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53년(2023) 1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전경 성구 울타리 특별 기획 대순포커스 전경 다시 읽기 도서관 소식 지방 회관 소개 대순문예 공모전 알립니다

대순문예 공모전 : 외면 병 말기에 얻은 산삼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대순문예 : 산문 장려


외면 병 말기에 얻은 산삼



잠실10 방면 선사 신소라




  저에게는 남들이 잘 모르는 마음의 병이 있습니다. 바로 현실을 외면하는 병입니다. 저는 ‘외면병’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증상은 현실 외면입니다. 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고통스러우면 저절로 현실 외면이 되는 병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상상의 세계 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만화를 그리며 캐릭터를 만들어서 대사를 지어내고 연극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만화 속 인물이 되어 주인공들과 어울리는 상상을 하면서 행복해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을 하셔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외롭기도 해서 상상의 세계로 더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생활을 착실히 해나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때까지는 현실 외면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중학교 때 생겼습니다. 시험공부 하려고 들린 도서관 앞마당에 춤을 추는 남자 고등학생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힙합에 관심이 있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춤을 추는 고등학생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잠깐 보고 가려고 했는데 그들의 멋진 모습에 매료되어 시험공부는 안 하고 춤만 몇 시간 구경하고 돌아갔습니다. 다음날도 도서관 마당에 춤추는 학생들이 왔습니다. 저는 또 넋을 놓고 보다가 공부는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춤추는 학생들을 보러 도서관에 가게 되었고 저도 그들과 함께 춤을 추는 상상에 빠져서 제가 해야 일은 뒷전이고 멍하니 바라보다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1년 정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무엇에 홀린 듯이 1년 동안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춤만 구경한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어떤 일을 하든지 조금이라도 지루해지면 그 순간을 외면하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그전에도 집중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1년 정도를 이렇게 춤추는 상상만 하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어떤 것을 해도 집중해서 열심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부는 원래 안 좋아했으니 집중이 안 되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은 좋아했는데 그림도 완성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어렵고 지루한 부분이 있는데 저는 이런 순간이면 급속도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림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현실을 외면하고 마치 유체 이탈이라도 하듯이 정신이 다른 세상에 가 있다가 괴로움이 사라질 때쯤 현실에 돌아오면 현실의 저는 엉망이었습니다.
  외면하는 습관이 생긴 이후로 저는 인생에서 원하는 결과를 내본 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미대에 진학하려고 미술 학원에 다녔습니다. 입시 미술은 4시간 안에 그림을 그려서 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와중에도 그림에 집중이 안 되고 딴짓하니 시험 날 미완성의 그림을 내게 되었습니다. 결국 입시에 실패해서 원하던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재수를 한다고 이 습관이 고쳐질 것 같지 않아서 성적에 맞추어서 전문대 애니메이션 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배우니 흥미가 생겼고 처음에는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곧 반복해서 익히고 배워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저는 외면병이 도져서 딴짓하다가 미완성품을 내곤 했습니다. 마감 몇 시간 전에 급하게 과제를 마무리해서 제출하고는 후회했습니다. 다음에는 절대로 이러지 않겠다 다짐해도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다짐을 한다는 것도 우스워졌습니다. 점차 저를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들고 마음이 괴로우니 더욱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내면은 점점 우울해지고 욕구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책임감도 생기고 어른스러워져야 하는데 외면하는 습관만 심해지고 있으니 책임감은커녕 현실 적응도 벅찼습니다.
  졸업하고 집에서 취업용 포트폴리오를 만든다고 하면서 거의 1년간 허송세월하였습니다. 정신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고 종일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서 괴로운데 왜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돌이켜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도서관에서 춤 구경하면서부터 현실 외면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상상만 하지 말고 차라리 가르쳐 달라고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중학교 2학년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화실이라도 다녀야 집 밖으로 나갈 것 같아서 일부러 다른 동네에 있는 화실에 등록했습니다. 계획은 매일 나가려고 했지만, 실상은 일주일에 한 번도 겨우 갔습니다. 그러다가 화실에서 선각을 만나서 입도하게 되었습니다. 수도를 하면 성격과 체질을 고칠 수 있다는 말에 저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포덕소가 화실 근처에 있어서 입도식 하고 거의 매일 가게 되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집 밖에 나오기가 힘든 저를 위해서 선각이 집 앞으로 찾아와 주기도 했습니다. 선각을 만나면 게으른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맑아져서 포덕소에 함께 갈 수 있었습니다. 기도도 모시고 청소도 하고 교화도 듣고 주일에 회관에 가면 모든 것이 새로웠고 처음에는 의욕이 나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포덕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때는 수도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저를 보니 예전의 게으른 신소라는 없고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신소라 선무가 있었습니다. 수도를 하니 이렇게 바뀌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이때 제가 완전히 바뀐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자 다시 저의 성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외면이 심한 저의 모습이 다시 나온 것입니다. 수도하면서 반복해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구간이 오자 하기가 싫었습니다. 외면하는 것을 고치러 입도했는데 막상 고쳐야 하는 순간이 오자 고치는 건 힘들고, 힘든 건 하기 싫다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저를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주시려는 선각분들께 불손하게 행동했고, 기도도 모시기 싫고 귀찮다는 마음에 심각한 수마에 빠져서 기도 때마다 졸기 일쑤였습니다.
