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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3년(2013)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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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은상) :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온천5 방면 선사 오은주

 

  금강산 맑은 골짜기에 ‘고니’와 ‘라니’라는 사이 좋은 노루 두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둘은 산신령님께서 제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라니야, 우리 산신령님의 제자가 되어 보자. 그럼 아름다운 하늘 숲에서 살 수 있대. 산 속 친구들의 부러움을 가득 받을 거야.”
고니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뭐라고? 그런 엄청난 일을 어떻게 하려구. 난 무서워.”
라니는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어려울 게 뭐야? 재주만 좋으면 된다더라.”
“재주? … 난 제자가 되려 해도 재주가 있어야지.”
라니는 소용없다는 듯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고니는 신령님의 제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라니를 마구 졸라댔습니다. 마음 착한 라니는 할 수 없이 고니와 함께 산신령님을 찾아갔습니다.

 

“혼이 날거야.”
라니는 배짱스런 말을 비쳤습니다. 라니와 고니가 산신령님의 집앞에 다다랐을 때, 마침 다른 짐승들도 우르르 몰려와 있던 참이었습니다. 고니의 앞집에 사는 못난이 멧돼지도 와 있었습니다.
‘어쭈, 저 못난이가 여기까지 왠일이야!’
고니는 못생긴 멧돼지를 보며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안녕, 멧돼지 형?”
“그래, 고니야 안녕?”
멧돼지 형은 굵직한 목소리로 고니와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산신령님, 저희도 신령님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산신령님께서 라니와 고니를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주 큰 시험에 들 것이다. 험한 고비가 닥칠 거야. 그래도 괜찮겠느냐? 어느 때가 될런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산신령님은 ‘휙’ 하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뭐야? 그렇게 가버리시면 우린 어쩌라는 거야?”
고니는 마구 투덜댔습니다.
“아무렴 어떠니? 무서워서 혼났네. 난 산신령님을 뵌 것으로 아주 만족해.”
라니는 싱긋 웃어 보였습니다.
“바보!”
고니는 한심하다며
라니를 바라보았습니다.

 

  며칠 뒤 거센 바람이 고니의 집 앞을 스쳐갔습니다. 고니는 거센 바람 속에서 불길한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둘 중 하나는 가는 길이 다를 것이니 이 일을 어쩐다.”
소리를 듣고 있던 고니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니는 생각했습니다.
‘저 소리는 분명 나에게 하는 소리가 틀림없어. 그래! 라니에게 절대 지지 않을 거야. 내가 누군데…. 그렇지 둔갑술을 배우는 거야.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지? 산신령님의 제자가 되는 건 이제 아무 걱정없어. 그깟 약해 빠진 라니는 제쳐두는 거야. 난 꼭 산신령님의 마음에 쏙 드는 제자가 되고 말거야.’

 

  고니는 둔갑술에 아주 능하다는 여우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니는 물어물어 여우 굴을 찾아갔습니다.
“어쩌려고 네깟 녀석이 겁도 없이 나를 찾아 왔느냐. 후후!”
여우는 간악한 목소리로 웃었습니다.
“둔갑술을 배우고 싶어요.”
“가르침을 주는 대신….”
여우는 뜸을 들이며 고니를 훑어보았습니다.
“대신요?”
고니는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두 눈도 둥그레졌습니다.
“나에게 너의 사향 주머니를 넘겨줘야겠다.”
“뭐, 뭐라구요? 그, 그건 안 되는데….”
고니는 순간 너무 놀라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러고도 감히 산신령의 제자가 되겠다고? 어림도 없지.”
이내 여우는 매몰차게 돌아서 버립니다.
“좋… 좋습니다. 드리겠습니다.”
고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여우의 둔갑술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고니는 악착같이 둔갑술을 배워 나갔습니다.

