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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 슬기로운 상생 실천 분당제생병원 사회사업팀

슬기로운 상생 실천 

분당제생병원 사회사업팀



출판팀 이공균





  한병원의 응급실, 구조된 환자는 노숙자다. 동상이 걸린 다리에 물이 닿으면서 살이 썩어가고 있었고, 심지어 구더기까지 덕지덕지 붙어있다. 주위 사람들이 구역질하며 자리를 피한다. 이때 담담하게 와서 손으로 구더기를 떼어내며 환자를 살피는 의사가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 병원에서 벌어지는 애환들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간혹 슬프게 풀어내며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이다.

  위 장면은 불편함을 신경 쓰지 않는 의사의 모습이 돋보이는 장면이지만,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협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모습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는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데, 이 멋진 아저씨를 환자에게 연결해 주는 일을 하는 곳이 병원의 ‘사회사업팀’이다. 이 팀은 노숙자의 치료비용은 물론,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사회복귀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대순진리회 산하기관인 분당제생병원에도 ‘사회사업팀’이 있어서 의료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신재은 과장(이하 신 과장)을 만나봤다. 신 과장은 분당제생병원 사회사업팀이 해결한 한 일화를 소개해 줬는데, 그 내용이 위 드라마의 장면과 꽤 닮아있었다.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1인 가구로 살아가던 50대 남성의 이야기이다. 실직 후 연락이 안 돼 걱정된 지인의 방문으로 쓰러져 있던 남성을 발견하게 된다. 발견 당시 보름이 넘게 식사를 못 하고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를 방치한 탓에 탈수 증상이 있었으며, 심한 악취와 함께 다리 부분이 썩어가는 상태였다.

  이때 사회사업팀이 빠르게 개입하여 ①긴급복지 및 민간 의료비 지원 사업 연계, ② 중도 장애 발생에 따른 장애 수용의 심리 정서적 상담, ③ 장애인등록 신청 및 보조기 지원 등 복지 제도 정보 제공, ④ 생계유지를 위한 국민기초생활수급 신청 절차 지원, ⑤ 재활치료 유지를 위한 퇴원계획 상담, ⑥ 사회복귀를 위한 사후관리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한 사람을 구하고, 더불어 사회에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왔다. 사회사업팀의 도움으로 50대 남성은 현재 퇴원 후 임대아파트에 입주하였으며, 재활치료로 의족 보행도 적응되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으나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더불어 사는 세상. 상생을 위해 힘쓴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다. 이런 사회사업팀의 면면이 궁금해 몇 가지 질문을 더 준비했다.



기자. 사회사업팀(의료사회복지사)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신 과장. 의료기관의 유형과 규모, 또는 각 병원 내 조직 및 정책에 따라 사회사업팀이 하는 업무는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의료사회복지사는 ‘질병이 있는 환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의료진과 협력하여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정서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원뿐만 아니라 입원 전과 퇴원 후에도 사회적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질병의 예방과 회복,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해결사례를 말씀드렸다시피 환자와 가족의 상황을 파악하여 치료비 후원을 연결하거나 재활 상담, 퇴원계획 상담, 지역사회자원 연결 등 사회사업 전문지식을 동원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자. 사회사업팀은 병원마다 의무적으로 존재하나요?

신 과장. 병원마다 부서의 명칭은 다를 수 있으나, 2022년 기준으로 486개 의료기관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있으며, 본원도 1998년 개원부터 사회사업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양질의 의료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료사회복지사의 국가자격 법제화’가 제정되었습니다. 나날이 의료사회복지서비스의 욕구가 확대됨으로써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전문적 역할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자. 의료 지원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나요?

신 과장. 2022년 기준으로 약 3억 1백만 원의 의료비 지원이 있었습니다. 병원 규모를 생각했을 때 적은 액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예전에 비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본인부담금이 감소한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기자. 의료 지원을 못 받는 일도 있나요?

신 과장. 경제적 취약계층 환자에게 의료비 지원을 연계하는 것은 의료사회복지사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입니다. 환자가 의료비 문제로 치료받을 시기를 놓쳐 건강이 악화하거나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보건과 복지정책의 최신정보 숙지를 통해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환자에게 적합한 공적 복지 시스템과 자원체계를 연결하거나 민간 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환자에게 적합한, 또는 의료비 지원 방안을 모색합니다. 그럼에도 간혹 공적이나 민간 의료 지원 서비스를 못 받는 경우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주민등록말소와 미등록 외국인처럼 환자의 신원이 불분명한 경우, 환자의 의식 저하 또는 보호자 협조 불가능으로 지원 사업 신청 절차 협조가 어려운 경우, 만성질환의 소액 의료비가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진단을 위한 외래 검사비, 생명과 직결되지 않으나 치료가 필요한 치과 및 성형 관련 치료비 등입니다. 이럴 때는 공동 선행 목적으로 치료를 먼저 결정하고, 의료비 지급 능력이 없는데도 의료 지원이 안 되는 환자들을 위해 원내 자선 진료기금을 두고 있습니다.



기자. 원내 자선 진료기금이 무엇인가요?

신 과장. 개인 혹은 여러 단체에서 본원에 후원해 주신 기부금과 분당제생병원 직원들의 급여 이체 자선기금, 바자회 수익금입니다. 이렇게 조성된 의료비 지원 목적의 기금은 공식적인 지원체계로 도움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위기 환자를 돕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입니다.



기자. 이 일을 하며 힘들었던 부분이 있는지요?

신 과장. 의료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직업적 가치와 윤리적 갈등에 당면할 때 어려움을 느낍니다. 대만의 경우 100병상당 1명의 의료사회복지사를 배치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관련 법정 기준이 없다 보니 인력 부족으로 인해 불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일이 간혹 발생합니다.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했다는 합리화를 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생깁니다. 또한 환자와 가족들이 심리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인해 꼭 필요한 치료에 동의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의료진들과 함께 설득하여도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기에 어렵고 안타까운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기자. 의료사회복지사로서 바라는 게 있나요?

신 과장. 사회복지의 개념이 보충적 개념에서 제도적 개념으로, 자선에서 시민의 권리로,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빈민을 위한 복지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누리는 복지사회 구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의료사회복지사 업무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복지정책과 제도가 정말 많이 개선 되었고 그만큼 다양한 복지 시스템이 구축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불안정한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총체적이고 지속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구축되어 모든 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키다리 아저씨’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병원비를 내주는 장면에서 타인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인터뷰에서 신 과장도 모든 사람이 이타심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의료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친구나 지인, 이웃 주민, 또는 길을 지나가던 생면부지의 사람들까지 타인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앞서 실제 사례로 소개한 50대 남성 환자도 지인의 염려가 없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얻었다. 해피엔딩이다.

  우리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양보와 배려, 그리고 관심.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때 우리는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하게 된다. 키다리 아저씨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질을 내어주는 것만이 의미 있는 도움이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신재은 과장의 마지막 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계묘년 새해가 시작됐다. 어떠한가? 올해는 누군가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보는 것이. 키다리 아줌마로 불리기를 원한다면 그것도 썩 괜찮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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