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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3년(2023)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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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공모전 : “너에게는 별일 아닐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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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장려


“너에게는 별일 아닐지 몰라도”



잠실36 방면 선무 정정수




  『너에게는 별일 아닐지 몰라도』라는 책을 읽으면서 제가 살아온 삶이 지금의 저에게 미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의 애착 유형은 4가지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지니고 힘들거나 약점, 실수, 결점과 마주하게 되더라도 스스로 능력 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안정형, 스스로 비호감이고 결점이 있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자기 비판적인 경향 때문에 다른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거나 집착하는 집착형, 다른 사람이 정서적으로 함께해주지 않는다고 여기고 스스로 정서적으로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은 마음 아프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여기는 무시형, 부모를 두렵게 생각하지만, 분노 반응을 하며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거나 괴로움을 잠재우기 위해 기대기보다는 쉽게 화를 내어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흔들리는 두려움형으로 분류합니다.




  저는 평소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많았는데, 책에서 말하는 불안정 애착 유형 중 무시형에 관한 내용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은 일하느라 바쁘셨고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여러 가지로 결핍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안정한 상태에서 점점 더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게 되고 세상은 어차피 혼자이고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깊이 박혔습니다. 어릴 적부터 받은 상처들을 돌아볼 여유도 없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 책 덕분에 제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한 무일푼으로 서울에 오셨습니다. 저희 3남매가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고 어려웠는데 고모까지 집을 나가버려서 남겨진 사촌들을 어머니가 키우는 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에 IMF가 찾아왔고 저는 관심받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어머니는 육성회비조차 사촌 형 것을 먼저 챙기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이번에도 밀리면 안 되는데’라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촌 형은 부모 없이도 저렇게 꿋꿋하게 살아가는데, 너희는 부모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 하지 않겠니?” 

  그럴 때마다 ‘나도 부모님께 응원과 격려를 받고 싶은데, 왜 항상 비교만 하시는 거지?’라는 마음에 반발심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저희 가게 옆 종합 상가에서 한 외국인 노동자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에 부탄가스를 켜다가 불이 났습니다. 손님과 주문 배달로 분주했던 가게는 조용해지고 마침내 손님들의 발걸음도 끊겼습니다. 생계를 이어야 했기에 부모님은 각자 돈을 벌러 나가셨고, 어려운 상황에서 부부싸움도 잦아졌습니다.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입대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군 생활은 아주 달랐습니다. 강인한 내면과 우렁찬 목소리, 빠른 행동력과 전우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하게 뒤처졌고, 결국 부대 내에서 관심병사로 지정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따로 훈련받아야만 하는 상황, 별도로 면담해야 하는 순간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낙오자로 보는 시선과 저를 둘러싼 술렁이는 말들이 오고 가니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마음의 상처를 입고 누구와도 친해지지 못한 채 제대하게 되었습니다. 제대 후에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경력이 쌓여서 운 좋게도 공공기관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인턴사원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그러나 취업한 이후에도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에서 보상금 관련한 전화상담실에서 일했는데, 소위 감정노동이었습니다. 출근하면 민원인과 말다툼해야 하고 얼굴 붉히는 일이 있으니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기보다는 회피하고 외면하며 살았고 감정과 생각이 점점 더 부정적으로 되고 우울해져 갔습니다. 

  그럴 때 선각이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선각은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입도하기 전부터 유일하게 제 마음의 상처에 대해 상세히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였습니다. 가정, 군대, 직장에서의 일을 겪다 보니 불안장애란 마음의 상처가 생겼는데, 선각은 제가 하는 말을 경청해 주었습니다. 선각은 이미 10년 전에 입도하여 도를 닦고 있었는데, 도를 닦으면 제 마음의 상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정수야, 나도 처음에는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결핍이 있어서 성격과 체질을 고치기 위해 수도를 시작했는데, 선각분들의 도움과 상제님의 덕화로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너의 불안장애에 대한 도움을 주고 싶어. 수도를 하면 좋아질 수 있는데 너도 해보지 않을래?”

  “나도 좋아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는데?”

  “우선 100일간의 정성을 같이 들여보는 거야. 선각들과 대화도 하고 상제님께 심고 드리고 꾸준히 기도를 모시면 좋아질 수 있을 거야. 믿음을 가지고 같이 한번 해보자.”

  그렇게 해서 선각을 믿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올라오는 겁액이 만만치 않았지만, 주일에도 참석하고 치성에 가서 심고도 드렸습니다.

  ‘저의 겁액을 잘 감당하고 풀 수 있게 해 주시고, 전생부터 현생까지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100일 정성을 들이고 난 이후에 다른 수도인에게 제 경험을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그러면서 도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상제님의 덕화에 감화되어 선각을 믿고 포덕을 하여 선무 임명까지 모시게 되었습니다.

  저의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선각분들과 함께 비언어적 행동과 생각 표현하기, 그리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눈을 마주치고 말하기, 말을 할 때 자신감 있게 또박또박 말하기, 걸을 때 움츠리지 말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걷기 등을 실천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왜곡시키지 않고 무시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 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트라우마를 긍정적 기억으로 바꾸기 위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로 돌아가서 저를 존중하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상처받은 제가 치유되지 않은 채 몸만 성장하여 현재의 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내면을 마주 본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곁에서 제 얘기를 들어주는 선각분이 계셨기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저라면 하지 못할 것 같은 도의 일이나, 치성 준비도 덕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를 닦으면서 정서적 애착에 대한 부분이 많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필즈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 허준이 교수는 “어려운 주제에 접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태도다. 오랜 시간이 드는 힘든 일을 마음에 맞지 않는 동료와 하고 싶지 않지 않나. 자기 자신과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에게 친절했으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지금 저에게 더 많이 와 닿습니다.

  인간관계와 인간성 회복을 위해 수도를 하게 되면서 지금은 좋은 선각분과 도우가 주변에 많아졌습니다. 마음을 닦아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도에 맞게 저를 바꿔 나가는 것이 너무나 값지고 보람된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많은 수도인들과 함께 상제님의 도를 닦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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