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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에세이 : 반구저기(反求諸己)

반구저기(反求諸己)



교무부 이광주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저마다 다양한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때 추진하던 일이 잘되어서 성공하고 어떤 문제가 해결되면 자신의 공을 내세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기보다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도인들도 방면의 체계와 질서 속에서 사업을 하다가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문제에 직면할 때 자기를 반성하며 책임지려 하기보다는 방면의 임원이나 수반을 탓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우들이 있다. 공자를 계승하여 인의(仁義)를 주창했던 맹자는 이러한 태도를 경계하며 우리들이 가져야 할 삶의 자세를 『맹자』 「공손추상」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인(仁)’을 행하는 것은 활쏘기하는 것과 같으니, 활을 쏘는 사람은 자신을 바로잡은 뒤에야 화살을 발사하는데, 발사한 것이 적중하지 않더라도 자기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돌이켜서 자신에게서 구할 뿐(反求諸己)이다.01


  위의 구절에 나오는 반구저기(反求諸己)는 ‘돌이켜서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라는 뜻이다. 유교 관련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인데 그만큼 실천하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서 맹자는 군자가 ‘인’을 행하는 것을 ‘활쏘기’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유교에서는 예로부터 군자가 되기 위해 예(禮)ㆍ악(樂)ㆍ사(射)ㆍ어(御)ㆍ서(書)ㆍ수(數)인 육예(六藝)를 연마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활쏘기 즉, 사(射)였다. 이에 관해 공자는 “군자는 다투는 것이 없으나, 반드시 활쏘기에서는 경쟁을 한다. 절하고 서로 양보하며 활 쏘는 자리에 오르고, 내려와서는 벌주를 마시니 그 다투는 모습이 군자답다.”02라고 하였다. 유교의 바람직한 인간상인 군자는 소인과 달리 공손하고 겸손하여 남과 다투지 않지만, 활쏘기에서만큼은 경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도 군자는 예와 격식을 갖추고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여 경기에 임할 뿐만 아니라 활쏘기에서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 이러한 활쏘기에서 군자는 자신의 자세를 바르게 한 뒤에 화살을 쏘게 되는데, 화살이 맞지 않으면 돌이켜서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맹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거든 자신의 인(仁)을 되돌아보아야 한다.”03라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의 의미다.

  군자가 자기 수양을 위한 공부로 삼았던 활쏘기에는 활을 잡고 쏘기까지의 ‘집궁팔원칙’이 있다. 먼저 활을 들기 전에는 활터의 지형과 바람의 상태를 봐야 한다(先察地形ㆍ後觀風勢). 자세는 발을 정 자도 아니고 팔 자도 아니며 가슴은 비우고 배에 힘을 줘야 한다(非丁非八ㆍ胸虛腹實). 활을 쏠 때는 앞 팔은 태산을 밀 듯이 하고, 깍지는 호랑이 꼬리를 잡았던 손을 놓는 것처럼 해야 한다(前推泰山ㆍ發如虎尾). 그리고 화살을 쏜 뒤에 맞지 않으면 그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아야 한다(發而不中ㆍ反求諸己).04 이처럼 활쏘기는 먼저 자신의 자세를 바르게 한 후에 올바른 방향으로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는 것이다. 설령 활이 명중하지 않더라도 자기에게서 그 원인을 찾고 이를 고쳐나감으로써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에서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君子求諸己), 소인은 다른 사람에게서 구한다(小人求諸人).”라고 했는데 이것도 반구저기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군자는 그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고 반성하지만, 소인은 다른 사람을 탓하며 그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자주 회자되는 고사로 우(禹)임금 아들 백계(伯啓)의 일화가 『여씨춘추』 「선기(先己)」편에 나온다.
  하(夏)나라 때 제후인 유호씨가 군사를 일으켰다. 백계가 토벌대를 이끌고 감택(甘澤)에서 싸웠으나 이기지 못했다. 그러자 여러 대신이 다시 한번 싸울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백계는 자신의 영토와 백성이 유호씨에 비해 적지 않음에도 패한 것은 자기 덕이 부족하고 지도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나가서 싸우지 않았다. 그 후 백계는 더욱 분발하여 검소하게 생활하며 덕 닦기에 힘썼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유호씨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고 스스로 항복해 귀순하였다.05 전쟁에서 승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이를 극복했던 백계의 고사는 반구저기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경』의 상제님 말씀 중에는 반구저기의 의미가 담긴 내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주막집을 습격한 마을 청년들 때문에 이사하려는 신경현 부부에게 상제님께서는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이 다 나에게 있는 것이지 위치에 의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후로 모든 일을 잘 생각하여 할지어다.”06라고 타이르셨다. 그 부부는 상제님 말씀대로 자신들의 허물을 뉘우친 후 다시 영업을 재개했더니 예전처럼 장사가 잘되었다. 도인들도 어떤 일을 추진하거나 방면의 사업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세상을 탓하고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면 그 문제의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궁수가 쏜 화살이 맞지 않으면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하듯이 먼저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자기반성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기대하는 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성숙한 도인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01 『孟子』, 「公孫丑上」 第七章, “仁者如射, 射者正己而後發, 發而不中, 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矣.”
02 『論語』, 「八佾」 第七章, “子曰, 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而升, 下而飮, 其爭也君子.”
03 『孟子』, 「離婁上」 第四章, “孟子曰, 愛人不親, 反其仁.”
04 최형국, 「(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 쏜 화살에 남 탓 말라」, 《경기신문》 2014. 10. 5 참고.
05 정영호 편역, 『여씨춘추 12기』 (서울: 자유문고, 2006), pp.100-101 참고.
06 교법 3장 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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