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53년(2023) 1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전경 성구 울타리 특별 기획 대순포커스 전경 다시 읽기 도서관 소식 지방 회관 소개 대순문예 공모전 알립니다

대순문예 공모전 : 피 끓는 청춘의 수도 생활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대순문예 : 산문 장려


피 끓는 청춘의 수도 생활



달성8 방면 교무 조은준





  나는 한량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량 체질이다. 생산적인 취미보다 술과 담배 등 말초적 자극을 좋아한다. 그런 20대 혈기 왕성한 사내가 매일 한 시간씩 수련하며 도를 닦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으니 아주 ‘죽을 맛’이다. 매우 예민한 성격이라 군에서 폭력 문제로 영창에 갔다 온 것이 수도를 하게 된 계기였다. 이 기질을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았기에 어머니와 선각분들의 도움으로 수도 생활을 시작했다.
  남을 잘되게 한 공덕으로 내가 잘된다고 하니 도장에 식당 당번, 회관 공사 등에 참여하였고 성품과 기질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선각분께서 자신과 타인을 죽이는 것이 가장 큰 업을 짓는 것이라면 반대로 큰 복을 짓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지 않겠느냐 그러니 친구들에게 입도를 권해보라 하셨다. 그 친구들이 수도를 열심히 해서 잘 되면 그것이 곧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도의 진리가 옳다는 것을 알기에 하기 싫어도 시키는 일은 이 악물고 따랐다. 물론 말 안 들을 때도 많았다.
  나의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그 애들은 바른 것을 좋아하고 선한 성품을 바탕에 깔고 있었지만 모두 원 많고 한 많고 자격지심에 찌든 친구들이었다. 당연히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고 허송세월 보내는 날이 잦았다. ‘나도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안 돼서 저렇게 힘들었는데, 저 친구들도 도를 닦으면 잘 될 텐데….’ 진짜 인연은 일체감이라 했던가. 타인이 아프면 나도 아픈, 나와 동일시하는 그런 일체감. 그 일체감으로 인한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었고 그 친구들은 나와 선후각 사이가 되었다. “너처럼 독불장군이 종교활동을 한다고? 네가 믿는 건 오직 네 주먹밖에 없다며? 너~무 말이 안 돼서 궁금하긴 하다. 그래 한 번 가보자” 또는 ‘저 형이 원래 저렇게 다정한 인간이 아니었는데, 요즘 왜 이렇게 다정해진 거지? 사람이 달라지면 곧 죽는다던데, 죽을 때가 된 건가? 일단 한 번 따라가 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따라왔다고 나중에 알게 됐다.
  “대순진리가 뭔데?”라고 묻는다면 ‘해원상생’이라 답할 것이다. 해원 없는 상생 없고 상생 없는 해원은 없다. 하고자 하는 것들이 안 되는 이유는 원이 풀리지 않아서다. 그래서 해원하고자 상생하는 수행을 하는데, 대순진리의 수행은 속세를 등지고 산에 들어가 입산수도를 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유는 수도를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응해주는 상대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후각이 생기니 잘 응해줄 거라 여겼던 이 친구들은 응해주질 않았다.




