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橘化爲枳)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명재상 안자(晏子)가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초나라의 영왕(靈王)은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안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하필 경(卿)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이유가 뭐요?”
안자의 키가 작은 것을 비웃는 말이었다. 초나라 왕은 당시 제나라를 우습게 보았기 때문에 이런 심한 농담을 함부로 해댔다. 그러나 안자는 서슴지 않고 태연히 대답하였다.
“저의 나라에선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서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로 오게 된 것이옵니다.”
안자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기세가 꺾인 영왕은 은근히 부아가 끓어올랐는데, 마침 그 앞으로 포리(捕吏: 죄인을 잡아들이는 사람)가 제나라 사람인 죄인을 끌고 가자 영왕이 물었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제나라 사람입니다.”
“무슨 잘못을 하였는가?”
“도둑질을 했습니다.”
그러자 영왕은 안자가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 하는군.”
그러자 안자가 대답하였다.
“제가 듣기로는 귤[橘]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枳]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두 과일이 모양은 서로 비슷하나 그 맛은 다릅니다. 그러한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백성들 중 제나라에서 나고 성장한 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나라로 들어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제야 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성인(聖人)은 농담을 하지 않는다고 하오. 과인(寡人)이 오히려 부끄럽군요.”
제나라 출신의 죄수를 안자에게 보여 줌으로써 그의 명성을 눌러 보려던 초나라 왕의 계획은 결국 웃음거리로 끝나게 되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는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주변 환경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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