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보고 - 대순회보 265호 영화 속으로

대순153년(2023)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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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으로 :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보고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보고

부여 방면 선무 신혜정

▲ 영화 포스터와 영화 스틸 컷 / YouTube

최고의 천재들만 다니는 프린스턴 대학교, 장학생 존은 학문적으로는 뛰어났으나 공감 능력은 부족한 무뚝뚝한 학생이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언행을 하며 독특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존은 대학 시절부터 환시와 환청을 경험했는데, 가상의 인물로 등장하는 룸메이트와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또한 가상의 인물인 정부 요원으로부터 지시받아 소련의 비밀 암호를 풀어내는 임무에 투입되었다고 믿었다. 시간이 흘러 그의 강의를 듣는 여학생 알리샤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조현병 증상이 심해져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뒤늦게 남편의 병을 알게 된 알리샤는 그의 곁을 지킨다. 존의 병세가 호전되어 집에서 약물치료를 하던 중 부작용이 생겨 완전히 환상이 지배하는 삶을 살게 된다. 존은 끝까지 치료를 거부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환각 증세로 사람들의 경멸과 조롱의 시선을 받고 그런 그에게 아내 알리샤는 늘 따뜻하게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이후 존은 망상 속 인물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연구에 집중한다. 증상이 호전된 존은 다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고, 시간이 흘러 그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 영화 포스터와 스틸 컷, YouTube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을 받은 작품으로 ‘균형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는 망상에 시달리는 조현병 환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다양한 삶에 대하여 더욱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남을 잘되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아직도 가슴에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다.

특히 존의 망상으로 아내와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아내가 자신의 안전보다도 남편의 곁에서 함께 병을 극복해나가는 삶을 선택하는 장면이 가장 감명 깊었다. 존은 환각 증세 때문에 아내도 위험해질 것을 알고 아내에게 떠날 것을 제안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하는 아픔을 감당하며 고독감에 빠져 있던 존 앞에, 떠난 줄 알았던 아내가 다시 나타난다. 환각을 겪는 남편의 병이 머릿속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그가 호전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는다. 그 장면에서 존에 대한 아내의 진심 어린 사랑과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다.

▲ 영화 스틸 컷 / YouTube

일상생활이 힘든 존을 대신해 모든 집안일과 육아, 돈벌이를 혼자서 해내는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종종 의무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에 대한 죄책감도 느낀다. 때때로 존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결혼을 결심하게 했던 남자로서 존을 바라보려고 애를 쓰면 그는 그녀가 사랑한 남자가 되고, 자신 또한 그를 사랑하는 여자로 변하게 된다. 항상 그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 아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결혼 후에 남편의 병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존이 약을 중단한 후 심해진 망상 때문에 자신과 아이의 안전까지 위협받게 되는 상황에서 존이 자신을 떠나라고 했을 때, 아내는 항상 자기 삶보다 존을 택했다. 고된 길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존의 병이 호전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기 삶을 바친 아내의 마음에서 진심으로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좌) 영화 속 존과 알리샤 영상 스틸 컷, (우) 실제 John Nash와 부인 Alicia Nash부부 결혼기념사진, (2015년 5월 23일교통사고로 부부가 함께 사망)

사실 조현병을 겪는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존의 정신과 의사의 말에서 어렴풋이 그들의 고통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의사가 전기치료를 받는 존을 바라보는 알리샤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현병이 진짜 힘든 이유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들과 장소, 순간들이 사라지거나 죽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지옥 같을지 상상해보라.”

존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였던 룸메이트, 존에게 국가기밀의 중요한 임무를 주었던 정부 요원, 그리고 존이 소련의 비밀 암호를 풀기 위해 투자했던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모두 허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존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러한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병을 인정하기까지 존이 감당한 마음의 상처를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반복되는 실패의 과정을 견뎌내고 끝까지 병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를 믿어주는 아내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신념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본다.

존을 대하는 알리샤의 마음과 병을 대하는 존의 마음이 우리가 수도하는 과정에서 가져야 할 마음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샤에게서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소중한 사람을 놓지 않고 함께 극복해나가려는 의지와 최악의 상황에서도 상대가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마음,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존에게서는 자기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와 그동안의 삶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회의에 빠지지 않고 나은 삶을 위해 매일매일 시도하는 끈기, 한발 더 나아가 병을 가진 상황에서도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 포부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그렇게 해낼 수 있게 만든 강한 의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존과 알리샤, 두 사람이 서로와 세상을 향해 가졌던 큰마음이 진정한 ‘뷰티풀 마인드’ 곧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