  후각들의 척이 올라와서인지 우리 사이의 업보 때문인지 도를 닦는 과정이 순탄치 못했고, 응해주지 않는 후각들을 미워했다. 내가 후각들에게 척을 맺고 있으니 당연히 그 친구들이 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다시 응하게끔 노력하면 후각들은 내 억장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해 몇 년간 집에 있는 후각이 안타까워 돈을 벌 수 있도록 일자리를 알선하면 그날 일당을 유흥비용으로 날렸다. 선량하지만 사람과 소통을 힘들어하는 후각은 문자를 하면 읽고 답장을 잘 하지 않았다. 답장하지 않으면 상대방 기분이 나쁘니 문자를 보면 늦게라도 답장하라는 사소한 것까지 설명해야 했다. 술을 즐기는 후각들과 약속을 잡으면 전날 고주망태가 된 이유로 몇 주간 연락이 안 되기 일쑤였고, 저번 주 부모님 생신이라며 나와의 약속을 어긴 후각은 이번 주도 부모님 생신이라고 해서 나를 크게 웃게 만들었다. 자기 자신을 굉장히 높이는 외수는 성금을 모시러 왕복 한 시간 반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만나러 가면 자기 자랑을 몇 시간씩 들어줘야 했기에 만나고 나면 진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나는 성금을 왜 모셔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기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사람을 좋아하나 타인과 대화를 어떻게 할지 모르는 한 후각은 친구가 없어서, 내가 친구며 형이 되겠다 결심하고 입도를 시켰지만, 막상 선 후각 사이가 되니 나를 피하는 이 친구에게 ‘내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애한테 매달려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났다.
  사실 허송세월하는 것은 아니니까 화날 일이 아닌데도, 그 친구들도 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아는데도 그들이 미웠다. 선각들께서는 정성이 부족한 것이라 말씀하시고 나를 수도 시켜주니 고마운 존재라 일러주셨지만, 사실 단 1퍼센트도 고맙지 않았고, 저 애들도 상제님 아들딸이라고 하는데 내 후각이 저렇다니 수치스러웠다. 그 미운 사람에게 돈을 써가며 자존심을 다 구겨가면서 도를 전해야 했다. ‘내 후각이 내 모습이다’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정성이 부족한 후각들을 볼 때마다 나 또한 자괴감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다. ‘내 모습이 저렇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내가 저렇게 형편없는 사람인가?’
  후각들을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 심고를 드리며 시학, 시법 공부를 들어갔으며, 백일 간의 정성을 들였고 도의 일이면 빠짐없이 참여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니 후각들에게서 좋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심한 자기혐오가 있었던 것 같다. 나의 혐오스러운 부분을 후각들을 통해 보았던 것 같다. 다방면으로 부족한 내가 끔찍하게 미웠고, 나 자신을 싫어하니 남들이 좋아 보일 리 만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내가 가진 바른 것을 좋아하는, 솔직하고 책임감 있는 좋은 모습을 후각들에게서 보았고, 점점 미운 마음이 줄어들었으며 오히려 미안했다. ‘쟤들은 평생 저러고 살겠지’ 하며 그들을 믿지 못한 마음은 사실 나를 믿지 못했던 마음이다. 심한 자기혐오를 시작으로 나의 가능성마저 믿지 못했고 그로 인해 타인을 믿지 못해 그들을 미워하고 심한 말을 퍼부었다. 지금은 참 고마운 존재들이다. 내 모습을 그들을 통해 볼 수 있으니 내가 자만할 수 없게 해주며, 내게 가시 돋친 말을 많이 들었음에도 내 곁에 남아있다. 덤으로 내가 느끼기에도 불같은 기질이 많이 다듬어졌음을 느끼고 있고 입도는 안 했지만 멋진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요즘은 ‘가족’이란 단어에 뭉클해질 때가 있다. 바라는 것 없이 희생하고 베풀고 참아주고 속아주고 아껴주고 하는 것은 가족이라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우리 어머니와 선각분들, 모든 자식 키우는 부모님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 또한 부모 같은 넓은 마음으로 가족을 만들고 싶다. 어머니와 선각분들 덕에 피 끓는 젊은 나이임에도 우주의 진리에 대해 알아 갈 수 있고 결혼도 못 한 총각이 아주 미미하게나마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성심을 다해 효도할 수 있어서 기쁘다. 상제님께서 후천엔 천하가 한 집안이 된다고 하셨는데 빨리 그날이 찾아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내 앞을 가로막는 겁액을 풀기 위해 내 선각분들과 어머니께 받은 해원상생을, 후각들에게 보은할 수 있게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 상생하며 수도하고자 노력한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다음페이지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