 

  한편, ‘산신령님께서 나같이 힘없고 나약한 노루에게 제자의 자리를 주실 리가 없어. 그래 마음 편하게 먹고 나들이나 가야겠다. 노는 게 나에겐 제격이니까.’
라니는 기분 좋은 일을 기대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며칠을 걸어 라니가 도착한 곳은 어느 깊은 계곡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라니는 거북이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거북 할아버지는 라니를 반갑게 반겨주었습니다.
“할아버지 등껍데기가 정말 두터우시네요.”
“그래? 그거 참…, 고맙구나. 어언 사백 년을 살아왔지. 이제는 늙어 힘도 없어요. 그저 나이 많은 할아버지일 뿐이란다. 허허허!”
거북 할아버지는 따스한 눈길로 웃으셨습니다. 라니도 웃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그럼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 한 가지만 들려주세요. 네?”
“그래. 그러자꾸나. 그러니까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여기는 여우의 둔갑술이 한창인 여우 굴. 어느덧 고니의 둔갑술도 능숙해지고 있을 쯤이었습니다.
‘어쩐다. 어쩌지.’
하지만 고니는 자신의 사향 주머니를 여우에게 내어 줘야 한다는 걱정이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니는 번쩍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제깟 여우도 둔갑술 빼면 아무것도 아닐 거야. 암 그렇고말고…. 내가 왜 사향주머니를 넘겨줘야 해? 어림도 없지. 무시무시한 호랑이로 변해서 잡아 먹어버리면 그만 아니야?’
그때부터 고니는 호시탐탐 여우를 없앨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였지요.
어느 틈에 고니는 여우가 좋아하는 산머루를 구해왔습니다. 고니는 산머루에 독한 술을 가득 발라 놓았습니다. 술을 잔뜩 머금은 산머루는 더욱 맛있게 보였습니다.
“여우님? 맛있는 산머루를 가져왔습니다. 드셔보세요.”
고니가 산머루를 여우 앞에 바짝 가져다 놓았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머루네. 기특하기도 하지.”
여우는 먹음직스러운 산머루를 보고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머루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구나.”
여우는 산머루를 맛있게 먹어 치웠습니다.
“으음! 맛있는 걸 먹고 나니 졸립군. 아- 함!”
술을 잔뜩 머금은 산머루를 먹고 난 여우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으흐흐 이제 넌 사라져야겠어.’
곧이어 호랑이의 모습으로 변한 고니가 여우의 숨통을 조이려 슬금슬금 다가갔습니다.
“훔-휴-움”
순간 고니는 긴장을 한 나머지 콧김을 있는 대로 뿜어 버렸습니다.
갑자기 굴 안에 연기가 가득 피어오르더니, 매쾌한 연기가 고니의 목을 조여왔습니다.
“쾍!쾍! 호랑이 살려…. 아니 노루 사-알려!”
“어리석은 놈 같으니라구.”
어디선가 산신령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여우가 누워 있던 자리에서 산신령님이 ‘펑’ 하며 나타났습니다.
“네 이놈! 고니야 언제나 꾀만 부리고 있더니, 이젠 스승을 없애려 들어? 넌 어림도 없다. 허허허!”
산신령님은 호탕한 목소리로 크게 한 번 웃더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여우가 아니었다고…. 그럼 산신령님께선 다 알고 계셨네. 큰일났구만. 이제 어쩐다.’
“잘못했습니다. 산신령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엉엉!”
고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못을 빌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습니다.

 

