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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원 : 신명과 함께하는 음복

신명과 함께하는 음복



교무부 조광희


음복이란 단순히 먹는다는 것이 아니다. 음복도 행사다. 음복을 아무렇게나 생각하지 마라. 상제님께 올렸던 음식이니 귀중한 것이다. 예를 갖추어서 마음에 기쁨을 느끼며 들어야 한다. 우리 도장은 천지신명을 모시고 있는 장소다. 도장에는 신명들이 꽉 차 있어서 빈 곳이 없다. 신명이나 사람이나 같다. 신명도 도인들이 음복할 때 흠향(歆饗)하게 된다.  「도전님 훈시」 (1989. 3. 15)




  이 도전님 말씀은 도장에서 모시는 치성 때 예를 갖추어 음복해야 함을 훈시하신 것이다. 치성은 신앙의 대상이신 구천상제님과 천지신명을 모시고 정성을 들이는 자리로서 치성의 마지막 절차가 음복이다. 그러므로 음복은 치성 행사의 하나로서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음복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보고, 음복 시 갖춰야 할 마음과 자세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음복은 치성의 절차 중 하나이며 전통 제사에서도 나타난다. 제사란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쳐서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으로서 신과 인간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종교적 의례를 뜻한다.01 이러한 제사의 절차는 대개 진설(陳設)을 한 후 신을 부르는 강신(降神), 신이 제물을 받아들이는 흠향(歆饗), 신을 보내는 송신(送神)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철상(撤床)한 뒤 음복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02
  음복(飮福)이란 ‘제사에 올렸던 술과 제수 등을 나누어 먹는 의식’을 말한다.03 음복은 신이 흠향한 술과 음식을 의례 후반부에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받아서 먹는 수조(受胙)의 절차에서 비롯되었는데, 훗날 참석자와 주변의 이웃까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준(餕)의 절차까지 포괄하게 되면서 오늘날 제사의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04
  이러한 음복은 여러 가지 의미와 사회적 기능을 갖게 되었다. 음복은 신명이 흠향(歆饗)하고 난 음식에 내려진 복을 인간이 먹음으로써 받는다는 기본적인 뜻을 지닌다. 즉 음복은 인간이 제물에 정성을 담아 신에게 드리고 신은 다시 제물에 복을 담아 인간에게 돌려주는 의식으로서 제사의 대상인 조상 선령신이 흠향하고 남긴 성스러운 제물을 통해 신과 인간이 접촉하고 소통하는 자리이다.05 더불어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사로 인식된 만큼 사회적 역할로서 각 구성원 간에 동질감과 유대감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06 이처럼 음복은 예로부터 단순히 먹고 마시는 행사가 아닌 조상신이 내려준 기운(복)을 제물을 통해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는 중요한 의례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음복은 우리 치성에서도 행해지는데, 도전님께서는 음복도 행사라 하시며 치성의 한 절차임을 밝히셨다. 이는 치성의 순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치성은 마음과 몸을 정갈히 하여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성으로 임하는 것으로 그 순서는 크게 준비 과정, 본 과정, 마무리 과정의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준비 과정은 치성물을 준비하고 진설하는 단계, 본 과정은 향을 사르는 것을 시작으로 상제님을 비롯한 십오신위의 신명을 모신 가운데 잔을 올리며 흠향하실 수 있도록 여러 절차를 시행하는 단계, 마무리 과정은 철상한 뒤 도인들이 음복하는 단계이다.
  그런데 음복을 치성의 마지막 행사라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음식을 나누어 먹는 요식행위로 생각하여 예를 지키지 않고 무질서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도전님께서는 음복은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행사임을 일깨워 주셨고 상제님께 올린 귀중한 음식이므로 예를 갖추어 기쁜 마음으로 먹어야 할 것을 강조하셨다. 음복은 도인들이 정성껏 올린 제물을 상제님께서 받으시고 그곳에 복을 내려주신 것으로써 그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상제님의 기운이 담긴 소중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음식을 먹는 음복 행사는 상제님의 기운(복)을 받고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된다.
  음복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도인들이 음복할 때 신명도 흠향한다는 점이다. 이는 음복이 도인들만 참여하는 행사가 아니고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 신명도 같이 드신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도장은 천지신명이 가득 차 있는 곳이어서 음복 중에도 신명과 도인들이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치성에서는 신을 부르고 내보내는 과정이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07
  또한 도전님께서는 음복 행사에서 흠향하는 신명에 대해 “치성에 음복할 때 내가 먹는다는 것 보다 십오신명 외의 모든 신명이 음복하는 것이다.08라고 밝혀주셨다. 이는 영대 본전의 상제님을 비롯한 십오신위의 신명께서 진설(陳設)에서 유식(侑食)까지의 절차 동안 흠향하시고 나면 철상 뒤에 이어지는 음복에서는 십오신위 이외의 신명들이 도인들과 함께 흠향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치성은 인간과 신명이 모든 의식을 마칠 때까지 함께하는 행사이며, 마지막 절차인 음복은 사람이 먹을 때 신명도 같이 흠향한다는 점에서 신과 인간이 잘 어우러지고 조화되는 특징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음복할 때 어떠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임해야 할까? 도전님께서는 “조상을 받들고 신명 앞에 치성을 드리는 일에도 정성의 예를 갖추어야 하므로 사념(邪念)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공경심을 가져야 한다.”09라고 말씀하시며 치성에서 정성의 예와 공경심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그러므로 치성의 한 행사인 음복 역시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음복 행사는 도인들뿐만 아니라 신명도 함께하는 신성한 의식이라 생각한다면 절로 정성과 공경을 다 하는 예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행실은 마음의 자취로다.”10라고 하셨으므로 격식과 행동이 따라주지 못하면 참된 것이라 할 수 없다. 예로부터 임금에게 하사품을 받을 때 절을 하였고 공자도 음복물을 받을 때 예를 다하여 공손히 절하였다고 한다.11 그래서 음복 행사에서도 그에 맞는 적절한 예를 갖추어야 한다. 우선 복장을 준수하여야 한다. 도전님께서는 기본 예복으로서 “치성 때는 한복을 입어라.”12라고 말씀하셨다. 치성은 음복이 끝나야 마치는 의례이므로 중간에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는 것은 예의에 어긋남을 알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

  치성은 대체로 밤늦게 시작하여 이른 아침까지 이어지는 행사이다. 그래서 마지막 절차인 음복까지 오랜 시간 기다리다 보면 자칫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기 쉽다. 그래서 음복 중에 큰 소리를 내거나 부주의한 언행으로 무질서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경계하여 우리 수도인들은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께 감사드리고 성(誠)ㆍ경(敬)ㆍ신(信)을 다해도 부족한 자리임을 명심하고 음복을 마칠 때까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예를 다해야 하겠다.






01 금장태, 『귀신과 제사』 (서울: 제이앤씨, 2009), p.59 참고.
02 같은 책, p.73 참고.
03 「음복」,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4 금장태, 앞의 책, p.77 참고.
05 김미영, 「조상제례의 일상성과 비일상성」, 『비교 민속학』 35 (2008), p.531 참고.
06 김미영, 『유교의례의 전통과 상징』 (서울: 민속원, 2010), p.208 참고.
07 차선근, 「대순진리회 도장 치성의 의미 재검토」, 『대순사상 논총』 42 (2022), p.38 참고.
08 「도전님 훈시」(1979. 4. 2).
09 「도전님 훈시」(1988. 3. 27).
10 교법 1장 11절.
11 금장태, 앞의 책, p.78 참고.
12 「도전님 훈시」(199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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