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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3년(2023)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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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공모전 : 척을 푸는 또 하나의 도구: 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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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장려


척을 푸는 또 하나의 도구: 서클



신암9 방면 선무 박두선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갈등이 존재합니다. 제가 있는 이곳,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는 27명의 학생이 하루에도 몇 건씩 갈등 사례를 쏟아냅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 수업의 결과로 무질서와 방만함이 습(習)으로 더해져 교실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 몇 명이 불러일으키는 영향은 온 학급을 출렁이게 합니다. 누가 봐도 갈등을 일으키는 뾰족한 친구 한 명쯤은 매년 등장하기 마련인데, 그런 감당이 더 증폭된 현재는 진정한 교사의 역량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청 산하의 ‘관계회복지원단’ 일원으로 있는데, 다른 일원이 SNS에 올린 암울한 글을 보며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관계회복지원단에서는 PDC(Positive Discipline in the Classroom)라고 하는 ‘학급긍정훈육’과 ‘회복교실수업’을 주창하고 있는데, 세월의 시류를 따라 더 강력해진 몇몇 아이들에게는 탄력을 잃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때 문득, 저에게 해답처럼 다가온 성구가 있습니다. 상제님께서 경석에게 “너의 기운이 너무 빠졌도다. 덕으로만 처사하기는 어려우니 성(聖) 웅(雄)을 겸하라”는 당부와 “믿기를 활을 다루듯이 하라. 활을 너무 성급히 당기면 활이 꺾어지나니 진듯이 당겨야 하느니라”라는 구절입니다. 상제님의 말씀을 친절함과 단호함의 균형을 맞추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기다려주고 인내하는 교사의 심리적 성숙도 필요함을 함께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허나 매일 노심초사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1인임을 부끄럽게 고백합니다. 

  매일 힘든 점은 있지만 극한 직업을 떠올릴 정도의 아이들이 우리 반에 없음을 감사하며 제가 잘 활용 중인 유용한 갈등 해결 방법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잦은 갈등 속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방법이며 회복 교육에서 쓰고 있는 것으로 마셜 로젠버그가 창시한 ‘연민의 대화’ 또는 ‘삶의 언어’라고도 말하는 비폭력 대화에서 나온 방식입니다. 문구가 가진 힘만으로도 안전과 평화가 깃들고 있으며 뭔가 태고의 그 느낌이 다가옵니다. 이는 간디의 아힘사 정신에서 출발하며 그 정신은 ‘연민으로 우러나오는 인간 본성의 상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비폭력 대화에서는 갈등 해결 중재를 ‘긴급 서클’이라는 방식으로 하며, 이는 진행자가 관련 대상자들을 이끌어 아주 쉽게 해결 실마리를 건져 올려 줍니다. 제게는 새로운 지각을 열게 해 주었고, 학급 운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 방법입니다. 

  서클은 인디언들이 둥근 원으로 앉아서 했던 대화방식인데, 우리 도에서도 수의를 할 때 둥근 원으로 앉아서 하는 걸 보면 많이 닮았습니다. 서클은 동등한 입장에서 리더십을 나눠 갖는 대화방식으로 각자의 지혜를 추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같이 수시로 갖는 ‘서클 대화’와 갈등 중재인 ‘긴급 서클’ 그리고 친절과 단호를 함께 부르짖는 ‘학급 긍정 PDC’로 이 시대의 갈등을 해결해 나간다면 보람과 성숙한 관계를 함께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는 우리들의 훈회 수칙, ‘척을 짓지 말라’에서 관계 해결의 실천 방법으로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주고받는 간단한 기술 속에 감겨 있는 갈등들을 풀어가는 서사, 그 이야기를 여기에 올려 보고자 합니다. 


# 초여름, 초등학교 5학년 교실 쉬는 시간, 두 학생이 다툰 상황을 정리하는 교사

교사: 원시랑 반본이, 이제 대화를 할 건데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만 이야기 하고 다른 사람은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해요. 이 마이크가 ‘토킹피스(Talking Piece: 끼어들지 않게 하고 동등하게 말할 기회를 주는 도구)’예요. 다 듣고 상대에게 들은 이야기를 나한테 전해줘야 하는데 누가 먼저 이야기 할래요?

원시: 제가요. 제가 저기서 친구랑 포켓몬빵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얘가 와서 헤드록을 거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여길 때렸어요.”

반본: 아니, 니가 나한테 욕도 했잖아. 

교사: 잠깐만, 원시가 말할 때는 듣기만 하기로 해요. 이제 반본이는 원시가 한 말을 나한테 전해줄래요?

반본: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교사: 그래? 그러면 원시가 다시 말해줄래요? 

원시: 제가 저 뒤에서 친구랑 포켓몬빵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얘가 갑자기 와서 헤드록을 걸었어요. 그래서 제가 여기 때리고 화가 나서 욕도 했어요.”

교사: 반본이는 원시가 말한 거 무엇을 들었는지 전해줄래요?

반본: 얘가 포켓몬 빵 이야기할 때, 제가 헤드록을 걸어서 저한테 욕하고 여길 때렸대요.

