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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1년(2021)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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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 소와 목동

소와 목동



교무부 주소연




  2021년 신축년은 ‘소’의 해이다. 소는 대순진리회 도인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도장 참배를 가면 언제나 보게 되는 「심우도(尋牛圖)」에서 소는 1년 12월 ‘도’이며 우리가 수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합일되어야 할 상징적 대상이기 때문이다. 도전님께서는 “축(丑)은 12월, 축월(丑月)이다. 이것이 소다. 그래서 소를 도라고 한다.”01 라고 말씀하시며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여 수렴하는 생장염장의 주기가 1년이고 이것이 우주를 변화시키는 도라고 설명하셨다.


▲ 여주본부도장 심우도(성지우성)



  「심우도」에서 소를 찾고, 소를 만나고, 마침내 소와 하나가 되는 목동은 우리 수도인을 상징한다. 그런데 「심우도」에서처럼 사람이 소를 찾고 만나는 과정을 수행이나 진리탐구, 더 나아가 득도(得道)의 경지에 비유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대표적으로 불교의 「십우도」(또는 「목우도」)에서 목동은 야생마처럼 날뛰던 소를 길들여 마침내 소 등에 올라 유유히 피리를 불고, 더 나아가 소와 하나가 된다. 「십우도」에서 소는 ‘마음’ 또는 ‘불성(佛性)’을 상징하므로 이 일련의 그림은 잃어버렸던, 또는 욕심으로 오염된 마음을 불교 수행을 통해 되찾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도교에서는 노자가 『도덕경』을 완성한 후 푸른 소02를 타고 머나먼 서역으로 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소를 탄 노자의 모습은 노자의 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자연으로 돌아가 만사를 무위(無爲)로 이루기를 주장한 노자에게 소는 자연의 이치나 인간이 회복해야할 순수한 자연의 상태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그린 문인화에도 소를 소재로 한 그림이 많다. 당시 동북아시아 문인화 중 소 그림은 특히 조선에 많으며 실학사상이 대두되기 시작한 16~17세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소는 자연의 원리나 진리를 상징하고, 사람이 소를 기르거나, 등에 타거나, 소로 밭을 가는 등의 모습을 그린 문인화는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여 진정한 학문의 완성에 이른다는 선비의 이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03
  그렇다면 왜 소는 역사적으로 자연의 이치나 종교적 진리를 상징하며 인간의 탐구 대상으로 그려졌을까.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소가 농경문화와 관련하여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중요한 동물이라는 점이 있다. 농경은 천문현상과 밀접하게 관계하는데, 오랜 옛날 고대의 소 문화는 그런 배경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소는 ‘go’라고 쓰는데 그 뜻은 별과 태양광선, 지구를 가리킨다. 고대 인도인들은 ‘go’에서 파생된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go-kula’(소치는 사람)는 ‘사원’을 가리키고, ‘go-pala’(소의 보호자)는 지구(go)를 통치하는 왕이란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04 또한, 석가모니의 성씨 고타마(Gotama)에서 ‘go’는 소(牛)를, ‘tama’는 최상이나 으뜸을 뜻하여 고타마는 ‘으뜸가는 소’라는 뜻이 있다.05 인도인들이 소를 신성시했던 데에는 아마도 이런 배경이 있을 것이다.

  고대 수메르와 그 뒤를 이은 바빌로니아 문명, 인더스 문명 등의 유적지에서 소와 관련한 유물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이는 소를 숭배하는 소 토템 문화를 반영한다. 그 신앙적 배경에 대해 학자들은 당시의 천문현상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고대에 천문은 인간 삶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고 특정 별자리는 숭배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메르 문명이 시작된 기원전 4,000년경부터 기원전 2,000년경 사이의 시대를 황소자리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는 하늘에서 춘분점이 황소자리에 나타나는 천문현상과 관련이 있다. 춘분점은 태양의 이동경로인 황도가 천구의 적도와 만나는 두 지점 중 하나이다. 고대에 춘분점은 태양이 동쪽에서 뜨는 때, 한 해의 시작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또한, 춘분점은 지구의 세차운동06에 따라 이동하는데 황도대의 12개 별자리 중 한 별자리가 춘분점과 가까울 때(약 2,160년간) 시대를 그 별자리 이름의 시대로 불렀고, 이는 신화의 소재나 종교적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춘분점이 황도대의 12개 별자리를 360도 돌아 다시 처음 별자리로 돌아오는 주기는 약 26,000년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춘분점이 우주적 대주기를 가늠하는 기준임을 말해준다. 이때 황소자리는 황도대의 첫 번째 자리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07
  황소자리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라고 하며, 동양에서는 28수 중 묘성(昴星)에 속하고 한국에서는 좀생이별이라고도 불린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그리스 신화에서 일곱자매 별로 이야기되며, 한국에서 발견된 고인돌에 북두칠성과 함께 좀생이별이 새겨진 경우08가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음력 2월 6일에 묘성과 달의 위치로 한 해 농사의 풍흉에 대해 점쳐 왔으며, 아프리카와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도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보고 추수 시기를 가늠했다. 이처럼 동서양의 초기 농경 사회에서 황소자리인 묘성이 중요한 위상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09




▲ 모헨조다로 소그림 인장



  소가 고대의 각종 신화에서 왕과 관련한 도상(圖像)으로 등장하는 것도 그런 천문현상과 그에 따른 토템 문화와 관련이 있는듯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황소 위에 올라선 그림으로 그려지고, 제우스가 흰 소로 변해 유로페10와 결혼해 미노스 문명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는 미노스의 소 숭배 문화와 관련이 있다.11인도의 선대 문명인 모헨조다로 유적지에서는 소 그림이 그려진 왕의 인장이 발견되었고, 고대 이집트 나르메르 왕의 업적을 표현한 나르메르 팔레트에는 왕의 이름 양옆에 소머리가 그려져 있다. 이런 소그림 인장은 고대에 소가 왕과 관련하여 어떤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 소머리 신, 집안 오희분4호묘



