닌 정신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이상주의 철학인 것이지요.

  인간이 자유를 실현하고 정의를 이루기 위해 국가가 필요하듯, 세계 국가 역시 영구평화를 위한 세계 공화국을 건설하여 세계시민정신과 자유를 향한 강한 의지를 실현한다는 칸트의 이성과 자유에 대한 이상은 계몽사상이래 계승된 삶의 희구로서, 헤겔에 이르러 욕망을 지양한 보편적 인륜 공동체로서의 인륜국가를 상정함으로써 세계역사의 완성을 기약하게 됩니다. 그들이 추구했던 진정한 인륜공동체와 인존시대의 완성을 기대해 봅니다.

 

 

 


01 칸트는 자연의 보호상태로부터 자유의 상태로 나아가는 이성, 자신의 마음으로 결정한 뜻과 목표에 따라 스스로 강요없이 행동하는 자유의지를 강조한다. 한편 역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때로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고 본다. 역사가 향하는 목적은 자연이 원하는 목적과 같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이 탄생시킨 최고의 창조물이지만 자연 안에 속한 존재이다. 인간은 이성을 사용하고 자유선택권이 있지만 이성의 소질 또한 자연의 계획 안에서 허락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인간은 역사를 만들어가면서 자신의 뜻을 행동에 옮기게 되는 것이다. 자연은 아무 뜻없이 어떤 일을 행하지 않으며,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을 사용함에 있어 필요이상의 낭비를 하지 않는다. 역사의 목적은 자연과 우주를 움직이는 원리와 법칙(理)으로써 자연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인데 지상에서 유일한 이성적 피조물로서 이성이 지향하는 자연적 조직은 개인에게서가 아니라 류(類)에서 완전하게 계발된다. 본능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것을 전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으로 이성이 창조한 행복과 완전함 외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의도라는 것이다. 역사와 자연의 목적은 이성적인 삶으로써, 보편적인 법이 지배하는 시민사회 속에서 자유를 통해 성숙한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한편, 헤르더는 이성만을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계몽주의에 대항하여 민족의 고유함과 개별적인 것을 강조하면서도 인류역사의 목표는 인간성의 달성이고 인류 행복의 영속성은 이성과 정의의 실현에 있다고 하면서 이성과 감정, 전체와 부분, 일반과 개체를 함께 아우른다. 전체 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작은 것에까지도 그 중요성을 놓치지 않는 조화의 철학이다.

02 칸트에 있어 인식주체는 경험자료에 감성과 오성의 선험적 형식을 구성하여 현상의 총체를 인식하는 선험적 자아로서 비판적·반성적 함의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칸트의 의식은 주관·객관 관계 속에서 현상(Erscheinung)세계에 국한되어, 사물 자체(Ding an sich)에 이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선험적 의식이 헤겔의 절대 정신으로 고양됨에 따라 사물도 사유의 산물(Gedanken Dinge)로 간주되고 반성적 측면이 배가된다.

03 정신(Geist)는 고차원적인 인식능력일 뿐만 아니라, 세계와 역사의 구성원리이다. 이는 역사 속에서 작용하는 이성이며, 정신이 역사 속에서 자신을 전개하는 방식이 변증법이 된다.
04 칸트가 자연을 인식주관에 의해 현상의 총체로 구성된 경험의 대상세계로서 인과법칙에 지배되는 수동적 필연(Notwendigkeit)의 영역으로 규정하는데 비해 선험적 자아로서의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에 따르는 자유의 영역으로 본다. 한편, 헤겔에 있어 자연의 전개는 더 나아가 정신의 자기형성과정과 동일시 된다. 자연은 이념(Idee)이 타자적 형태로 나타난 것이며, 절대정신(absolute Geist)이 자신을 밖으로 드러낸 것(外化: Entäußerung)이다.

05 헤겔은 자신의 인륜국가를 전체주의를 극복하는 사유로서 당위와 현실을 매개하는 사유로 상정했다. 당위는 현실 속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태이자 잠재태로서 인륜성(Sittlichkeit)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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