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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2년(2012)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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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내 인생에서 선각은 …

내 인생에서 선각은 …

 

잠실40 방면 선사 고지형

 

 선각과 인연을 맺은지 어언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뵈었을 때 선각의 목소리는 갓 나온 카페라떼 같았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얹어져 잇는 목소리-샹송을 듣는 것 같았다-는 나에게 귀를 열어주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주었다. 항상 입도 당시의 이야기를 할 때면 “난 오리과인 것 같아. 알에서 갓 나오자마자 눈에 비치는 형상에 ‘엄마’ 하고 무조건 따른다는데 내가 그랬네~.”라고 종종 후각에게 말할 정도였다.

  두려움보다는 떨리는 마음으로 도를 만났고 이 길이 내 길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확신을 갖고 입도치성을 모셨다. 그 후 선각은 내게 어버이였고 스승이 되었다. 선각이 하는 말을 무조건 기억하려 했고, 또한 조심스러운 면도 많았다. 수반 때 도는 나에게 TV의 드라마에서 보던 궁중 예법보다 엄하게 느껴졌다. 선각은 내게 엄하게 가르치는 분도 아니었고 당시 환경이 무서운 분위기도 아니었는데, 그때의 나는 선각이 전화를 주지 않으면 포덕소는 발도 디뎌서는 안 되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나에게 도에서 3년이라는 공백이 생겼다. 아직 덜 여문 마음에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고 힘겨워하던 시간이었다. 또한 선각의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던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포덕소는 스스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어쩌다 버스를 타고 포덕소 근처만 지나가도 선각을 보고 싶고 포덕소가 그리워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채운 족쇄는 점점 나를 조여오기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였다.

  시간이 흘러 선각이 다시 전화를 해서 “뭐하니~?”라고 물어보던 목소리가 뚜렷이 생각난다. 카페모카에 얼음을 갈아 넣은 소리였다. 더욱 깊은 고소한 커피 맛과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의 울림이었다.

 ‘아~!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나를 잊지 않고 찾아 주니 이게 도의 인연이구나 싶었고 전쟁통에 잃어버린 엄마를 다시 찾은 심정이었다. 학업을 끝내고 ‘도에 모든 것을 한번 걸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포덕사업을 시작하니 선각의 목소리가 예전의 그 느낌이 아니었다.

  답답하고 그래서 속상하고…. 스스로 잘하지 못한다는 자책에 세상의 소리 중 가장 어려운 소리가 되었다. 나의 겁액으로 인해 겪는 것인데도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사는 게, 수도·사업하는 게 고달프게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각에게 못난 마음까지 생긴 것 같았다. 선각에게 안 좋은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더욱더 내 자신을 자책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문이 닫혀 가기 시작했고 ‘남들도 그렇게 수도하겠거니’ 하고 생각하며 그 시간을 견뎌 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선각은 항상 나를 생각해 주었는데 나의 자격지심이 스스로 가깝고도 먼 관계를 만들었다.

  나는 참 돌아서 가는 사람이다. 정석대로 가기보다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스스로 뼈저리게 겪지 않고서는 깨닫지 못하는 고집스런 사람이다. 이런 방랑벽을 갖고 있는 후각을 보면서 선각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스스로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속이면서 지내다가 가장 원망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마음을 세울 자신과 힘이 없었다. 그런 나를 다시 세워 준 것도 선각이었다. 이때 선각은 에스프레소같이 진하면서 쓴 목소리를 주시면서 그 안에 단 맛도 들려주셨다.

  처음으로 내 자신을 위해 정성이라는 것을 드렸다. 처음에는 내가 그 정성을 끝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고 의심도 하였다. 그런 나를 선각은 계속해서 마음을 세울 수 있다고 믿어 주었다. 선각의 믿음은 나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내 마음의 힘을 다시 살려 놓았다. 지금은 알고 있다. 선각은 나를 말보다는 행동과 정성과 믿음으로 이끌면서 도를 알려주었다. ‘나는 과연 후각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선각일까?’ 하고 생각할 때 참으로 부끄러웠다. 선각의 무조건적인 믿는 마음이 나의 기력을 채워주고 세워주고 나아가게 만들어 주었는데 말이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수도의 길에 선각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각이 나의 선각임에 감사드리고 그 은혜에 가슴이 벅찰 뿐이다. 선각이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 뚜벅 뚜벅, 딸깍 딸깍 나막신처럼 걸어가는 수도의 길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이 길을 따라가는 게 선각에게 보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내 선각과 같은 그러한 선각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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