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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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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약하고 병들고 가난하고 천하고 어리석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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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고 병들고 가난하고 천하고 어리석은 자

 

 

 

원평1-13 방면 보정 정경옥


  큰 감흥 없이 심심하게 살던 젊은 시절, 별다른 재미가 없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벌어도 어찌 된 일인지 항상 제 지갑은 달랑달랑 현금 몇만 원이 전부였고 고만고만한 직장에서 승진이네 뭐네 이런 건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나마 출근을 하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가고, 그런 재미라도 붙여서 시간을 보내는 생활에 지쳐갈 무렵 입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입도하고는 날마다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교화를 듣고 예전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상제님께서 공사하신 대로 세상이 바뀌어 온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러니 출근을 하면 오히려 퇴근하고 포덕소 가는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포덕도 하고 도에서 하는 행사에 간간이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인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만나 이런저런 도담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포덕하고 수반을 교화하다 보니 정무 임명까지 모시고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겨 어영부영 꺾어지고 접어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 지나면 마흔도 금방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입도하기 전에도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나이를 먹든 말든 제겐 큰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선각분께서 그 나이 먹도록 결혼을 못해서 어쩌느냐 하며 걱정하셨습니다. 결혼에 아무 생각이 없다가 ‘선각분께서 저렇게 걱정 하시는데 결혼을 할까? 그런데 가진 것 없고 나이만 먹은 나랑 결혼하려는 남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도하고 수도하겠다고 결정할 때도 안 해본 고민을 나이 먹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입도하기 전까지는 제 삶이 남들과 비교해서 부족하고 내세울 것도 없어서 노력해봐야 뭐가 될까 하고 별 꿈 없이 살았습니다. 직장을 다녀도 사무실 경리를 하거나 공장에 생산설비에서 일하거나 그냥저냥 특별할 것 없는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를 알고부터는 내가 정말 상제님과 삼생(三生)의 인연이 있어서 이 도를 따라오게 된 거라며 스스로 자부심을 품고 후천에 도통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름의 자신 있는 생활을 했는데 결혼을 생각하니 마음이 어두워졌습니다.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고 부모님께서 경제적인 도움을 줄 형편도 못되니 형제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포덕과 교화만 생각하던 하루가 이런저런 고민에 혼란스런 날들로 변했습니다. 실제 남들이 저를 보고 직접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지레 결혼도 못한 늙은 처녀가 어쩌고 하면서 저를 질타하는 것 같았고 다른 사람 결혼이야기에도 혹시 나한테 불똥이 떨어지지 않을까 눈치를 봤습니다. 그 시절, 짧지만 나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민의 시간은 다행히 길지 않았습니다. 선각분들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셨습니다. 수도하는 사람이 돈이나 다른 조건보다는 사람됨과 수도하려는 정신이 중요한 게 아니냐 하시며 사람을 소개해주셨습니다. 회관에서 일하는 종사원인데 사람이 괜찮다며 만나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의 분란이 가라앉고 편안해졌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 별 신경도 쓰지 않고 평소 옷차림으로 나갔습니다. 입을 만한 옷도 별로 없었고 한 번도 꾸민 적이 없어서 꾸미고 나간다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입은 옷이 깨끗하면 그만이지 뭘 치장까지 하느냐는 생각에 그렇게 했습니다.
  다행히 소개받은 사람이 순수했고 성심도 있었습니다. 하는 말마다 솔직했고 사람도 반듯해 보였습니다. 나이가 좀 있긴 했지만 저도 적지 않은 나이라서 별로 문제 될 것 없었습니다. 저는 고향이 경상도라 말투가 무뚝뚝한 편이고 그 사람은 전라도라서 그런지 말투가 조곤조곤했습니다. 그러고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통하는 부분도 있고 믿음도 갔습니다. 제가 잘못하는 부분을 마음에 담아두거나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말해주는 성격이라 서로 문제가 있어도 쉽게 풀렸습니다. 제 실수를 지적할 때마다 잔소리로 들려서 마음 상할 때도 있지만 털털한 저에 비해 꼼꼼한 이 사람이 앞으로 제가 수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길게 끌 것도 없이 바로 결혼을 진행했습니다. 없는 형편이라 오히려 결혼 준비가 쉬웠던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생략하고 간단히 결혼식만 했습니다. 정말 한 푼도 없이 결혼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선각분의 배려로 회관 가까이 있는 사택에 살림집도 마련했고 저도 방면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생각지도 못한 복이 굴러 들어온 것 같습니다. 더구나 아이가 뭐든 배우려고 해서 참 고맙습니다. 경제적으로 다 밀어주지 못해서 마음이 짠합니다. 도장에서 수호 서느라 잘 보살펴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아이가 오히려 저를 챙겨줍니다. 방학이라 엄마랑 같이 있겠다며 도장에서 며칠 지내다 집에 갔습니다. 제가 아이한테 하는 잔소리보다 아이한테 듣는 잔소리가 더 많습니다. 남편한테 잔소리 듣는데 아이한테도 잔소리를 듣고 삽니다. 그런데 하나도 싫지 않은 걸 보면 저는 ‘딸 바보’인가 봅니다.  
  젊은 시절 아무 목적도 없이 시간을 낭비했던 날들이 언제 일인지 까마득합니다. 도를 만나서 인생에 목표가 생기고 상제님의 사람이라는 자신감도 생기고 멀리서라도 저를 꼬박꼬박 챙겨주는 똘똘한 딸도 생겼습니다. 못났다고 스스로 어두웠던 지난 시절은 온데간데없고 상제님과 삼생의 인연이 있어 도통을 꿈꾸는 제가 여기 있습니다. 상제님께서 하늘도 땅도 뜯어고치시고 사람도 신명으로 하여금 체질과 성격을 고쳐 쓰리라고 하신 말씀처럼 저도 체질과 성격이 고쳐졌나 봅니다. 약하고 병들고 가난하고 천하고 어리석은 자를 쓰신다는 말씀대로 어리석은 저를 찾으신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부러워 않고 제 할 일에 몰두했던 덕에 그나마 남은 복을 찾은 것이 아닐까요. 정말 별로 노력한 것 없이 지금의 복을 누리는 것이 마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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