  한편, 라니는 몸이 불편한 거북 할아버지를 위해 날마다 약초를 뜯어다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만 되었다. 자꾸 먹이려 하지 않아도 괜찮대두.”
거북 할아버지가 괜찮다고 하셨지만 라니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녀석 기특도 하지.”
그날도 라니는 거북 할아버지께서 즐겨 드시는 약초를 구하러 숲으로 나갔습니다. 라니가 한참을 약초를 뜯고 있을 때였습니다.
‘스스스’
“내가 널 물어버릴 텐데…. 넌 다리를 못 쓰게 될 것이다. 콰-악- 콱!”
“으-으악!”
라니는 독뱀에게 다리를 물리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라니의 다리에 독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라니는 힘없는 목소리로 거북 할아버지를 불렀습니다.
‘이 약초를 할아버지께서 드셔야 하는데.’
“그래. 그 약초는 거북 할아범에게 아주 좋은 약이지만 독이 퍼지고 있는 네 다리를 낫게 해줄 단 하나뿐인 약초이지.”
뱀은 간사하게 웃으며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내 다리를….’
라니는 급한 마음에 약초를 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북 할아버지의 그윽한 눈빛이 자꾸만 아른 대는 것입니다.
“안돼! 할아버지께 약초를 갖다 드려야 해.”
라니는 아픈 다리를 이끌며 온 힘을 다해 기어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만치서 거북 할아버지가 오고 있었습니다.
“아가! 아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더냐?”
할아버지는 다친 라니를 발견하고 놀라서 다가왔습니다.
“할아버지, 이… 이것 드시면 병든 다리가 빨리 나으실 거에요.”
라니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거북 할아버지의 입에 약초를 먹여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구! 라니야, 정신 차리거라. 정신 차려.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거북 할아버지는 너무 안타까워 안절부절 못하고 계셨습니다.
“라니야! 라니야-아!”
안타까운 목소리는 산 아래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의 갸륵하고 참된 마음씨에 감동했다. 내 너를 나의 열두 번째 제자로 삼아 하늘 숲에 들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라니가 천천히 몸을 가누었습니다.
“그래. 그래! 라니야 이제 정신이 드는 모양이구나.”
정신을 차린 라니를 보며 거북 할아버지가 기뻐하셨습니다. 그 사이 라니의 다리는 신기하게도 말끔히 나아 있었습니다. 라니가 만난 독뱀은 다름 아닌 산신령님이었습니다.
“산신령님의 은혜 더없이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재주도 많고 영리한 고니를 제자로 삼아 주십시요.”
라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산신령님께 여쭈었습니다.
“일찌기 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은 허락을 해줄 수 없구나. 으뜸의 자리는 재주 많고 영리하다 하여 주어지는 게 아니니라.”
“……”
산신령님의 말씀에 라니는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니야! 고니야!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라니는 사라진 고니가 걱정되어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고니 없이 나 혼자 좋은 세상으로 가지 않겠어.”
라니는 고니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라니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산신령님께 바치는 거야. 그럼 고니를 제자로 받아주실 거야.’
라니는 어릴 적 고니가 주었던 황금빛 나는 약초잎을 물고 황급히 산신령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이상하다. 왜 자꾸만 제자리를 맴도는 걸까?”
라니가 산신령님이 계신 곳을 아무리 가려 해도 계속해서 같은 곳을 돌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라니야!”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로 고니였습니다. 고니는 몹시 지쳐보였고 야위어 있었습니다.
“고니야! 네가 돌아왔구나. 널 얼마나 찾았다고. 어휴! 이 꼴좀 봐. 우리 같이 가자. 신령님께서 널 보면 기뻐하실 거야.”
“집으로 돌아오려 했어.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했어.”
고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습니다. 라니도 하염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 라니를 보고 있으려니 고니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라니야, 넌 내가 밉지도 않니? 난 널 밀쳐내고 나 혼자 모든 걸 독차지하려고 했는데… 넌 이런 내가 밉지도 않아?”
라니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니야, 난 널 잘 알아. 항상 맛있는 열매가 있으면 나에게 먼저 주던 너였잖아. 내가 꼴찌로 달린다며 놀림을 받으면 넌 항상 나를 보호해 주었잖아. 그래서 난 네가 너무 좋았어.”
“라니야! 정말 미안해.”
둘은 한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허 그만 울음을 그치거라.”
산신령님께서는 어느새 나타나 계셨습니다.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갚으려 한 라니의 마음이 지극하구나. 고니야 앞으로 오너라.”
고니는 산신령 앞에 조심스럽게 나섰습니다. 산신령님은 천천히 고니의 뿔에 지팡이를 뻗치셨습니다. 산신령님의 지팡이가 고니의 뿔에 닿자 고니는 아름다운 빛에 휩싸였습니다.
“고니야 어서 나서자.”
“라니야. 날 꽉 붙잡아야 해?”
“와! 고니랑 라니가 아주 멋져졌구나.”
숲속 친구들도 마중을 나와 반겨주었습니다. 고니와 라니가 나서는 하늘 숲길은 참으로 고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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