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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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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포커스 : 간사, 정화(淨化)하다

간사, 정화(淨化)하다



출판팀 임정화




  치성을 모시고 본전 4층에 배례를 드리러 올라갔는데 우연히 앞줄에 서게 되었다. 배례 후 “거수(擧首)” 구령에 고개를 살며시 들었는데 진설된 치성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고기가 켜켜이 쌓인 위로 소머리가 보였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도 처음이지만, 납작하게 펼쳐져 있는 소머리가 신기하기도 놀랍기도 했다. 수개월 후 어느 날 고기 간사와 연락이 닿았고 취재에 응해주어 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도장에서는 치성 때마다 치성용 음식으로 조리하기 좋게 미리 치성물을 다듬는 사람들이 있다. 흰 가운을 입고 움직이는 간사가 그들이다. 그중 고기 간사는 소, 돼지, 닭을 담당하여 치성 음식으로 쓰임이 되기 좋게 손질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꼬박 12시간 동안 고기를 손질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이 마치 비속(卑俗)에서 신성(神聖)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정화(淨化)로 느껴졌다.
  고기를 손질하는 치성 준비는 경건하다. 간사는 한복을 입은 위에 흰 가운, 위생모, 방수 앞치마, 토시, 장갑, 마스크를 착장한다. 한여름 무더위에 긴팔 저고리와 방수 앞치마로 팥죽땀을 흘리기도 하고, 한겨울 찬바람에 비닐을 방패 삼아 얼어붙은 고기의 억센 털을 깎느라 밤새워 진땀을 빼기도 한다. 하지만 덥다 않고 추워도 춥다 않는다. 부정 탈까 말조심하는 것이다. 작업이라 여기면 날씨와 편리와 효용을 따져가며 편한 복장을 하겠지만, 예복인 한복을 입음으로써 간사의 행위에는 보통을 넘어서는 지극한 정성이 담길 수밖에 없다.
  잘 벼린 칼과 뼈가 부딪치고 여러 개의 솥에서 물 끓는 소리만 나는 가운데 간사들은 매 순간 마음을 살핀다. 얇게 갈린 칼로 조심스레 뼈를 바르고, 세심하게 기름층을 벗겨내며, 결을 살펴 일정한 간격으로 신중하게 칼집을 넣는다. 뜨거운 솥 앞에 서서 내용물과 시간을 적은 게시판만 바라보며 더 익힐지 불을 줄일지 뜸을 더 들일지 고민한다. 날카로움과 뜨거움이 있는 곳에서 순간 마음을 놓으면 베이거나 데일 수 있는 상황이다. 정성이 부족할까 염려하며 심고를 드린다. 수시로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해 가면서 발도 조심조심 디디는 바른 몸가짐 역시 매 순간 정심이다.
  간사의 땀, 잡념을 예리하게 잘라내는 뜨거운 마음, 장시간 흐트러짐 없이 바르게 서 있는 자세, 오랜 시간 단련된 엄중한 고요를 거치면 날 것이었던 고기는 비로소 치성물로 탈바꿈한다. 간사가 정성을 기울임으로써 도장에 들어온 고기는 온전하게 치성물로 정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간사 역시 어느 순간 알음이 열리고 신명의 도움이 있으며 더불어 맑아짐을 느낀다. 간사는 지방에서 가져온 얽히고설킨 번뇌가 없는지 내내 마음을 돌이켜 말 한마디 조심하고 반성한다. 사사로운 마음의 때가 벗겨지고 뜨겁게 담금질 되면서 함께 정화됨이다. 이렇게 준비된 치성물은 시간에 맞춰 과방(果房)으로 보내지는데 그전까지 시법공부 근무자가 교대로 수호한다. 그저 가만히 지키고 있을 뿐이지만 지나는 이로 하여금 바로 눈길을 피하고 발길을 돌리게 하는 기운이 있다.
  치성 드는 날, 노루지로 포장한 치성물을 차량에 실어 과방으로 올린다. 초창기에는 자양당 뒤에서, 그다음은 대순성전 옆에서 고기조 일이 진행되었다. 당시는 간사가 치성물을 짊어지고 자양당 뒤 통로를 통과해 정심원 앞으로 지나갔다. 어느 날 도전님께서 보시고 “힘들지” 하셨는데, 간사가 그만 잠깐 쉰다고 짊어진 것을 맨바닥에 내려놓았고, 이를 도전님께서 보시고 바로 그만두게 하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일화는 치성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마음가짐은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깨우침을 주는 것 같다.
  치성을 모시고 난 다음, 진설된 음식을 내리는 과정 또한 지극정성이다. 먼저 돗자리를 깔고 비닐을 덮은 다음 그 위에 하나하나 내려놓는다. 도전님 재세 시 그 돗자리를 밟지 못하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돗자리는 우리가 밥을 먹는 상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에 그것을 밟은 사람 역시 그 일을 그만두게 하셨다는 이야기다. 이 일화는 신명이 흠향한 치성 음식을 맨바닥에 놓지 않고 도인들이 음복할 귀한 음식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으며, 치성 음식 배분을 거드는 간사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극진한 정성을 이어간다.
  1990년대 말, 당시 간사들이 갑자기 빠져나가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다. 지금의 간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도장에서는 고기 손질이 처음인 상황이었다. 미처 나가지 않은 간사 한 명이 도장에서 고기손질 해오던 방법을 알려주고는 금방 떠났다. 짧았지만 그 덕에 과거에서부터 지켜오던 중요한 절차를 빼먹지 않고 그대로 이어가게 되었다.
  고기 준비를 신생활관에서 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협소한 장소에서 장작불을 때는 가마솥을 사용하며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밤을 새웠다. 특히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돌았던 시기에는 발골(拔骨)되지 않은 고기가 들어왔고, 그때부터 뼈와 고기를 분리하는 것까지 간사가 맡았다. 발골이 처음이라 서툴러서 18시간이 넘게 걸린 적도 있었다. 한여름에 냉장고가 없어 냉동차를 이용해 치성물의 신선도에 신경을 써가며 조심스레 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각자 맡은 부분을 공부하고 연습하며 숙달하였다. 보자마자 어느 부위인지 단번에 알고, 부위별 손질 방법, 삶는 시간, 건조 방법, 촉촉하게 보관하는 노하우까지 축적되었다. 새로 오는 간사에게 전달될 뿐만 아니라 방면에까지 비법이 전해진다. 또 지방에서 추천해 주는 예도 있어 의견을 나누며 하나하나 발전해 가고 있다. 그동안 날씨에 따라 치성물이 온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이 가장 조심스러웠는데 때마침 신생활관 1층에 공간을 마련해 장소가 많이 넓어졌고, 가스솥, 건조실, 냉장실 등이 갖춰져서 훨씬 더 쾌적하고 효율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래도 마음을 놓을까 조심하여 맡은 바에 일일이 손품을 팔며 정성을 이어간다. 여러 방면의 도인들이 간사로 참여해 화합과 소통으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다.
  1년 20여 차례의 치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임을 위해 애써온 이들과 그 깊이 밴 정성에 힘입은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영대 배례 후 섬세한 손길로 깨끗하게 손질되어 치성에 올려진 음식을 보고 우리 도인의 모습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날카롭게 벼리고 뜨겁게 수도하며 깨끗하게 닦인 도인들이 상제님의 일꾼으로 쓰임이 되는 것이리라. 음복을 마주한 순간 커다란 감흥이 밀려왔고 하나하나 입에 넣으니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정화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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