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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0년(2020)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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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족보를 통해 본 나의 정체성

족보를 통해 본 나의 정체성



부평9 방면 교정 이주동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알기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관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름을 남기고’라는 단어를 생각해볼 때에도 무엇을, 어떻게 남기는지에 대해 언뜻 대답하려면 막연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그 내용의 범위도 넓고 깊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름’에 내재한 가치와 속성을 밝히는 것은 내 존재의 의미를 함축하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자못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가계도를 기록하여 족보처럼 책으로 만들어 물려주는 행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열정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선조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혈통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신분제도가 없어졌다 하지만 장황한 족보를 내세우며 우수한 혈통을 과시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문의 정통성을 앞세워 개인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심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족보에 대한 의식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퇴색되었는데, 그 중심에는 반상의 신분제도, 권력의 세습화, 기회의 불균등, 인권의 차별성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즉 초기에는 족보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본질은 퇴색하고 껍데기만 남게 된 것입니다. 현재에는 그 존재가치의 의미마저 실종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족보가 생성된 내력에 대해 근원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뜻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인의 뿌리 깊은 민족 정서를 이해하고, 그 속에 포함된 나의 존재의 생태적 원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서로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홀로 생겨나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동양의 주류사상인 음양오행이 합리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음과 양이 서로 교차하고 오행의 흐름이 상생으로 변화하면서 만물을 생성하고 유지한다는 개념입니다.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우주 만물은 이처럼 소홀함과 예외 없이 완벽한 순환질서 아래 오랜 세월을 형성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속에 사는 인간들도 우연히 홀로 태어나고 존속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유기적 관계로 연결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의 우리 선조들은 자식을 타내려고 천지신명, 삼신할머니, 칠성님 등에 정성을 들여왔습니다. 정성을 지극하게 들이는 것은 신명들이 그 정성에 감응이 되어 원하는 자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자식을 얻지 못했을 경우나 대(代)를 잊지 못할 때는 정성이 부족하거나 적선적덕(積善積德)이 부족하여 감응을 얻지 못했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행위에 따른 결과로 인과응보의 논리가 우리 삶 속에서 있으며, 물질적인 현상보다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정신적인 면에 비중을 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관습은 기복 신앙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이것은 인류의 기원과 더불어 존속하는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추리해보면, 나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로 이어지는 조상님들이 자손의 번창을 위해 쏟으신 내리사랑으로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현재의 모습은 내가 잘나서가 아닌, 얼굴도 모르는 선조들이 오랜 세월 동안 대대로 공을 들여온 결정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조들은 저승에 가서도 자손을 타내게 하고 흉화(凶禍)로부터 지켜준다고 믿었으니, 3년 시묘살이를 하며 위로는 4대 봉사를 하고 그 위로는 시제를 모시며, 땅에도 혈(穴)이 있다 하여 명당을 찾아 모시는 일은 자식 된 도리로서 효의 연장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가문의 명예나 혈통, 족보를 소중히 하는 일은 당연한 일로 이러한 미풍양속은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라 하겠습니다. 한국의 끈끈한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는 대가족, 마을공동체, 더 나아가 민족을 형성하는 원천이 되었으며,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되어 조상님들과의 결속으로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운명공동체를 형성해 왔던 것입니다.
  족보는 조상님들의 혼, 정성과 진실이 오랜 세월을 거쳐 혼합된 흔적 혹은 계보라 할 수 있습니다. 족보를 통해 조상님을 기억하고 공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장선인 ‘이름’은 나를 대표하는 상징적 표어이면서 혈연의 운명공동체에 귀속된 한 객체적 표어이며 나의 존재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일으키는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수도하면 운수는 조상들도 함께 받는다고 합니다. 이는 대대로 내려오는 한민족의 전통인 혈연공동체의 연계성을 궁구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선각들까지 더해서 생각해본다면, 현재 수도하는 나의 모든 모습은 이 모든 분의 땀과 정성이 이루어낸 일 것입니다. 출생의 내력이 담긴 족보와 나의 정체성의 뿌리를 생각해보니, 선각들의 각고의 정성으로 이어온 연운 아래 수도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항시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을 놓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응당 스스로 해야 할 명분을 찾아 도리를 다해 은혜에 보답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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