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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3년(2023)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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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공모전 : GO 路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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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운문 우수


GO 路 나


원평2-22 방면 교정 박수빈




시계의 초침이 쿨 럭 쿨 럭 기침을 하고


엣 취!


재채기에 분사되는 1부터 12


오늘을 만들어내던 숫자들이 공중에 흩어지니


뛰쳐나간 달력 밖으로 아픈 계절이 날린다.


모가 난 입가에는 얼굴 없는 한숨이 뾰족하게 걸리고


네모난 말소리들이 조잘조잘 이명처럼 드리우니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회색빛으로 고인 자리에


그림자가 멈춰 서 있다.


익숙한 외로움에는 4차 백신도 없지만


걸음의 호흡법을 바꾸어


일상을 지나치던 타성을 거슬러 오르고


경직된 나날을 곱게 빗으니 물결처럼 흩날린다.


뒤돌아 간다는 건, 때로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나의 길을 한 움큼 간다.






심사평


‘GO 路 나’는 재치 있는 제목이다. 영문, 한자, 한글로 시대를 드러낸다.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무려 5만 년 전 동굴벽화가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무문자 시대의 벽화다. 문자가 없던 그들도 자기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엄연히 문자가 있는 시대다. 재치 있게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세 개의 문자를 사용해서 던져주는 제목도 재미있다. 생각해 보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시대의 아픔을 겪는다. 화자는 구체적으로 코로나 시대의 고통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시적 재치가 넘친다. 기발한 사물들의 모습을 통해 삶이란 간신히 견디고 지탱하는 것임을 비유한다. 시계는 기침한다. 청각적 시상을 날카로운 시계 소리에 교감시키는 시작(詩作)은 놀라울 만큼 관찰력이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월은 분사된 것처럼 하늘로 날아가고 계절은 아파 보인다. 모두 이 시대에 존재하는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온 세상이 회색빛이고 백신도 없는 물결처럼 떠다니는 고난과 불안의 연속이다. 그러나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구도의 과정이 역설적이다. 코로나로 움츠러든 시대다. 시대 여하에 상관없이 인간은 ‘한 움큼’만큼의 자기 길을 잘 걸어야 함을 매우 재치 있게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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