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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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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 이백(李白)과 왕륜(汪倫)

이백(李白)과 왕륜(汪倫)

 


글 교무부

 

  당나라 때 도화담 근처에 왕륜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왕륜은 책읽기를 좋아하였으나 가난하여 책을 사서 볼 형편이 못되었다. 논밭으로 일하러 오갈 때면 그는 글방 창 너머로 들려오는 훈장의 강독소리를 귀담아 듣곤 했다. 당시는 이백(李白, 701~762)01의 시가 널리 읊어지던 때라 왕륜도 훈장의 강독 듣는 것을 통해 그의 시를 익히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백을 한 번 만나보는 것을 꿈으로 삼게 되었다.
  어느 해 봄날, 이백이 선성(宣城)의 경정산(敬亭山)에서 경현성(涇縣城)의 수서(水西)로 왔다. 당시 아름답기로 소문난 수서지방은 한창 올라오는 취죽(翠竹)이 옛 탑을 감싸 안고, 냇물은 소리를 내며 옛 절을 휘돌아 흐르고 있었다. 이백은 이곳이 좋아 며칠을 묵으면서 시도 지으며 떠날 줄을 몰랐다. 이렇게 이백이 수서에 묵고 있는 것을 왕륜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들뜬 마음으로 청익강에 거룻배를 띄우고 수서를 향해 저어나갔다. 그가 수서의 옛 절에 이르러 보니 연무속의 주변 풍광을 감상하고 있는, 기품이 있는 선비 하나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 그가 이백이라는 것을 안 왕륜은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 예를 표한 다음 말을 걸었다.
  “선비님, 존함은 오래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이백이 인기척에 깜짝 놀라 그 청년을 눈여겨 바라보았지만 남루한 옷차림의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백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말했다.
  “젊은이,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으이!”
  “웬걸요, 선비님은 제가 찾아뵙고자 하는 이청련(李靑蓮) 어르신이 맞으십니다.”
왕륜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자신의 본명까지 말하자, 이백도 재미있다는 듯 따라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 나를 보고자 하는 이유가 뭔가?”
  왕륜은 다시 한 번 허리를 굽히고 나서 말했다.
  “저는 왕륜이라고 합니다. 선비님께서 약주를 즐기시고, 시 읊는 것을 낙으로 삼으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곳을 안내해 드리고자 하는데, 선비님의 의향은 어떠신지요?”
  “그곳이 어딘가?”
  이백의 물음에 왕륜은 물결이 반짝이는 청익강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강 상류에 제가 살고 있는 도화담(桃花潭)이 있습니다. 그 연못 주위에는 ‘십리도화(十里桃花)’와 ‘만가주점(萬家酒店)’이 있습니다.”
  이백이 경현(涇縣)에 와서 여러 날이 지났건만 그런 곳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터라 의아하게 생각했다.
  “정말인가? 십리도화가 있고, 만가주점이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사실이고 말구요. 선비님께서는 들러보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이백은 그의 진지한 표정으로 보아 거짓은 아닐 듯싶어 간다고 했다.
  “가지, 가고말구!”
  왕륜은 이백을 태우고 청익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백이 도화담에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은 허허벌판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도화나무 한 그루와 그 옆에 게딱지처럼 붙어 있는 초막이 전부였다. 초막의 처마 밑으로는 비스듬히 대나무장대가 꽂혀 있고, 그 끝에 주점임을 알리는 누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이백은 설마 이곳이 그가 얘기하던 도화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려던 참에 왕륜이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주막으로 들기를 권하였다. 왕륜은 이백에게 자리를 권한 다음 주인에게 잘 익은 술과 산나물 몇 접시를 내오게 하였다. 그리고 술잔을 들어 이백에게 권하며 말했다.
  “선비님, 황량한 산촌에 모신 것을 언짢아 하지 마십시오.”
  이백이 술잔을 받으며 물었다.
  “이곳이 자네가 이야기했던 도화담이란 말인가?”
  “예, 그러합니다. 이곳이 도화담입니다.”
  왕륜이 웃으며 대답하자, 이백은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면 자네는 나를 속인 것 아닌가? 십 리나 피어있다는 도화는 뭐고, 만 집이나 되는 술집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백의 추궁에 왕륜이 태연한 어조로 설명하였다.
  “그것들은 이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온 곳이 ‘십리변산(十里邊山)’입니다. 그리고 주점 앞에 도화나무가 있으니 ‘십리도화(十里桃花)’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처구니가 없어진 이백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만가주점’은 어떻게 된 것인가?”
  왕륜은 창 밖의,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주점깃발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보십시오, 저 깃발에 분명히 ‘만가주점(萬家酒店)’이라고 씌어 있지 않습니까?”
  이백이 내다보니 깃발에는 분명히 ‘만가주점(萬家酒店)’이라는 네 글자가 큼지막하게 씌어 있었다. 주점 주인의 성이 만(萬)씨였던 것이다. 이백은 크게 깨닫는 바가 있어서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분위기가 잡히자 왕륜은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선비님, 저는 산 속에 사는 보잘 것없는 사람입니다. 평소에 선비님의 시가 좋아서 선비님을 한 번 만나 뵙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이번에 선비님이 수서에 와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 집으로 모시려 했습니다만, 제 집이 워낙 빈한하고 누추하여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꾀를 내어 선비님을 이리로 모신 것입니다. 나이도 어린 것이 감히 선비님을 기만한 점,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십시오!”
  왕륜이 말을 마치고 나서 머리 숙여 절을 하였다. 이백은 왕륜의 그러한 마음에 감동하였다. 이백은 왕륜의 손을 끌어당기며 다정하게 말하였다.
  “진작 자네의 그러한 심정을 이야기하지 그랬는가? 자네가 그 꾀를 부리지 않아도 왔을 것이네. 나도 자네가 좋으니 우리 친구하세나!”
  왕륜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천하의 대시인인 이백이 보잘것없는 자기에게 벗을 하자고 하다니 너무나도 감격한 일이었다. 왕륜은 감격한 나머지 이백의 손을 덥석 잡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이 이백의 소매 자락에 떨어졌다. 이렇게 하여 이백은 도화담에서 왕륜과 동네사람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10여 일을 보냈다. 이백이 떠나는 날 왕륜은 못내 아쉬워 산가(山歌)02를 부르며 배웅을 하였는데, 이백이 이를 듣고 크게 감동하여 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읊었다.