교사: 원시, 맞나요?

원시: 예, 맞아요.



교사: 그랬구나. 그러면 반본이는 이것에 대해서 할 말 있으면 해 줄래요?

반본: 저는 그냥 별생각 없이 헤드록 한 건데 때리고 욕하고 난리예요. 

교사: 원시, 반본이 말 잘 들었으면 들은 내용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

원시: 그냥 별생각 없이 저한테 헤드록 했는데 제가 욕하고 때렸대요.

교사: 원시는 반본이 말을 듣고 할 말이 있으면 이야기해줄래요?

원시: 저는 갑자기 와서 헤드록 하니까 너무 놀랐고 당황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욕도 하고 몸이 저절로 앞으로 나갔어요.

교사: 반본, 원시가 한 말 나한테 전해줄래요?

반본: 제가 갑자기 헤드록해서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욕도 나오고 저를 때렸대요.

교사: 원시의 이야기를 듣고 반본이는 더 할 말이 있나요?

반본: 들어보니까 친구가 놀라게 된 것 같아 제가 좀 미안해져요.

교사: 원시는 반본이에게 무얼 들었는지 이야기해줄래요?

원시: 저한테 미안하다고 해요.

교사: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누가 말할까요?

반본: 제가 사과해야 할 거 같아요.

교사: 아, 그래요? 그러면 원시는 반본이의 사과를 받아줄 수 있나요?

원시: 예.

반본: 미안해.

교사: 반본이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미안한지 말해줄래요?

반본: 제가 헤드록 걸어서 미안해요.

원시: 선생님이 말로 하라고 하셨는데, 나도 때리고 욕해서 미안해. 앞으로 안 그럴게.

교사: 둘이 이렇게 서로 사과해 주니 선생님은 아주 고마워요. 그러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안 일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반본: 친구가 이야기할 때 헤드록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교사: 오, 좋아요. 또 있을까요? 

원시: 헤드록을 당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니까 헤드록은 아예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교사: 아, 그렇군요. 그러면 앞으로 헤드록 하지 않는 것에 둘 다 찬성하나요?”

원시, 반본: 예.

교사: 음, 좋아요. 더 할 말이 없으면 서로 악수하고 들어갑시다.





  이 핑퐁(ping-pong)같은 대화, 긴급 서클은 아이들의 감정을 조용하게 내려앉도록 해 주어 이성적 대화를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들의 기억은 신체적 감각[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을 통한 몸 상태, 즉 편안과 불편으로 대표되는 여러 감정을 동반하여 세포 속에 저장되기 때문에 억압된 감정은 병증으로, 또는 강한 사념체(思念體)로 발현됨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작동의 원천인 고통스러운 감정 기억이 해결되면 신체적 통증도 함께 해결됨과 동시에 그 기억 또한 힘을 잃고 편안하게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이 상제님께서 말씀하시는 ‘안심안신이 대병의 약’이 되는 이치와 같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듯 중요한 갈등 해결의 진행자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주는 매개 역할을 할 뿐 표정, 목소리, 시선까지 중립을 지켜 개입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토킹피스를 사용하여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함으로써 자기 인정과 자기 수용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어 서로의 대화 속, ‘내 말의 가시 빼기 작업’을 훨씬 쉽게 이끌어주며 대화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저절로 공감 활동이 이루어진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긴급 서클 활동은 의외로 신속하게 학급의 에너지를 안정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갈등이 일어나는 여러 현장에서 긴급하게 사용하는 데 이 방법을 강추합니다. 이 방법은 ‘회복적 경찰활동’에서도 많이 활용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교도소의 재소자들에게까지 영역을 넓힐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상대와 나의 욕구를 스스로 알아가고, 합의하여 실천하는 일련의 기회를 통해 깊은 갈등도 비교적 쉽게 해결해 줄 수 있으니 서클은 ‘말로써 이루어지는 마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회복이라는 의미는 친구의 물병을 엎질렀을 때 엎질러진 물만 닦아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물병의 물까지 채워주도록 하여 상실의 감정도 함께 해결해 주는 활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상대에 대해 척 짓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얼룩진 감정의 고리를 풀고, 원래 하늘이 주신 성품으로 되돌아가 맑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회복이며 원시반본이라 생각합니다. 긴급 서클은 그 길로 가는 데 있어서 쉽게 고리를 풀 수 있는 하나의 기저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서로와 서로의 연결을 쉽게 해 줄 것이라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늘 품고 있는 생각을 끝으로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과거 우리가 모르는 그 언젠가, 각자의 염원이 우리를 함께 만날 수 있게 한다’라는 글을 어느 책에서 보았습니다. 그 염원이 길게 연결되어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저와 도(道)로 이어질 기회가 생긴다면, 취지문에 “무릇 뜻있고 연운 있는 모든 중생은 해원상생 지상천국을 지향하는 대순진리회에 동귀(同歸)함을…”과 같이, 이끌어준 교사의 마음에 동하고 상제님의 진리에 눈을 뜨는 긍정의 생활인으로서, 어느 날엔가 상제님의 품 안에서 우리 함께 모두 만날 수 있기를 지극히 심고 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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