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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0년(2020)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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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때마침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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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그곳에서



원평3-4 방면 선무 이정민 




  저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금강산연수를 갑니다. 토성도장에 가면 속세에서 벗어난 기분이어서 심신이 정화되는 것 같고 인적도 드물어 고즈넉하니 힐링이 됩니다. 도전님 묘소도 있고 심고를 다 들어주실 것 같은 미륵불도 있어서 마음이 안정됩니다. 물도 맛있고 밥도 정말 맛있어서 밥을 두 그릇씩 먹게 됩니다. 
  작년 4월 3일, 방면 선사가 일이 있어서 제가 대신 금강산연수를 갔습니다. 첫날은 도장에 도착해서 작업하고 봉심을 드렸습니다. 둘째 날은 오전 강의 듣고 오후에 진부령으로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습니다. 강의 들으러 가는 길에 바람이 세니까 숙소 문을 밀어도 꼼짝 안 하고 겨우 열면 문이 스스로 열려 ‘쾅’하고 벽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강의실 가는 길에 바람에 몸이 종각까지 떠밀려서 다시 돌아오는 태풍급 바람이었습니다.
  점심 먹고 견학 가는 길에 안전문자가 왔습니다. 산불 발생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토성면으로 번지고 있다며 계속 안전문자가 왔습니다.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서 다들 쉬고 있는데 저녁 8시쯤 사무실에서 인터폰이 걸려왔습니다. 산불이 도장으로 오고 있으니까 다 나와서 모이라는 겁니다. 
  나와보니 건물 사이로 깜깜한 밤하늘 멀리 벌겋게 불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근처에 불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지만 그때만 해도 도장까지 덮칠 것 같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심고만 드리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들 각자 위치에서 대비하느라 바빴습니다. 총무부장께서는 흩어지지 말고 식당에 모여있으라고 하셨습니다.
  바깥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눈 감고 심고 드리는 사람, 왔다 갔다 바깥을 살피는 사람, 마음은 다 도장을 지키려는 것이었습니다. 강사분께서 연수반들 나오라고 하셔서 우리는 내정으로 갔습니다. 지붕마다 외수들이 올라가서 담 바깥 숲에 물을 뿌리는 중이었고 장독대가 있는 높은 곳에도 머리며 옷이며 전부 젖은 상태로 바쁘게 쫓아다니며 호스를 움직이는 분도 보였습니다. 호스도 부족했고 사람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강풍이 계속 불었고 불덩어리가 도깨비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저희는 지시대로 일렬로 서서 내정 지하에서 올려주는 대야를 이어받아  숲의 나무와 바닥에 부었습니다. 너도 나도 숲으로 달려나갔습니다. 불길이 아직 보이진 않았지만 근처에서 오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불 때문에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그게 중요하지 않았고 도장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자, 빨리 빨리요. 여기 여기.” 외치면서 대야를 나르는 내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합심했던 것 같습니다. 얼마 후 다 들어오라고 해서 내정마당으로 갔고 외수들이 호스로 물 쏘는 걸 도왔습니다. 길고 두꺼워 무거운 호스가 접히지 않게 내수들이 줄지어 호스를 잡거나 어깨에 둘러메고 양손으로 들었습니다. 도장 주변 숲에 물을 충분히 뿌려서 적시는 일을 했습니다. 추위에 몸이 떨리고 다들 물에 젖었어도 몸을 사리지 않고 분주하게 다녔습니다. 뭔가 힘이 되고 싶은데 지붕이나 담벼락에 올라서야 하는 위험한 일들이라 내수들이 할 수 있는 건 호스가 안 접히게 들고 있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불길이 담벼락 바로 앞까지 오자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수숙소 뒤 굴뚝과 식당 뒤 가스통, 장독대로 불길이 왔습니다. 외수들이 담을 밟고 올라서서 계속 물을 뿌렸고 내수들은 대야에 물을 담아 부었습니다. 공 굴러오듯이 빠르게 전진해오는 큰 불길이 불씨와 재를 날리면서 날아들 때마다 내수들은 “와! 악!” 소리를 질렀습니다.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큰 함성이었습니다. 그 소리에 강풍과 함께 밀려오던 불덩어리들도 주춤하는 듯했습니다. 
  불길이 한쪽은 밀려오고 한쪽은 밀어내는 듯 회오리쳤습니다.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서 불길이 거세지고 담 위로 솟구치고 안으로 넘어오고 위태롭던 순간에 소방차가 나타나서 물대포를 쏴서 불길이 잡혔습니다. 이쪽 쏘고 있으면 저쪽이 난리니 소방차 한대가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차 아래쪽에서 불이 움직이는 방향을 외치면 차 위에서는 그쪽으로 물을 쐈습니다. 정말 시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꺼도 살아나는 불씨들도 있었습니다. 
  그날 도장을 지키기 위해서 지붕 위에, 담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서서 물을 쏘던 외수들, 호스를 들고 울던 내수, 식당에 앉아서 손 모아 심고 드리던 내수, 자신을 버리고 도장을 지키려던 모습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그 순간엔 다른 건 생각할 수 없고 다 같은 한마음이었을 겁니다. 저는 심고 드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앞으로 도를 지키고 받들어나갈 수 있는 도인을 많이 포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2시가 넘었지만 잠이 온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불길은 잡혔지만 불씨가 살아날 수 있어서 방심할 수 없었습니다. 연수반은 숙소에 와서 쉬었지만 다른 분들은 밤새 대기했습니다. 다음날 오후 견학을 가면서 보니까 도장 바로 앞까지 다 탔습니다. 근처 식당은 완전히 타버렸고 숲 바닥엔 불길이 지나간 자국이 보였습니다. 민박 있는 마을 쪽으로 나오니 어느 집은 불에 타고 그 옆집은 멀쩡하고 그 뒷집은 또 타 있었습니다. 불이 춤을 췄나 봅니다. 실은 당시 제가 포덕이 잘되지 않아 힘들어하던 중 제게 드러난 화기를 풀고자  냉수마찰을 하며 정성을 드리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이 난 겁니다. 아마 제가 해야 될 일을 하러 때마침 연수를 갔나 봅니다. 덕분에 제가 할 일을 하고 온 것 같습니다. 그때 전 생각했습니다. 난 한번 죽었다가 살아난 거라고, 이 열정으로 많은 사람한테 상제님 덕화를 알리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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