 

 

李白乘舟將欲行 (이백이 배를 타고 떠나려 하는데) ,
忽聞岸上踏歌聲 (홀연히 기슭에서 답가소리가 들리네) .
桃花潭水深千尺 (도화담 물속이 아무리 깊다한들) ,
不及汪倫送我情 (왕륜이 내게 향한 정만큼이야 하랴) .

 

 

  이백이 배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보는데, 몇 번을 보아도 왕륜은 돌아갈 줄 모르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전경』에 ‘非人情不可近’03라고 하였고 『명심보감』에도 ‘凡事(범사)에 有人情(유인정)이면 後來(후래)에 好相見(호상견)이니라.’ 즉 “모든 일에 따뜻한 정을 남겨두면 뒷날 만났을 때 좋은 낯으로 서로 보게 되느니라.”04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정이라는 것은 서로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며 사람을 진실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담담하면서도 사랑보다 헤아릴 수 없이 깊은 것이 또한 정(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음의 정을 베풀어서 도인은 물론 비도인에게도 늘 너그럽게 대하여야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 이수헌 편역, 『중국의 옛날이야기 세계』, 中友, 2009.

 

 

 


01 당나라(618~907) 시대의 낭만주의 시인으로 자(字)는 태백(太白), 호(號)는 청련거사(靑蓮居士).

02 중국 남방의 농촌이나 산촌에서 유행하던, 산이나 들에서 일을 할 때 발을 구르며 부르던 민간가곡임.

03 교법 3장 47절.

04 『明心寶鑑』 「第10章 戒性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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