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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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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민들레 씨앗 같은 말

민들레 씨앗 같은 말



교무부 정나연




  어느 볕 좋은 날 오후.
  길가를 따라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손끝에서 몽실몽실하게 잘 여문 민들레 씨앗이 날아오른다.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것일까? 입바람을 불어대느라 바쁜 아이들의 볼이 빵빵해진다. 날아가던 씨앗 하나가 길가 작은 돌 틈 사이로 떨어졌다. 조심스레 손바닥 위에 올려 보니 작은 씨앗 하나에 하얀 솜털이 달려 있다. 눈을 감으면 손에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가벼워서 아이들의 입바람에도, 그리 세지 않은 바람에도 여기저기 잘 날아다닐 수 있는가 보다.
  핀란드의 한 현자는 이렇게 가벼운 민들레 씨앗으로 ‘소문과 험담을 즐기는 수다쟁이’였던 카이팔라를 깨우쳐 주었다고 한다. 핀란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았던 카이팔라는 꽤 괜찮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결점이 있으므로 자신은 그것에 대해서 조금 험담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수다를 떨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험담 듣는 것을 좋아했다. 이후 그녀는 마을에 떠도는 모든 소문의 진원지가 되었다.
  몇 년 후 카이팔라는 혼기가 꽉 찼지만, 신랑감을 찾지 못하자 ‘사랑의 약초’를 기대하며 깊은 숲속에 사는 현자를 찾아갔다. 수풀을 헤치며 힘겹게 도착한 현자의 오두막 주변에는 민들레 씨앗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현자는 카이팔라의 근심거리를 모두 들은 후 그녀의 일상과 마을에 관해 물었다. 그녀는 늘 그랬듯이 소문과 거짓말, 그리고 약간의 악담을 섞어 말했다. 그러자 현자는


  “집 앞에 있는 초원으로 가거라. 네 개의 민들레에서 씨앗을 따서 씨앗을 네 개의 방향으로 불거라!”
  그녀는 ‘바로 이것이 마법의 방법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행한 후 기대에 부풀어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자, 그러면 이제 밖으로 나가서 그 씨앗들을 다시 모아 오거라!”
  카이팔라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도 안 돼요, 불가능해요!”
  그러자 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처럼 씨앗들도 그렇게 사방으로 날아가서 그것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단다. 그리고 그중 어떤 것들은 비옥한 땅에 떨어져서 싹이 트고 자란단다.”
01



  현자의 말을 이해한 카이팔라는 이후 어떤 나쁜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해 그녀는 자신의 바람대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이 일화를 보면 카이팔라는 평소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문과 험담을 잘 만들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신랑감을 찾을 수 없게 되자 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재미로 했던 말 때문에 그녀는 진실한 사랑 대신 불신과 외로움을 돌려받았던 것이다.
  “어떤 것들은 비옥한 땅에 떨어져서 싹이 트고 자란단다.”라는 현자의 말처럼 한 번 뱉은 말은 누군가의 마음에 떨어져서 싹을 틔우기도 한다.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간 말은 그들의 마음에 뿌리를 내려 마음을 나누는 좋은 싹이 되기도 하고 불신을 낳는 나쁜 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말을 ‘말씨’라고 하는 듯하다.
  말은 형체도 없고 무게도 느낄 수 없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단 한마디만으로 가까웠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서먹한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순식간에 가깝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말의 힘은 세다. 현자가 민들레 씨앗으로 카이팔라를 깨우쳐 준 것처럼 좋은 말은 닫혀 있던 사람의 마음을 열어 돈독한 믿음을 쌓을 수 있게 한다. 함께 가야 하는 수도의 길, 좋은 말씨들을 많이 날려서 마음의 벽을 허문다면 그 길이 좀 더 수월하고 힘이 날 것 같다. 마음을 열 수 있는 좋은 말씨 하나를 소개해 본다.
  “나는 그대가 참으로 좋소.”







01 로날드 슈베페ㆍ알요사 롱, 『하얀 늑대에게 먹이를』, 남일우 옮김 (서울: 붉은삼나무, 2019), pp.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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