  영대에서 상제님을 뵈면 이렇게 수도하고 있는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 눈물만 나왔지만 그러고 나서 내려오면 그만이었습니다. 다시 현실 외면의 시작이었습니다. 포덕소에 오는 후각들도 있었지만, 후각을 지속적으로 신경 써주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 자신도 관리가 안 되는데 다른 누군가를 챙긴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제가 현실을 외면했다가 돌아오면 후각은 상태가 안 좋아져 있었습니다. 저는 후각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조금만 힘들거나 생각하기 싫어지면 저절로 외면에 빠져서 정신이 다른 세계에 가 있었습니다. 제가 말한 바를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저 때문에 선각분들은 고민이 많으셨습니다. 선각분들은 교화도 해주고 꾸중도 하고 관리를 해주시기도 했지만 저는 약간의 틈만 있으면 귀신같이 외면하면서 마음을 풀어 놓았습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저의 고집은 강력했습니다.
  후각 중에 저의 고집스러운 모습 때문에 상처받고 도에서 멀어지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죄책감도 들고 마음이 괴로웠지만 그럴수록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또 외면을 택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외면병 말기 증상이었습니다. 선각분들은 무슨 말을 해줘도 바위에 물주기 같은 저를 깨우쳐줄 수 있는 후각이 들어오기를 바라며 정성을 들이셨습니다. 저를 위한 선각분의 노력에 감사했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신은 다른 세계에 피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정신이 돌아올 때면 선각분들을 생각하며 그때만큼이라도 진심으로 열심히 도의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제가 하늘이 내리신 산삼 같은 후각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후각은 20대 초반의 내수였는데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열아홉 살부터 직장을 다녔습니다. 저의 성향대로 처음에는 후각에게 저절로 관심이 가서 신경을 써주다 점차 외면하려고 할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후각의 집안 사정을 들어보니 너무 딱해서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온 가족이 그 내수에게 의지해서 살고 있었습니다. 후각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몸도 안 좋았는데 식구들 생각하면서 회사 생활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열 살도 더 어린 후각이 자기 역할을 하려는 모습이 눈에 밟혀서 쉽게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후각은 저하고 닮은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저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후각도 외면이 심한 편이었습니다. 낮에는 현실을 겨우겨우 버티다가 밤에는 잠도 안 자고 밤새도록 인터넷을 하면서 늦잠을 자서 회사에 지각을 자주 했습니다. 시간 약속을 못 지키는 점이나 신명을 믿지 않는 모습이나 반성을 못 하는 점들이 저랑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제가 현실을 외면하면 후각도 현실 외면하는 습관이 더 심해져서 밤새 핸드폰을 하다가 아침에 못 일어나서 포덕소에 늦게 오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선각분들께서 수백 번, 수천 번 말씀해 주셨지만 고치지 않았던 저의 모습을 후각이 제 눈앞에서 그대로 재연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동안 제가 너무 심각했다는 사실이 와 닿으면서 충격이 왔습니다. 그리고 후각의 미래가 걱정되었습니다. 후각이 저처럼 될까 걱정되었습니다. 제가 외면하고 수도를 게을리한 것을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심고 드렸습니다. 그리고 후각이 잘못되지 않게 해달라는 심고도 드렸습니다.
  잠시 경각심을 가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또 인식이 흐려졌습니다. 저의 고질적인 외면병 증세가 다시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후각도 저의 모습에 놀라지 않고 적응을 하는 것 같다고 합리화하면서 또 외면하려고 했습니다. 후각을 선각분들께 봐 달라고 슬슬 미루면서 저는 빠져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후각이 대화 좀 하자고 해서 저는 무척 긴장되었습니다.
  후각은 울면서 저 때문에 힘들어서 견디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수도를 계속하려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놔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후각은 절대로 자신의 속내를 남에게 말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도저히 자신의 속내를 말하지 않고는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어서 수도를 계속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가 현실을 외면하고, 특히 후각을 외면하는 모습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대 충격이었습니다. 선각분들의 수많은 말씀에도 저는 끝까지 외면했지만, 저 때문에 힘들다고 서럽게 울면서 이야기하는 후각만큼은 외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각은 제가 바뀌어서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너무나도 바라고 있었습니다.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보니 실망도 컸던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못난 선각을 만나서 후각만 고생하는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은 수도 열심히 해서 도에서 꼭 성공해서 도통 받고 싶은데 선각은 자신을 이끌어 줄 뜻이 없는 거냐고 물어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느새 외면병이 심해져 저는 운수와 도통은 저랑 멀어졌다고 생각하고 수도의 목적인 운수와 도통마저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속이다 보니 상제님께 심고도 잘 못 드리겠고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었는데 후각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정신 차려서 바르게 수도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각과의 대화 후에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다 고치지는 못했으나 의지를 세워서 하나씩 바로잡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저를 포기하지 않으신 선각분들의 정성에 하늘이 저에게 귀한 산삼 같은 후각을 주신 것 같습니다. 후각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아직 저의 외면병을 다 치료하지는 못했지만 극복하려는 의지는 생긴 것 같습니다. 외면하는 습관은 저의 뿌리 깊은 겁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극복할 수 있게 늘 도와주시는 선각분들과 후각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열심히 수도해서 선각분들과 후각들이 잘 되게 노력해서 은혜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다음페이지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