  물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고대의 제왕 염제 신농씨도 소머리를 한 우두인신(牛頭人身)으로 표현된다. 염제 신농과 관련한 소 문화는 최근 한국 상고사의 발상지로 주목받고 있는 홍산문화 유적지에서 많이 나타난다. 홍산문화는 기원전 3,000년경 지금의 중국 요하강 부근에서 발전하였는데, 지도자를 나타내는 ‘우두머리’, 도읍을 일컫는 ‘우수주(牛首州)’12 등의 명칭, 용이나 구렁이에 대한 관념, 곰 숭배 등은 한민족과 관련한 문화이다. 특히 소머리 신상은 홍산문화의 소 토템 문화를 반영하는데, 이를 중원에서 이주한 한민족의 이동과 관련짓기도 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우두인신의 모습으로 그려진 염제 신농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13
  천문현상과 관련한 소의 상징은 고대 로마제국의 종교문화에서도 나타난다. 페르시아에서 유래한 미트라교(Mythrism)는 태양신 숭배와 관련된 종교로 1~4세기경 로마의 서민층에게 널리 유행하였다고 한다.14 미트라교의 지하 신전[미트라에움(Mithraeum)]에서 발견된 수백여 유물 중에는 대표적으로 미트라가 황소를 정복하는 장면을 그린 토럭터니(tauroctony)가 있다. 이 그림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인데 주로 천문과 관련한 상징으로 본다. 미트라는 태양신을, 황소는 황소자리를 나타낼 때 이는 태양이 동쪽에서 뜰 때 (춘분점에 있는) 황소자리가 보이지 않게 되는 천문현상을 그렸다는 것이다.15


▲황소를 정복하는 미트라신, 기원후 2~3세기로마의 부조



  토럭터니란 명칭은 그리스어로 황소를 뜻하는 ‘타우로스(tauros)’와 죽임을 뜻하는 ‘코토노스(ktonos)’가 합쳐진 말로 ‘황소를 죽인다’라는 의미가 있다. ‘죽인다’는 표현은 다소 잔인하게 보이지만 고대 신화에서 ‘죽음’은 ‘재생’을 나타낸다. 태양이 황소자리에 뜰 때 만물이 생동하게 되므로 미트라신은 황소를 살해함으로써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숭배되었던 것이다.16 이상으로 소와 관련한 여러 문화와 그 배경을 살펴보았다. 역사적으로 소는 인간이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자연의 이치나 천문현상과 관련한 상징으로서, 이때 소를 다루는 자를 왕이나 수행자의 의미에도 비유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여주본부도장 심우도(도통진경)



  심우도에서 우리는 소를 만나 소에 정성을 들이고 마침내 소와 하나가 되어 신선이 되고자 하는 목동이다. 소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수도를 통해 이 땅의 만물을 생하게 하는 자연의 도를 터득하는 것인데, 상제님께서는 그런 도통의 경지에 가기 위한 인간의 법리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이라는 진리를 제시하셨다. 옛 시에 “소 치는 아이야,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17란 구절처럼 서로를 격려하며 부지런히 수도하여 언젠가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도통진경의 경지에 이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01 「도전님 훈시」 (1984. 12. 26.).
02 여기서 푸른 소는 검은색을 띠는 흑소로 보기도 하고, 소나무의 변치 않는 푸른 빛 또는 신선을 나타내는 도교적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03 박용숙, 『한국미술의 기원』 (서울: 도서출판 예경, 1990), p.339.
04 게오르그 포이어스타인 외 지음, 정광석 옮김, 『최초의 문명은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서울: 사군자, 2000), pp. 249-250.
05 금강신문, 「석가족의 성씨, ‘고타마’」, 《금강신문》 2013. 8. 30.
06 지구세차운동은 지구의 자전에 따라 자전축이나 춘분점이 서서히 회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춘분점의 회귀년과 마찬가지로 자전축이 한 바퀴 회전하는 주기는 약 26,000년이다.
07 알랭 시루ㆍ레일라 아다, 전세철 옮김, 『지구와 우주 신화에서 별자리까지』 (서울: 베텔스만, 2005), pp.52-53.
08  박창범,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 (파주: 김영사, 2002), p.107.
09 《대순회보》 121호, 「묘수(昴宿)」.
10 오늘날 유럽이란 명칭은 유로페에서 유래되었다.
11 제카리아 시친,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서울: 도서출판 AK, 2009), p.98.
12 우수주는 춘천의 옛 지명으로 신라 선덕여왕대 지방행정구역인 9주 중 하나였다.
13 정형진,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서울: 도서출판 일빛, 2006), pp.117-119.
14 E.M. 번즈ㆍR.러너, S.미첨, 박상익 옮김, 『서양문명의 역사Ⅰ』 (서울: 소나무, 1994), pp.80-81.
15 토럭터니 그림은 이탈리아 로마 외에도 독일,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등 유럽 각지에서 벽화나 부조, 조각상으로 발견되었고, 현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루마니아 국립 박물관 등에 전시되어있다. 토럭터니 그림이 16세기까지 유럽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재생산된 것을 보면 미트라 문화가 상당히 대중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미트라교」, 『위키백과』 참고.
16 김영신, 「미트라스 숭배의 이란 기원에 관하여」, 『역사와 담론』 56(2010), p.696.
17 남구만, 『청구영언』: 조선 후기 시조. 권농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나 소를 백성에, 아이는 목민관에 비유하여 경세치국(經世治國)에 대한 염려와 경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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