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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4년(2014)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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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사계절피어나는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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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피어나는국화
 
 
 

원평 1-15방면 선무 남혜영

 
 
 
  도장 수호를 들어와서 생전 처음 조경을 하게 되었다. 조경을 담당하면 매번 치성 때마다 영대와 내정에 새롭게 꽃꽂이를 하여 올린다. 그때 쓰일 노란색의 국화꽃을 정성스레 가꾸는 것이 내가 맡은 일이다. 상제님께 올릴 꽃을 직접 가꿀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다.
  국화는 보통 가을에만 피는 꽃으로 알고 있던 나는, 치성 때 쓰기 위해 사계절 내내 비닐하우스 속에 환경을 만들고, 그곳에서 꽃을 키운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른 예쁜 꽃들도 많은데 왜 국화를 영대에 올릴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국화는 추위에 아주 강하여 노지(露地)에서 활동이 가능한 여러해살이 화초이며, 한번 피면 오래도록 피어 있고 향기 또한 은은하게 멀리 퍼져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사군자의 하나로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상제님을 뵐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을 같이 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한 4명으로, 먼저 조경을 해본 선무가 모주동이라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아직 여리고 작은 순들이 네모난 상자 속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국화에서 나는 ‘순’들을 잘라서 옮겨 심어 놓은 것이며 이런 과정을 ‘삽순’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삽순의 과정이 끝난 후, 밭에 옮겨 심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이때 한 송이 국화꽃이 피기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하니, 그 정성과 기다림 끝에 피는 국화는 정말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맡게 된 일은 모주동 외에 다섯 곳의 비닐하우스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국화의 ‘순’을 잘라주고 꽃을 다듬는 작업이었다. 모든 일이 처음 해보는 것이라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조심스럽기도 했다. 비닐하우스에 처음 도착해서 먼저 한 일은 ‘순 따기’라는 작업이었다. 순 따기는 한 송이 국화꽃이 노랗게 피기 전에 작은 꽃봉오리처럼 생긴 순이 여러 개가 나는데 가운데 꽃 순을 빼고 나머지 주변에 자란 순을 모두 따버리는 일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순들이 너무 연하고 부드러워서 아기처럼 살살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섬세한 작업은 처음이었다. 평소에 방면에서 덤벙대고 실수 투성이었던 나는 손이 닿는 곳마다 순들이 다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 매우 당황스러웠다. 특히 꽃이 피는 중앙의 꽃 순마저도 댕강하고 잘려나갈 때면 아찔함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순들은 한 송이 국화꽃이 되기만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을까. 더군다나 영대에 올라갈 꽃들이 아닌가! 꽃으로서는 생애 가장 영광스러운 기회와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기에 많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상제님께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아끼셨던 마음을 생각하니 나의 실수가 큰 잘못이 되는 것 같아 조심하고 또 조심스러웠다. 작업하면서 문득, 그동안 내가 생각 없이 했던 행동과 말들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척을 짓는 행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깊이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나의 실수로 가운데 꽃 순을 꺾어버리고 지나간 자리를 보며 같이 일하는 베테랑 선무가 자신도 처음에는 많이 그랬다고 웃으며 위로해줬다. 그리고 긴장을 늦추지 말고 조심히 작업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긴장 속에서 순을 따는 작업을 하며 어렴풋이나마 선각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았다. 여린 순처럼 많은 겁액으로 둘러싸여 있던 나는 늘 철없고 감정적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자세가 너무나 부족했다. 그런 나에게 선각은 때로는 교화를, 때로는 꾸중을 하시면서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나를 도 안에 있게끔 해주셨다. 상제님께서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있다고 하신 것처럼, 마음속에 항상 상제님을 모시면서 모든 일이 상제님의 덕화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깨닫고 보은할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더 키워 선각과 나를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보답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 따기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국화꽃을 잘라서 신문으로 포장하는 ‘절화’라는 작업을 했다. 절화작업에서 국화꽃을 선별하는 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웠는데 키가 너무 작아도 안 되고, 겹가지여도 안되고, 가지가 휘어진 것도 안되며, 꽃이 너무 많이 핀 것도 안된다고 했다. 이는 어쩌면 수도하는 우리와 같을지도 모른다. 상제님께 올려지는 것이기에 힘든 어려움 속에서 모든 것을 견뎌내고 완성된 꽃송이들만 선별되는 것처럼, 수도인들도 마음을 다듬고 넓히는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야만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한 송이 국화꽃이 피기까지는 많은 정성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 피면 오래도록 피고 멀리 향기가 퍼지는 국화처럼 내 마음속에도 상제님과 연운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꽃펴 많은 사람에게 오래도록 향기를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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